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 회장은? 경희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해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독일에서 베스트 버디스 베를린 설립 공동회장과 베를린 크로이츠베르쿠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문화가정 학부모 교육 담당자로 활동, 귀국 후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은 물론 충청남도, 국민권익위원회, 헌법재판소 등 여러 정부기관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 한국여성항공협회 회장, (사)밝은미래 초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전국재해구호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전공을 살려 사회활동을 하다 우리나라로 귀국한 후에도 그동안 자신이 배운 역량을 발휘해 여성, 아동·청소년, 자원봉사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이가 있다. 오로지 사회통합과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마음에서다. 지금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의 정당하고,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와 권리를 찾기 위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 사람, 바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허명 회장이다. 2021년부터 우리나라 최대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허명 회장. 그를 만나 기탄없는 얘기를 나눠봤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먼저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대한간략한소개를부탁드린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는 195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부당한 차별 철폐와 여권 신장을 위해 몇몇 여성단체들의 협의체로 결성됐다. 여협은 60여 년 동안 여권신장,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여성능력 개발, 여성권익 옹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협은 현재 60개 회원단체, 17개 시·도여성단체협의회, 전국 500만 회원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단체이다.

 

회장으로서 중책을 맡으신지가 엊그제 같은데, 임기가 어느덧 1년을 남겨두고 있다. 그간의 소감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위대한 여성, 하나 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여협 회장에 출마해 선출된지 벌써 3년째다. 그동안 슬로건을 실천하기 위해 여협의 단합과 홍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여협을 다시 알리기 위해 2021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는 3당 서울시장 선거후보를 초청하여 국민들 이 후보들의 여성정책을 접할 기회를 마련했고, 2021년 전국여성대회에서는 국민들에게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여성정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여성! 평화와 안보를 말하다’ 등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해 선제적으로 이슈를 선도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

이외에도 제주도를 시작으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를 방문하여 시·도지사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여협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내·외부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남은 1년도 여협의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여성들이 더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협이 되도록 하겠다.

 

현재 여협의 최우선 당면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제21대 국회 마무리를 1년여 남겨 둔 현재,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 방안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 된다. 현재 여성 국회의원은 전 국회의원의 19%인 57명이다. 이 중 지역구 국회의원은 30명,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27명이다.
정치적 권한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장애물은 상당히 견고하다. 2000년 비례대표 30% 여성공천 할당제 도입 후에 비로소 여성의원 비율은 두 자리를 기록했고, 현재 여성의원비율이 19%에 도달했으나 아직 임계치라 할 수 있는 30%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경제포럼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22’를 보면, 한국은 ‘성 격차 지수’ 순위에서 조사대상 국가 146개국 가운데 99위를 기록했다. 정치적 기회 분야의 성 격차 순위는 72위였으며, 특히 여성의원 비율이 남성보다 62.8% 적어 104위를 기록했다. 이에 여협은 여성의 정치 분야 대표성 확대를 위해 관련 토론회 및 정책연구 등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여협에서 자랑할 만한 그간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 60여 년간 우리 여협은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그 중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3가지 업적을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호주제의 폐지 등 가족법개정운동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가족법은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여협을 비롯한 여성계의 많은 노력으로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됐고, 불평등한 내용이 개정됐다.

두 번째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등 여성의 정치참여확대 운동이다. 여협은 여성정치할당제를 도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회를 주관했으며, 토론회 중에 당시 김대중 후보로부터 여협이 주장해온 비례대표 30%여성할당 등을 공약으로 받아냈다. 2017년, 대통령 선거후보 초청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서 “30% 수준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임기 내 남녀동수내각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마지막으로 미투 등으로 이어진 여성에 대한 폭력 고발 및 근절 운동이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폭력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여협은 성폭력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도록 인식 개선운동을 개진했으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2018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이 통과돼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여성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회기관단체에서 활동을 펼치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1998년 남편이 교환교수로 독일 베를린에 살았던 처음 2년 동안 제 두 딸이 다니던 유럽학교 1층에는 장애인 학교인 비잘스키 학교가 있어서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장애 학생들을 데리고 오는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피부색이 서로 다른 장애 아이들을 서너 명씩 데리고 오는 보호자들을 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장애인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보호자들의 표정은 밝고 즐겁게 보였으며, 아이들을 차에서 휠체어로 옮길 때도 시종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남을 위한 봉사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마음속으로 되새기게 됐다. 

두 딸이 점차 그곳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장애인 친구들과 강당과 운동장에서 함께 놀았던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그 후 존 에프 케네디 스쿨(JohnF. kennedy School)로 학교를 옮긴 뒤 딸들은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이었고, 저 또한 장애인을 위한 봉사기구인 베스트 버디스(Best Buddies)의 베를린 창설을 적극 주도했으며, 그들을 위한 모든 행사에 함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또한 독일 양로원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기도 했고, 이주여성의 독일 정착을 돕기도 했으며, 베를린 다문화가정의 문제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로 생활상담 및 진로 상담을 했다. 독일 이민가정 아이들의 독일 사회적응과 장애인교육, 그리고 아동심리학이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공부한 분야였기에 관심을 갖고 사회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때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던 때였던지라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번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을 한 가지 꼽자면?

작년 제57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여협은 공공 및 민간부문의 여성 대표성 확대, 직장 내 성별 임금격차 및 모성권 관련 불이익 해소, 저출산 해결 및 일·가정 양립 실현, 여성 대상 폭력 및 성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외쳤다. 이에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 올해 여협은 이와 관련한 연구를 시작해 토론회 등의 각종 활동을 통해 정부에 더욱 구체적으로 건의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앞으로 여성운동의 방향과 비전을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도 행복하다. 여성의 정당하고,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와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가 주역이 돼야하며, 이들이 할 일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권익 옹호는 여전히 근간을 이루되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지 않고, 나아가 뉴노멀 시대에 여성이 추구하는 것을 통찰력있게 파악·분석해 실질적인 제도화로 이끌기 위한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더 넓어지고, 달라진 세계관을 이해하고, 수용하되 비판적인 시각을 놓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복지사회를 만드는 것이 여협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성이 없는 가정, 여성이 없는 사회, 여성이 없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 여성들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여협은 우리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역량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에 2023년 올해도 여협은 작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여협의 활동을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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