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복지저널에서 분기별로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장 이야기’ 코너를 통해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애환과 소회를 알리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민간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충분치 않았을 터. 전국 3만여 사회복지공무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의 이용규 제15대 신임회장을 만나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이용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이용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민간 사회복지사들에게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조금낯설다. 어떤단체인지소개부탁드린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이하 한사연)는 3만여 사회복지공무원의 모임이다. 한사연은 대한민국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공공복지연구와 공공복지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지식 공유, 사회복지전문가로서의 자질 향상을 주목적으로 설립됐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평안한 삶을 살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취임하면서 다짐한 바가 있다면?

개표 결과가 발표된 순간 기쁨과 환희보다는 벅차오르는 감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35년 전 공공복지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이와 같은 공공복지 발전의 중심이자 이 모든 성과의 큰 축이 바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실은 고질적인 악성 민원에 상처입고, 무시당하고, 목숨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승진은 타 직렬에 밀리고, 포상에서는 배제되고 있으며, 수당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이것이 가장 힘겹고 어려운 국민들과 함께하며, 그들 한명 한명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북돋우는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실이다. 동료들에게 일한 만큼 보상받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3년 후 성과로당당하게 평가받고 싶다.

 

사회복지사이자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일하기로 결심한 과정과 한사연 회장 출마 계기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은 종합사회복지관이었다. 3년여 동안 일하면서 솔직히 너무 재미있었고 보람도 컸다. 기관 내에서도 인정을 받아 빠른 과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만 해도 사회복지사 급여로는 가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공공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러나 공공이라고 사회복지공무원이 대우받거나 주류가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소수 직렬이라는 틀에 갇혀 한직이라는 멍에가 지워질 뿐이었다. 또한 2000년 이후 불거진 여러 가지 사회문제로 복지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업무가 폭증했고,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과 함께 사회복지공무원도 많이 증가했지만 처우는 형편없었다.

그러던 중 2013년에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사회복지공무원 네 명이 생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거다. 그들 중 한 분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는 “일이 많은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서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것은 괴물과의 사투보다 더 치열하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기에,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날 짓누르는 조직과 질서 앞에,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 광화문에서 하늘로 떠난 동료들을 함께 추모했던 1000여 명의 동료들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는 혼자서 아픔을 견뎌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이러한 다짐과 경험을 원동력 삼아 한사연 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를 타파하고, 사회복지공무원의 승진, 포상, 수당,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취임식에서 제15대 이용규 회장, 이성수 수석부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다섯 번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취임식에서 제15대 이용규 회장, 이성수 수석부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다섯 번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고금리 상황이 저소득층을 더 힘들게 하는 이런 시기일수록 더 두터운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 복지정책 역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넘나들며 일부 방향성이 바뀌기도 한다. 현 정부가 국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를, 복지정책을 추진할 때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사연이 주목하고 있는 현안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해달라. 

3만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공공조직 안의 다른 구성원만큼의 처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시군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행정직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사회복지직이며, 시군구 예산 중 30% 이상, 많게는 60%가 복지예산이다. 더구나 사회복지직이 임용된 지 36년이나 됐는데 승진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현실은 상위직급인 5~6급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지자체 직급별 정원 조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국 시군구에 행정직 등 타주요직렬과 사회복지직 5~6급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정리한 다음 이를 보도자료로 작성·배포해 현재의 불공정한 상황을 외부에 지속적으로 알리려 한다.

또 하나는 전국 읍면동 맞춤형복지팀 팀장을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의무 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등과 같은 위기가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위기가구 발굴과 관련한 복지 전달체계와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력 부족과 시스템 부재도 문제지만 위기가구 발굴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읍면동 복지팀의 전문성·지속성 부재가 주요 요인일 수 있다.

수십 년간 복지업무만 담당한 공공복지전문가인 사회복지공무원을 맞춤형복지팀 팀장으로 배치토록 해서 전문성, 지속성, 사후대처 등 위기가구 발견 감수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 대한 정부합동평가 항목에 ‘맞춤형복지팀장 사회복지직 배치율’을 포함시키도록 지속 요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력 확충, 안전 확보,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심리치료, 사회복지수당 차등지급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민간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공무원의 협업이 중요하다. 서로 이해도를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몇 년간 강원도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많은 민간 시설장들과 소통할 수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일반 행정직보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더 갑질을 하고, 기관·시설 종사자를 무시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일부 그런 몰지각한 직원들도 있을 수 있으나 대다수는 자신들과 같은 사회복지사로서 협업의 동반자로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강변했던 기억이 있다.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것을 일반화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러한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이 제도적 맹점에 기인한다면 속히 보완해야 한다.

회장 임기가 시작되면서 올해 3월부터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으로서의 임무도 시작되는데 그곳에서 민과 관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 민간과 공공의 사회복지사는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안락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다. 그 일을 두 손 잡고 함께했으면 한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IMF 이후 최악의 불경기가 다가온다는 경고가 빈발하고 있는 요즘이다. 사회복지공무원의 권익 향상이나 처우개선이라는 명제들이 사사롭게 보일 수도 있으나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어렵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을 최일선에서 대하는 공무원이 바로 사회복지공무원들이다. 그들이 일한 만큼 보상받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아야
밝은 모습으로 국민들을 대할 수 있다. 그것이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사회복지직의 권익과 처우 개선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 이유로 차별받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 슬로건이 ‘소방관은 불을 끄지만, 사회복지공무원은 국민들의 마음속 불을 끕니다’였다. 2023년 계묘년을 국민들의 마음속 불을 끄고, 사회복지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한 해로 만들려 한다. 또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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