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대 개혁 추진, 사회복지의 눈으로•연금개혁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추계결과(잠정)가 발표됐다.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 법령대로 운영할 경우, 재정수지는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기금은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 제4차 재정계산에서 도출된 재정수지 적자 전환 2042년, 적립기금 소진 2057년보다 각각 1년과 2년 앞당겨진 것이다. 다만 장기재정추계에서 적립기금 소진이 2년 정도 조기에 발생한다는 것보다는 적립기금 소진 시 연금지급에 필요한 2060년경의 부과 방식비용률(2060년 기준)이 26.8%에서 29.8%로 3.0% 가량 높아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금재정이 다소 악화된 것은 5년 전 추계 때보다 2070년 기준 기대수명이 90.5년에서 91.2년으로 높아진 것과 합계출산율이 1.38명에서 1.21명으로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

부과방식비용률 29.8%는 현재 ‘국민연금법’이 정하고 있는 연금 보험료율 9%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법’이 정하고 있는 연금 지급률에 상응한 연금수리적 균형보험료율 17.1~22.2%를 초과하는 보험료가 부과되면, 그 당시 국민연금 가입자는 수익비가 1.0 이하로 하락해 금융기관의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불리해지게 되면서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는 의미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재정전망도 밝지 않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수지 적자는 네 차례의 개혁으로 감소됐으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2021년 말 기준으로 각각 904.6조 원과 233.1조 원이므로 국고보전 자체를 축소하기 어렵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보다 늦게 도입되고 재정안정화 조치를 공무원연금과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정이 양호하나 2049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편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일원화를 포함한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국민연금·직역연금 소진 늦추고, 수급부담 구조 서둘러 균형화 해야

연금 개혁의 요체는 수급부담 구조 균형화를 통해 인구구조가 노령화가 진행되는 시기에도 미래세대가 본인이 부담한 보험료의 원리금 합계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노년인구 부양비가 10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구조 하에서는 적립기금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게 해 미래에 발생할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미래세대가 전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적립기금이 각각 1975년, 2000년에 사실상 소진되어 현재는 당년도 연금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당년도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해 국고보전 투입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적립기금이 남아 있는 사학연금은 기금이 소진되는 2049년 이후 부과방식비용률이 4대 공적연금 제도 중에서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적립기금이 이미 소진된 제도의 경우에는 부과방식비용률의 상승폭을 최대한 낮추어야 하고, 아직 소진되지 않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소진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제도의 수급부담 구조를 가능한 조속하게 균형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제5차 재정계산 모형에 따르면, 일정한 적립배율을 유지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필요보험료율이 20.77%로 산정됐다. 이는 연금보험료율만 인상할 때 요구되는 보험료율이고, 연금수급개시연령과 함께 조정할 경우, 2∼3%p 필요보험료율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불안한 노후소득보장, 불안한 국민

연금 재정의 장기적 불안도 문제이지만 은퇴를 앞둔 국민 대다수는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다층적으로 설계돼 있으나 국민연금 제도 도입 지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노후소득 준비를 위한 근로기간 여건의 불충분, 2층 및 3층 보장 제도의 미성숙 등으로 안정적 노후생활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평균 51.8%와 비교된다. 또한 2021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37.6%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07년 연금개혁에서 도입된 국고로 조달되는 월 10만 원 수준의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노인인구의 70%에게 월 32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발전했다. 기초연금은 노인빈곤율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고, 기초연금액이 인상되면서 오히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연금급여 수준도 문제이지만 공적연금 제도의 포괄범위도 중요하다. 2021년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 수급률은 45.9%, 기초연금 수급률은 67.6%,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률은 5.8%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동시 수급자를 감안하면, 공적연금 및 기초연금 수급률은 89.3%이다. 거의 대다수 국민이 공적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연금의 수급률은 51.7%로 높지 않다.

한편, 2021년 말 기준 296.5조 원을 적립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근로자별로 평균소득의 8.3%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국민연금으로는 미흡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근로기간 1년 이상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가 적용대상이나 전체 가입대상자의 52.4%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퇴직연금 계좌 중 수급을 개시한 4.3%만 연금을 선택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1.94%로 타 공적연금 기금운용수익률과 비교해 낮다. 또한 개인연금의 연금저축(세제적격) 가입률은 12.06%이고,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은 자산의 유동화를 통한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尹 정부, 상생의 연금개혁 어떻게 추진하나?

공적연금의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및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근거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실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장기재정전망에 기반한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 마련 △상생의 연금개혁과 병행하여 현 세대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계획이 포함됐다.

국회는 2022년 8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개혁특위)를 여야 합의로 구성하고, 산하에 민간 연금자문위원회를 두어 연금제도 개선 대안을 마련토록 했다. 그리고 2023년 1월 초에 민간자문위원회는 연금개혁특위에 연금개혁 방향과 과제를 보고했다.

민간자문위가 보고한 연금개혁의 대원칙은 첫째, 적정 노후소득 및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되 미래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세대간·세대내 부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둘째, 급속한 인구구조 변동과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노동시장 구조의 불안정을 고려하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심의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며, 셋째, 퇴직연금과 공적연금의 관계 재정립을 통한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제고와 개인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넷째,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재정안정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의 그랜드 비전을 제시하고, 현 정부 임기 중 개혁해야 할 사항과 중장기적으로 개혁해야 할 사항을 구분하여 제시하며, 모수적 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다층소득보장 체계의 정합성 측면에서 필요시 급여산식 내 파라미터 값의 제한적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양보와 고통 분담 적절한 균형점 찾아야…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연금개혁 방안을 받아 이해관계 단체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 기구를 통한 국민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라 재정계산에 기초해 국민연금 장기재정균형 유지를 위한 계획을 올해 10월 말 국회에 제출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재정계산위, 재정추계전문위, 기금운용발전전문위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국회와 정부가 투 트랙(Two Track)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하나로 합쳐져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대다수는 연금개혁 필요성을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연금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은 재정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소득보장성을 중시하는 입장이 대립하는 국면이다. 재정안정성과 소득보장성은 일견 상충되는 목표로 보이지만 재정안정 없는 소득보장 추구는 실현될 수 없고, 소득보장이 없는 재정안정의 추구는 공허하기 때문에 재정안정성과 소득보장성은 모두 달성해야 할 연금개혁의 목표이다. 연금개혁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 체계 구축을 통해 중장년세대의 퇴직 후 소득 불안을 해소하고, 청년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세대 간·세대 내 양보와 고통 분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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