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린 근로복지공단 대리
홍예린 근로복지공단 대리

집이 먼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다 보면 항상 보이는 인력사무소 앞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이 서있다. 그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제발 다치지 말고 일하세요.’ 인력사무소를 지나 지하철을 탄다. 오늘도 여전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일하는 사람 정말 많구나.’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다. 바로 근로복지공단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일하는 삶을 보호하고, 노동 생애의 행복을 위해 고용·산재보험,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한 여러 복지사업을 비롯해 산재 요양·보상 및 재활 등의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우리 공단에서는 공단 소속 사회복지사를 직접 채용하지는 않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직군인 재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나 역시 공단에서 재활직으로 5년째 일을 하고 있다. 재활직 직원들은 주로 근로복지공단 내 재활보상부에서 다친 재해자들을 위한 요양관리 및 보상, 사회심리 재활서비스 제공, 의료 재활서비스 제공, 직업 재활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 근로복지공단 재활직은 어떤 업무를 하나요?

산재 신청이 들어오면, 재해조사팀에서 산재 여부를 조사하고 산재로 인정할 때에 대부분 급성기 산재 환자를 만나게 된다. 승인된 산재 환자가 산재 지정병원에서 산재 처리를 받으며 치료를 하게 된다. 이 치료받는 환자 모두를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사정상 그럴 수 없기에 공단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친 부위와 상병 상태에 따른 중증도 지수 및 직업복귀 취약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상을 분류한다. 여기서 우선 상담대상자로 분류된 환자나 산재 근로자를 위해 만든 다차원심리검사를 통해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 혹은 다른 직원들이 상담했을 때 사회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의뢰된 환자에 대해 기초 상담 시행 후 필요한 사회심리 재활서비스를 연계한다. 기초심리상담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유선이나 대면을 통해 직접 상담을 시행하고, 집중심리상담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전문 심리상담기관에 연계하거나 자조 모임 성격의 희망 찾기 프로그램 등의 사회심리 재활을 지원한다.

급성기를 지나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는 공단 병원에 재활 특별진찰을 의뢰하고, 재활치료의 방향성 설계 및 전문 재활치료 혹은 재활스포츠 등의 신체 재활을 지원한다. 완치기를 거쳐 산재 요양 종결 이후에 12급 이상의 장해가 남은 산재 환자에게는 합병증 예방관리를 통해 합병증을 관리해주며 산재처리를 마무리한다.

이후 원직장에 복귀한 재해자의 경우에는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시켜준 사업주에게 대체인력지원금이나 직장복귀지원금을 지원하고, 원직장에 복귀를 하지 못하는 재해자에게는 취업알선 혹은 직업훈련 등의 직업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며산재 환자의 치료 전반적인 과정 및 사후관리까지 적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사회복지사이기에 가능했던 일

일하다 다치게 된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 까? 나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 나와 똑같은 평범한 하루였을 것이다. 어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거나, 가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을 하는 어느 한 가정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갑자기 다치게 되고 일을 할 수 없을 때 얼마나 막막할지 나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이런 그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지지하고, 공단이 가지고 있는 많은 인프라와 자원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할지 계획하여 적기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그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를 5년째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감히 얘기해본다. 내가 사회복지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었을까?

하루에도 수십 통씩 울리는 전화에 지쳐 기계적으로 대답했음에도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고맙다는 사람들, 공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하고 지원해줬을 뿐인데 감사하다며 찾아와서 인사하는 사람들, 다치고 불안한 시기에 대리님의 격려와 지지가 마음을 편하게 해줘 잘 치료받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나는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매일매일 새로운 힘을 얻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서 힘들었을 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데 하나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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