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과 늘봄학교 정책을 중심으로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교육은 위기이자 기회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유아, 초등, 중등, 고등, 평생교육 등 모든 단계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저출산 시대를 맞이해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교육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낡은 관리와 규제 탓에 교육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노동, 연금과 함께 교육을 3대 개혁분야로 설정해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 교육부의 교육개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방향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2023년 교육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3대 개혁의 과제로 선정된 교육분야에서 유아교육에서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교육개혁 내용 중에서 복지 분야와 연동돼 새롭게 추진되는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정책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모든 유아에게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30년 미해결 과제인 ‘유보통합’ 추진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현행 유아교육과 보육 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치원의 교육과 어린이집의 보육은 개념과 역할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대상이 공통적이고 실제 활동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통합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사회적 계층에 따른 유아교육의 격차가 전 생애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오래 전부터 제시돼 왔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아교육 분야에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다양한 제도로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취학 전에 교육 기회의 격차가 심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30년 넘게 유보통합 문제가 논의돼 왔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다. 이번에 교육부는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유보통합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교육부의 유보통합 계획은 다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유보통합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영유아 발달과 특성을 고려한 ‘질 높은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재설계한다. 둘째, 교육부 내 유보통합추진위원회, 유보통합추진단을 1월에 설치하고, 교육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일원화한다. 셋째,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보육과 교육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해 ‘관리체계 통합방안’을 2023년 상반기에, ‘유치원 어린이집 간 격차 완화방안’을 하반기에 각각 발표하는 계획이다.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어렵지만 꼭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첫째,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원 간 자격과 처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이원화돼 있는 교원 양성과정과 자격요건, 그리고 처우의 문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돼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교원들의 처우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유치원의 경우에도 국공립과 사립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통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상향 평준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이원화된 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부처 차원에서 나뉘어져 있는 유아교육과 보육은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에 이르기까지 이원화된 구조로 연결돼 있다.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이원화된 구조를 교육부 중심의 유아교육 체제로 전환하는 과제는 역시 만만치 않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관리체제와 조직, 인력, 예산의 이관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유아교육으로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의 확보가 필요하다. 통합된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의 교원 처우 개선, 교육 프로그램 개선, 시설과 인프라 혁신을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아교육특별회계, 국고, 지방비를 통합하면서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넷째, 유아교육과 보육에 관련된 법령을 일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교육기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령개정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보통합 과제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육과 돌봄을 하나로, ‘늘봄학교’ 추진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방과 후에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돌봐야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조손부모 가정에서는 자녀 양육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유아시기에는 저녁까지 놀이중심 돌봄의 기회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 적은 반면에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돌봄과 함께 교육의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단순한 돌봄이 아닌 교육을 위해서는 주로 사교육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데 학원 이동의 과정에서 케어가 필요하고, 또한 원하는 수준의 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교육부는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초등학교 전일제 학교를 의미하는 ‘늘봄학교’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맞춤형 교육·돌봄(Edu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초등학교에서 최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제공하고,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은 문화, 체육, 예술 활동 등 학생 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침돌봄·틈새돌봄·일시돌봄 등 돌봄 서비스 유형을 다양화하며, 운영시간도 저녁 8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늘봄학교 정책은 추진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첫째, 학교장과 교사 등 학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교원단체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다. 교원도 가정을 갖고 있고 정해진 일과시간이 있기 때문에 부가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원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의 주체를 별도로 설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교육(지원)청 중심으로 운영체제를 전환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형태와 같이 ‘학교 내의 소규모 학교(schools in school)’처럼 별도의 운영주체가 학교 내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형태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전국적으로 늘봄학교 교육과 돌봄 인력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갖춘 전문적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교과교육과 연결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적 강사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늘봄학교 교사 자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자격을 갖춘 강사가 학교에 배치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 수준에서 늘봄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한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야 한다. 2025년부터 전국으로 늘봄학교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정부가 목표를 정하고 확대하는 정책의 경우에 프로그램 운영이 부실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수준과 지역수준에서 ‘늘봄학교 지원센터’를 설치해 늘봄학교 운영, 프로그램, 강사 등에 대해 모니터링 및 인증하도록 하고, 특히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컨설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돌봄 정책이 되려면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정책은 교육정책이자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개입이 없을 경우에 사회경제적 격차가 아이들의 교육기회 격차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강조돼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사회적 격차로 인해 교육과 돌봄의 기회에서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라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하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발달의 수준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보육과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아이들 간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에 발달의 차이가 교육의 격차로 연결되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교육은 국가와 지역 발전의 근원이고,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해 국가가 투자해야할 가장 중요한 혁신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에서 특히 돌봄 영역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교육개혁 방안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애단계별 교육복지 정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아교육과 초등학교 돌봄 정책이 국민들이 소망하는 방향으로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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