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코로나19팬데믹, 사회복지현장의 디지털 전환 가속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IC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140개국 중 한국의 ICT 보급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WEF, 2020). 또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 의하면 2017년 한국의 ICT 발전지수는 176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ITU, 2017). 실제로 우리나라의 유선 광인터넷(FTTx: Fiber to the x) 보급률은 2021년 기준으로 86.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으며, OECD 평균(34.9%)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지표들은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상당 부분 조성됐음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은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긍정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ICT 발전은 골드칼라 노동자(gold-collar worker)1) 로 대표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생활 편의와 삶의 질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비접촉 기조를 확산시켰다. 이는 결과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언택트(untact)’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필수가 됐다. 사회복지비스 현장에서도 온라인 상담 및 교육서비스, 사물인터넷 활용 돌봄서비스, 디지털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한 복지서비스 공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양한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사회복지시설의 서비스 공백을 해소하고, 취약계층의 고립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김용득·김계향, 2022).

경기복지재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도에 위치한 사회복지관의 90% 이상이 교육·문화 서비스를 중단했고, 80%가 넘는 기관은 자활 지원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였으며, 간병·방문간호·영양서비스 등 보건의료서비스가 중단된 기관도 약 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신재은 외, 2020). 「2021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의 조사결과에서도 생활시설의 83.0%와 이용시설의 89.1%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및 프로그램을 중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사회복지사협회, 2021). 조사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 감염의 두려움(59.3%)’에 이어 ‘집단 및 대면 프로그램 제공의 어려움(49.9%)’을 많이 응답했다. 반면, 생활시설의 64.2%와 이용시설의 71.0%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서비스의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55.0%의 기관에서 주요 돌봄대상에 대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대면 서비스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방식 및 유형
이 변화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불평등 및 격차 문제 심화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관련 각종 불평등 및 격차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1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과 비교했을 때 약 3/4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69.1%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무선 정보기기 보유 여부’와 ‘인터넷 상시 접속 가능 여부’ 등으로 측정되는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94.4%)에서는 취약계층과 일반 국민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PC 및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등을 의미하는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77.6%)과 ‘인터넷 서비스 이용 다양성’ 및 ‘인터넷 심화 활용 정도’ 등으로 평가되는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63.8%)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확인됐다. 이러한 격차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이용수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취약계층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확진자 현황 및 동선, 선별진료소 위치 등 정보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55.7%로 일반국민(77.0%)에 비해 20% 포인트 이상 낮았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비율 또한 취약계층(51.0%)이 일반국민(73.6%)보다 현저히 낮았다. 즉, 취약계층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낮은 디지털 정보화 수준으로 인해 필수적인 정보에 접근하거나 실제 지원금을 신청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디지털 불평등 및 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공 와이파이(WiFi)를 확대하고 농어촌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등 꾸준히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22년 기준 1000여 개소의 디지털 배움터를 통해 79만명 이상의 국민에게 무료로 디지털 교육을 제공했으며, ‘디지털 포용’을 목표로 고령자·농어업인·경력단절 여성등 취약계층 맞춤형 프로그램을 20% 이상 운영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더 나아가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는 「디지털포용법」 제정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 고용, 주거 등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했을 때,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정책적 초점을 두기 어려우며 높은 성과를 거두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방식 업무변화…복지종사자에 업무 가중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급격한 환경변화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도 많은 어려움을 부가시키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충분한 훈련과 교육을 제공받지 못했음에도 감염 확산을 방지함과 동시에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Trancă, 2021). 또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업무는 종사자들에게는 추가적인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남희은 외, 2021/최병근, 2021/Barsky, 2020). 함영진 외(2021)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경우,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오히려 업무가 늘어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방대하고, 복잡한 기술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여러 연구에서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함을 논의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ICT 분야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김고은·김정인, 2021/서대석·조상윤, 2021/이태인 외, 2020/진미정 외, 2021).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사회복지종사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사회복지종사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방안 첫째, 디지털기반 복지 추진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기반 복지 추진을 위한 종합계획에는 △디지털기반 인프라 구축 △디지털 형평성 강화 △디지털 보편성 증진의 영역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한다(최조순, 2020). 디지털기반 인프라 구축은 디지털기기 보급 등 누구나 디지털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목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 디지털기기 인프라 구축, 기기 지원, 디지털 접근성 개선 등을 포괄할 수 있다. 디지털 형평성 강화는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 디지털기반 복지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강화에 방점을 두고, 디지털역량 프로그램 등을 포괄한다. 디지털 보편성 증진은 누구나 종합적인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기반 복지서비스의 선택 기회보장에 방점을 두고, 개인 맞춤형 디지털 역량 증진 체계 구축, 디지털기반의 가상복지 서비스 제공, 디지털 보편성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포괄한다. 

둘째, 사회복지종사자가 먼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디지털 포용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통해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이용자의 디지털 역량이 함께 강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김용득·김계향, 2022/이인정·김지혜, 2022/장수미 외, 2021/하경희·배은미, 2021). 정보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종사자의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사회서비스 개발·제공이 이루어져야한다. 동시에 비대면서비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온라인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 개발이 시급하며,이용자의 활용능력을 강화하는 사전적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취약계층의 정보격차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보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신재은 외, 2020). 정보소외계층 디지털역량 증진을 위한 지역기반의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정보소외계층의 학습적 특징 등을 고려하여 1:1, 2:1 소수인원 중심의 교육 운영, 반복 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증진시키기는 교육 체계 개편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복지 종사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비대면 서비스 증가에 따른 이용자의 편의증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대면서비스를 대신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개발하고, 가상자원봉사와 같은 비대면 사회서비스를 신규 도입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 디지털 관련 대상자의 디지털 욕구 해소를 위한 ‘(가칭) 디지털 사회복지사’ 도입이 필요하다(최조순, 2020). (가칭) 디지털 사회복지사는 대상자의 디지털 욕구 파악부터 적절한 디지털기반 서비스 제공, 사후관리 과정까지 디지털 관련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기존의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 대상자의 디지털 생존력 향상을 통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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