김경숙 회장은? 광주대학교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 석사를 취득했다. 유치원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김포시어린이집연합회장, 김포시육아종합지원센터 대표, 김포시보육정책위원, 김포시복지재단 이사 등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두루 활동했다. 이후 경기도어린이집총연합회장,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제8대~제9대 민간분과위원장, 중앙보육정책 위원을 역임하는 등 활동 반경을 점차 넓히며 보육계 발전을 위해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와 업적을 인정받아 교육부,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으로부터 장관상은 물론 국무총리상도 수상했다.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덧 35년. 지난 2월부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를 이끌게 된 제14대 김경숙 회장은 “오직 회원들을 바라보며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운을 떼며, 회원들 과 온 역량을 결집해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현장 실무자에서 시설장으로, 그리고 중앙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위원 등의 대외활동으로 풍부한 경 륜을 쌓은 김 회장은 보육계 현안을 과연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먼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바란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는 영유아보육법 제53조에 따라 보육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설립된 법정단체이다. 한어총은 질 높은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전문지식 및 기술의 개발·보급, 어린이집의 균형적인 발전 도모, 정보 교류 및 유대 강화, 보육교직원의 권익 옹호와 복지 증진의 도모를 목적으로 1970년 설립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 지난 2월부로 회장에 취임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을 부탁드린다. 

14대 한어총 회장으로서 당선의 기쁨도 크지만 ‘유보통합’이라는 중대한 숙원과제를 앞에 두고 총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지난 대선에서 양당이 동일하게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근간으로 유보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교육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보통합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많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어총은 우리 아이들에게 생애 초기의 평등한 출발선을 만들어주기 위해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 영유아들의 희망의 근거가 되기를 소망한다.

 

○ 한어총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무엇인지?

선거를 치르면서 회원들에게 ‘한다면 한다’고 약속했다. 회장 임기 동안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도, 가장 마지막까지 할 일도 오로지 ‘회원들을 위해 뛰는 일’이다. 저출생으로 위기 상황인 보육 현장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 마련과 퇴로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유보통합의 과정에서 한어총 회원이라면 그 어느 누구 하나라도 낙오되는 회원이 없도록 꼼꼼히 살피며 가겠다. 

 

○ ‘유보통합’ 이슈가 한창 뜨거운데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

유보통합의 가장 핵심은 0~5세 모든 영유아를 중심에 두고 논의해야 하며, 현재 어린이집들의 운영 규모 및 형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기관 유형에 따른 지원의 차이를 없애서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는 120만명 정도, 유치원은 50만명 정도다. 초저출산 이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영유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했고,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어린이집의 숫자도 4만 개소를 넘는 상황까지 있었다. 이처럼 어린이집은 많은 세월 동안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지금껏 해왔다. 오랜기간 서로의 자리에서 잘 운영해왔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점을 통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훨씬 더 크게 나타나 영유아에게 돌아갈 것이다.

유보통합을 통해 영유아기 생애 초기부터 학령기 이전까지 체계적으로 잘 짜인 발달의 연속성을 고려한 보육·교육을 제공하고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연계까지 차별 없이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평등한 출발선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어총은 그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 저출생으로 ‘보육 현장이 위기’라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

저출생, 코로나19, 부모급여 등 보육 현장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저출생은 보육 현장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어린이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저출생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어린이집 개소수 그래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이집에서 학령기 아동까지 그 위기가 전해지면서 이제는 초등학교는 물론 서울 도심의 역사 깊은 중, 고등학교도 폐교 위기에 놓여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저출생으로 인해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어린이집이 없으니 양육자를 지원할 보육시스템이 무너져 가임기 부부와 영유아 부모들이 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또 저출생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에 더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지방소멸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제 그 시작점인 어린이집으로 다시 눈을 돌려야한다.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안전한 보육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보육환경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너무 높고, 영유아 급식비를 포함한 보육료와 운영비도 적으며, 보육교사의 처우는 여전히 어렵다. 이제는 좀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보육지원이 필요하다. 줄어드는 아이들을 조건으로 하는 지원이 아닌 부모가 아이를 낳고 싶으면 언제든지 믿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지켜줄 수 있는 지원을 통해 저출생의 위기 속에서 탄탄한 보육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지금의 위기가 반드시 기회로 돌아올 것이다.

 

○ 중앙보육정책위원, 제9대 민간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중앙보육정책위원 활동은 제가 주도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주어진 안건을 보육 현장에 맞는지 검토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가 커서 제 기억 속엔 직접 발로 뛰었던 민간분과위원장 활동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제9대 한어총 민간분과위원장을 역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던 민간분과를 하나로 통합한 일이다. 어린이집에는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등, 민간, 가정, 직장, 협동과 같이 총 7개의 분과가 있는데 이 중 민간분과는 어린이집 수로 두 번째를 차지하는 큰 규모이다. 보육교직원 및 영유아 수로는 가장 많은 숫자임에도 이원화된 조직체계로 인해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역할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제9대 민간분과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스스로의 성과나 명예보다 하나로 된 민간분과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민간분과의 통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덕분에 하나의 민간분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민간분과의 통합으로 조직의 힘을 기르고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다 같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 이번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을 한 가지 꼽는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영유아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영유아들은 출발선부터 차별받고 있으며, 행·재정적으로도 비효율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질 높은 교육·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한어총 차원에서는 그 초석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동등한 급·간식 지원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어린이집 보육료에는 급·간식비가 포함되어 있으나 유치원 교육비에는 급·간식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지방교육청에서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즉, 어린이집 유아반과 유치원은 동일한 누리과정 운영을 위해 같은 금액의 누리과정반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지만 어린이집만 보육료 속에 급·간식비가 포함되어 실질적으로 유아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교육활동비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의 교육의 질에서 불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균등한 교육 기회 부여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영유아들에게 출발선 차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임기 내에 영유아가 균형 있는 양질의 급·간식을 평등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동등한 급·간식비 지원부터 꼭 이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하루하루 어린이집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오늘도 어디선가는 휴원과 폐원 중에서 고민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어린이집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하는 부모들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고 동반 성장해 왔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을 민간에서 나누어 책임지며, 지금껏 양육자와 영유아들을 지켜왔다. 지금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어린이집의 폐원을 이대로 방치해 놓는다면, 우수한 보육시설의 감소로 인해 부모는 아이 낳기를 더 주저하게 되고 대한민국의 장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했을 때 어린이집이 대신했듯이 어린이집이 어려울 때 국가가 지켜주어야 한다. 줄어드는 영유아 수를 담보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영유아라도 어린이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영유아들이 돌아올 수 있는 시설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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