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단이 강남대 진로취창업센터 조교수 (SW복지재단 이사장)
오단이 강남대 진로취창업센터 조교수 (SW복지재단 이사장)

이번 정부는 다양한 공급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돌봄체계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 돌봄서비스 고도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양질의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 청년, 맞벌이, 1인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회적경제조직 등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다변화·규모화를 통한 품질 향상으로 이용자 신뢰 향상 도모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급증하는 돌봄 및 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사회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복지-고용-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고자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럼 혁신은 무엇인가?

혁신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가죽 혁(革)에 새로운 신(新)으로 한자를 풀이하여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는 영어의 어원을 가지고 안에서 밖으로라는 의미의 in과 새롭다는 뜻의 nova가 결합하여 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롭다는 의미로 말하곤 한다. 즉, 바깥으로 드러난 현상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속부터 시작해 보이는 겉까지 달라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혁신은 고쳐서 좋아진다는 뜻을 가진 개선과는 다르다. 혁신과 개선 모두가 변화를 수반하지만, 개선은 고친다고 해도 여전히 고치기 전과 다른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혁신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편, 혁신은 틀을 벗어나, 깨야만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장은 경계를 뛰어넘어야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말하면서 펜을 떼지 않고 4개의 직선을 연결하는 방법은 <그림 1>과 같이 경계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치학자 채효정은 혁신(innovation)이란 말은 새로운(novus) 것을 향해(into) 낡은 것을 허물며 변화 발전해간다는 의미로, 단어로만 보면 수구·보수의 반대말로 뭔가 ‘혁명적인 쇄신’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주장하면서 혁신이 노동가치설을 해체하는 자본의 편에서 태어난 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국 사회서비스의 역사적 경로와 이로 인한 한계를 알아야 ‘혁신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혁신할지’에 관한 논의가 가능하다.

 

한국 사회서비스 역사적 경로와 한계

한국 사회서비스는 한국전쟁 이후 사회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대응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1세대에는 전쟁 이후 절대빈곤으로 인한 구호의 대상 혹은 사회적 격리 대상자들의 수용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생활 유형을 시작으로 2세대에는 정부가 투자해서 설치한 이용서비스 위주의 시설 및 프로그램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3세대에 와서 이용자 선택권이 강화된 바우처 방식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1세대를 민간기관의 시대로, 2세대를 정부 보조의 시대로, 3세대를 이용자 지원의 시대로 구분된다.

3세대 사회서비스는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배제 등과 같은 신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의 등장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의 이완(decoupling) 현상과 같은 신경제 체제의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명목적으로는 보편성을 지향하여 그간 중점을 뒀던 ‘빈곤’ 중심에서 벗어나 대상의 범위를 일반 국민까지 확장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충분성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서비스는 정부지원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이용대상자가 제한적이고, 공급기관은 대다수 비영리를 중심으로 소규모이고 영세하다.

 

왜 한국 사회서비스는 혁신해야 하는가?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는 소득보장과 더불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또한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국가복지를 강조하다 보니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가끔은 무상으로 제공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어 공급의 다양화에 한계를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저비용의 사회서비스 제공에 집중되고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에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에 있어 경직성을 보인다.

 

사회서비스 공급주체 혁신
전통적으로 돌봄과 같은 서비스는 가족과 같은 비공식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졌으나 가족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에 따라 국가가 사회서비스 지원을 확대해 오고 있으며, 과거 취약계층 대상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로 확대가 요구됨에 따라 공급기관의 다변화와 규모화는 필요하다. 즉 과거에 가족 및 비공식 영역 중심에서 국가개입을 통한 공식 및 비영리 영역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보편적 서비스 이용에 따른 공식(비영리+영리) 요소를 포함한 포괄적 사회서비스 공급기관의 확장이 필요하다.

전술했듯이 한국의 사회서비스 3세대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도입으로 민간, 영리 성격의 개인사업자가 전체 공급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관 규모화나 서비스 질적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 패널조사에 의하면 사회서비스업종 사업체들은 50인 미만의 정규직과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전반적으로 규모가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수익구조가 열악한 법인형태가 다수이며, 서비스의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경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에도 비슷하게 결과를 보인다. 사회서비스 공급 분석자료에 의하면 사업체들은 생긴지 10년 전후의 10인 미만 규모인 개인사업체가 57.4%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사회서비스가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에 살던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적 공급체계 마련이 필요하므로 공급체계 혁신방안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측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전통적으로 보조금에 의존해서 복지서비스를 전담해왔던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새로운 사회서비스 운영방식에 맞춘 혁신이다.

두 번째, 재가서비스나 요양영역의 사회서비스 공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영세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기관에 대한 혁신(규모화 혹은 운영혁신화)의 필요성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의 소셜프랜차이즈방식을 통한 규모화나 영리기업이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공급주체로 진입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서비스 공급주체의 다변화와 규모화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기관이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부족하고 관련된 규제(예컨대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정관변경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변화(국가가 제공하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당연히 받는 혜택이라는 인식)와 더불어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영리기업 등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장애요소(적정한 수가 등)를 제거해야 한다. 이는 필자는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직되어 있는 사회서비스 공급에 있어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한편, 사회서비스 분야 규모화에 있어 소셜프랜차이즈 방식의 초기 사업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규모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전인 외, 2018)에서 해외 사회적경제 규모화를 살펴본 결과 규모화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보다 수요확장 후 규모화가 필요하며 표준 매뉴얼 등을 통해 품질의 표준화를 달성해야 규모화가 가능하며, 신생기업보다는 성숙한 조직의 규모화가 적절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공급주체 혁신을 넘어서 사회서비스 혁신까지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0.79%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출산율은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수치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 소멸을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이민정책의 변화를 통해 단기적인 해결 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드느냐가 더 정확한 답일 것이다. 2월 22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21일 인구정책 추진방향과 부처별 추진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구 변화 문제에 대해 그간 산발적인 정책만 추진된 것에 대한 일각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하고, 때로는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한 단편적인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사회 구조적인 혁신 대책을 깊이 있게 강구해야 할 위기의 시점에 와 있다고 보도됐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 사교육비 부담, 삶에 대한 불안감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 현황과 사회 구조적 여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사회서비스뿐 아니라 사회복지정책의 다양한 제도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영국과 스웨덴의 경우, 사회서비스 발전 과정 혹은 사회서비스 혁신과정에서 <현금직불제>와 <개인예산제> 같은 공통된 특징이 발견된다. 핀란드는 개인의 자율성과 평등이라는 가치 아래 사회안전망을 구축했으며, 현재는 보편적 복지와 디지털화를 통해 예방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어떠한 가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가? 바로 지금이 이러한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서비스 공급주체 혁신은 단순히 공급주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일상에서 오지 않고 위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벗의 말로 이번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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