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옥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회장
양옥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회장

공감은 감정을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클라이언트의 느낌, 정서, 감정 등을 끄집어내고, 그에 기초해 클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한다. 공감하면서 경청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감정이입을 해낸다. 감정이입을 통해 라포를 형성하고, 클라이언트를 온전한 존재로 이해하게 된다. 클라이언트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감적 의사소통의 과정은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임파워링 공감’의 자산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취약계층에게 특히 치명적인 전염병 재난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은 클라이언트의 고통과 두려움, 불확실성에 공감하면서 이들과 연대해 취약한 상태를 함께 견뎌냈다.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는 위기를 서로 함께 헤쳐 나가는 소중한 파트너였다.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힘이 됐던 임파워링 공감을 경험했다. 공감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왔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클라이언트와 연대하여 이겨냈던 그 힘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공감으로 연대했던 힘이 있었기에 사회복지사들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엔데믹이 선포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클라이언트와 함께 나눈 공감의 힘으로 연대해서 이겨냈기에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공감 연대의 힘은 더욱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공감은 소통이다

공감은 느낌이자 생각이며, 행동이고 책임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에 담긴 의미를 느끼고 인식해 소통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이 공감의 과정에는 소통이 따라야 한다. 소통해야 공감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공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공감의 소통은 사회적 책임으로 진화한다. 공감적 느낌과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바로 이 책임 의식이 우리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갖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공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온전하게 공감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느낌의 공감이 선행한다. 상대방의 마음의 자리에 가서 상대방이 느끼는 그 마음 그대로를 느끼는 정서적 공감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상대방이 생각하는 그대로 인지하는 인지적 공감이 따라온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생각을 체험하고 나면, 그 공감의 상태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적 공감을 하게 된다. 이렇게 소통하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의 총합이 사회적 공감으로 진화한다. 한 개인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책임 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니 공감이 부정적인 측면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동일한 수준으로 느끼면서 반사회적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은 공감이라 할 수 없다. 아무리 비슷하게 느끼고 이해한다 해도 비인도적이고 비윤리적인 공감의 상태는 공감이 아니다. 단순히 동조하고, 동의하고, 공유하는 것일 뿐 공감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적 책임 의식이 뒤따라야 공감이다.

 

공감은 선한 영향력이다

공감은 그 자체로 매우 성숙하고 윤리적인 정서·인지적 행위이다. 상충하는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다의적인 사고에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다. 건설적인 비판적 사고를 하고, 그 건설적인 비판적 사고를 포용하면서 서로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는 능력이 바로 윤리적인 성숙한 공감이다. 그 성숙한 공감이 바로 임파워링 공감이다.

사회복지사들은 공감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했다. “클라이언트의 감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읽어보며, 클라이언트가 되어 생각을 해보고 이렇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하니까 저절로 풀어지더라”라고 했다. 우리가 아니면,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그래서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사지로 내몰리고 방치되는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공감을 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은 전문성으로, 사회적 책임으로 연결됐다. 정신적, 신체적, 환경적 어려움에 처해질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으면서 책임감만으로 이용자들을 지켜낼 수는 없는 법이다. 공감의 마음이 선행됐고,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되었으며, 책임으로 진화했기에 가능했다.

 

공감은 책임으로 진화한다

코로나 증상으로 인해 느끼는 아픔,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 불확실한 미래, 이에 대한 불안, 격리로 인한 외로움, 코로나에 걸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두려움, 이 모든 것으로 인한 우울함과 고통. 클라이언트가 갖는 감정의 경험이었다. 사회복지사도 이와 다르지 않게 느꼈고, 공감의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이들을 더 잘 보호해야겠다는, 그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행동을 하도록 이끌었다.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해 최일선에서 봉사하는 전문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문직이 갖고 있는 일종의 사명감과 같은 것으로 전문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연한 사명감은 책임감으로 연결됐고, 결국에는 그 책임감이야말로 진정한 전문성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회복지사들은 항상 자신의 이익보다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다.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는 팬데믹 상태에서도 변함없이 클라이언트를 먼저 생각했던 사회복지사들이 있었기에 클라이언트들은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었고,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공감은 시대정신이다

공감은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다. 다람쥐 같은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진화의 한복판에 공감이 자리하고 있다. 공감의 능력은 자연생태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자 가치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감은 종의 번식과 번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으로 이해된다. 공감하지 않는 종은 멸망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AI와 Metaverse의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다. 공감을 외치지만 정작 공감적 소통에는 소홀하다. 혼밥이나 고독생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울리던 생활에서 이제는 혼자 즐기는 ‘나’ 중심의 생활로 바뀌어가고 있는 오늘날, 사회복지사들이 보여준 클라이언트와의 공감적 연대를 통한 소통은 미래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제 공감은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가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시민의식의 척도이자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공감으로 연대의 힘을 갖는다

공감적 연대는 협력이다. 상대방과 협력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잠재력을 믿어주고, 강점과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힘과 특권을 공유하게 되고, 긴밀하게 상호교류 하게 된다. 따라서 협력을 위해서는 서로의 힘을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자기결정의 권한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공감으로 연대한 협력 관계에서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를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무기력하게 호소하는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나와  함께 힘을 합해 도전에 대응해 나갈 한명의 고유한 사람으로 보게 된 것이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둘이 서로 상호협력적인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감으로 연대함으로써 변화 발전할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것을 해내고 싶다고 하는 동기, 그것을 해내야겠다고 하는 지배감, 그리고 해낼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 등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통제감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다. 이렇게 공감적으로 임파워된 사람은 자기 자신,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구조와의 관계에서 통제력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의 감정, 느낌, 생각, 인지 등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을 둘러싼 외부세계와의 경계를 명확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힘을 받게 된 사람은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그 변화를 통해서 다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사회로부터 다시 힘을 부여받게 된다. 이것이 공감으로 연대했을 때 갖게 되는 힘이다. 한 명의 클라이언트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된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의 공감의 연대는 우리 모두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공감시민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