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매일 밤 11만6000여 명의 사람들이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에서 밤을 보낸다. 하지만 호주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 중 하나인 이들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대부분이 단기 숙박시설이나 캠핑장과 같은 임시 숙소에 머무르거나 자동차를 피난처로 삼기 때문이다.

2018년도 호주 인구통계에 따르면, 노숙을 하는 사람 중 단지 7%의 사람들만이 거리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노숙은 어른과 어린이,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집이 없는 사람 중 2만5000명 이상이 18세 이하였고, 55년 동안이나 집이 없이 생활한 사람들은 1만8000명이 넘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상태가 심각했다. 12세 미만의 어린이 1만5800명 이상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안전한 주거환경을 갖지 못하고, 공원, 버스 정거장 또는 상점 앞에 있는 온기에 의존한 채 가혹한 형태의 노숙을 경험하고 있었다.

 

노숙인은 누구인가?

호주 통계청은 노숙을 단지 집이 없는 경우로 정의하지 않는다. 노숙인은 △개인의 건강, 삶의 질, 교육, 그리고 고용 접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거주지 △거주 허용 기간이 아주 짧고, 연장되지 않는 숙소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보장되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모든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이 노숙 위험에 처해 있지만 특히 호주 원주민, 어린이, 그리고 노인 여성이 다른 그룹보다 노숙 위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주민은 호주 전체 인구의 3.3%에 불과했지만 노숙인 중 20%가 원주민이었다. 편부모와 살거나 가정 폭력을 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18~2019년에 전문 노숙인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18%가 25세 미만이었고, 이들 중 9세 미만의 어린이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여성 노인들의 노숙 비율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여성 중 노숙을 경험하는 노인 여성의 비율은 5년 만에 30% 이상 증가하여 68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가족이나 친구 사이를 전전하면서 지내거나 과밀한 주거지에서 살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노숙인은 사회적 불이익, 재정적 어려움, 건강 악화 등을 포함한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구조적, 개인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다. 가족과의 관계 붕괴, 실직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은 상황의 변화로 인해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노숙을 경험하거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 알코올 또는 약물 의존과 같은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의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노숙 위험의 증가와 큰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정 폭력은 사람들이 노숙을 경험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평균적으로 호주에서는 매주 한 명의 여성이 가정 폭력의 결과로 사망하는데 많은 여성과 자녀들이 이를 피하려고 종종 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2018~2019년에 전문 노숙인 서비스에서 숙소를 찾는 사람들의 40%가 가정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노숙인이 되지만 이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도심 공원이나 거리에서 잠을 자는 음주 또는 마약 문제가 있는 노인들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인구 조사는 ‘전형적인 노숙인’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남성,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이 노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영구적인 숙소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임시 숙소에서 또 다른 임시 숙소로 옮겨가기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바로 ‘숨겨진 노숙인’들이다. 이들은 친척이나 친구 집을 오가면서 지내거나 노숙인 피난처, 하숙집, 저렴한모텔, 심지어 자동차에서 생활하기까지 한다. 이런 불안정한 주거 시설에 거주하는 것은 학교에 가고, 일자리를 찾고, 건강을 유지할 힘을 주는 자존감과 능력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숨겨진 노숙인’까지 아우르는 호주의 노숙인 예방 노력

호주는 노숙인이 높은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뿐 아니라 많은 민간단체가 위기 상황에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노숙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 전반에 걸쳐 노숙 위험에 처한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인 미션 오스트레일리아(Mission Australia)는 퇴거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임시 숙소를 제공하며,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택을 찾도록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예방과 조기 개입이 호주의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알코올이나 약물, 정신건강, 그리고 도박과 같이 집을 유지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노숙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돕는 것이 한 예이다.

이런 민간단체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는 저렴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저렴한 주택이 부족하면 저소득층의 주택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런 스트레스가 건강, 교육,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국 노숙인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호주의 주택 경제성을 계속 악화시켰다. 사회적 격리 조치가 계속되면서 가계 소득이 줄어든 많은 가구의 주택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지속적인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인해 많은 호주 국민들이 자신의 집을 소유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임대비용 또한 세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2022년에 발표된 호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약 100만 가구가 주당 총소득의 30%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주택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소득층, 노숙인을 위한 공공 주택 증가가 해법

호주 정부는 2018년 7월 1일 ‘전국 주택 및 노숙인 협정(The National Housing and Homelessness Agreement, NHHA)’을 발표했다. 이 협정은 저소득층과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까지 한화 약 14조4000억 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 협정의 가장 큰 목표를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며, 저소득 가구와 노숙인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주택 시스템 구축’이라 밝히고, 가정 폭력의 영향을 받는 여성과 아동,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원주민 등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3년에는 저소득층과 노숙인들의 주택 구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 중반부터 5년간 좋은 위치에 있는 새로운 주택 100만 호 건설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국가 주택 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전국 주택 공급과 경제성 위원회’를 설립해 호주 정부에 주택 정책에 대해 독립적으로 조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 위원회의 기능이 “주택 공급의 경제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제공하고, 주택 정책의 주요 문제에 대해 보고하며, 주택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경제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노숙인 서비스 기관 

전문 노숙인 서비스 기관은 현재 노숙하고 있거나 노숙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거와 관련된 개인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받는 조직이다. 기관들은 재정 지원 규모나 역량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떤 기관은 노숙인을 직접 지원하는 데 특별히 초점을 맞추지만 다른 기관은 노숙인이 될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청소년 보호, 가정폭력 피난, 그리고 임시 주택 지원과 같은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식사, 샤워 또는 세탁과 같은 기본적이고 단기적인 서비스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 조언, 법률 상담과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부는 재정 지원과 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품질평가를 책임지고, 민간기관은 전담직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숙인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체계를 갖춘 것이다.

노숙은 단순히 지붕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는 모든 경우를 노숙(Homelessness)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 위에 노숙인 정책을 마련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주거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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