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의 어린이 정책 업무를 일원화한 내각총리대신 직속기관인 ‘어린이가정청(こども家庭庁)’이 2023년 4월 출범한다. 본고에서는 어린이가정청 창설이 논의된 배경과 조직 및 업무 개요, 출범의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고, 한국의 아동행정에 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어린이가정청의 창설 배경

최근 일본에서는 아동을 둘러싼 문제들이 심각해지면서 그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낮은 출산율과 출생아 수 감소가 사회적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아동을 둘러싼 자살, 학대, 부등교, 이지메(집단 따돌림)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1년 6월 18일 각의(우리나라의 ‘국무회의’ 격)를 통해 결정된 ‘경제 재정운영과 개혁 기본방침 2021’에서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의 시점에서 각 발달단계에 따라 단절 없이 대응하며, 곤란을 떠안고 있는 아동이 지원에서 누락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행정 조직을 새로 창설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그 후 여섯 차례의 논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 21일에는 모든 어린이 정책을 총괄할 행정기관의 조직체제 및 기능, 향후 일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어린이 정책의 새로운 추진 체제에 관한 기본 방침:어린이 중심 사회를 지향하는 어린이청 창설’(이하 ‘어린이 정책 기본방침’)이 결정됐다.

이듬해에 열린 제208회 국회(2022년 1월 17일~6월 15일)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가정청에 대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논의됐고, 6월 15일에 비로소 정부가 발의한 ‘어린이가정청 설치법안’ 및 ‘어린이가정청 설치법의 시행에 따른 관련 법률의 정비에 관한 법률안’(이하, ‘어린이가정청 설치관련 법안’)과 여당(자민당·공명당)이 발의한 ‘어린이기본법안’이 통과됐다.

어린이가정청 창설 논의 과정에서 ‘어린이청’과 ‘어린이가정청’이라는 두 명칭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흥미롭다. 어린이청 사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린이 개인의 권리 보장을 더욱 강조하면서 가정 지원으로는 효과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 필요성, 육아는 가정과 부모의 책임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반면, 어린이가정청 사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린이가 가진 여러 문제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가정 문제 해결에 대한 중요성과 육아의 일차적 책임자인 부모의 육아 역량 제고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어린이 정책 기본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어린이청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으나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어린이가정청이라는 명칭이 채택됐다.

 

어린이가정청 조직과 업무

올해 4월 출범 예정인 어린이가정청은 그동안 일본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이 각각 담당해 온 어린이 정책 업무를 일원화해 내각총리대신 직속 내각부 외청으로 창설된다. 기존 어린이 정책과 관련해 각 부처 장관이 갖고 있던 권고권 등의 권한이 내각부 특명 어린이가정청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부여되며, 부처별로 추진됐던 각료회의나 심의회, 백서 및 대강(大綱) 작성 등도 어린이가정청 내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로써 어린이가정청은 어린이 정책 전반에 걸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소관 업무는 기존 내각부가 담당했던 저출산대책, 어린이·청년육성지원, 아동빈곤대책 등과 후생노동성이 담당했던 모자보건대책, 한부모가정지원, 아동학대방지대책 등이 어린이가정청으로 이관되고, 미취원아동(미취원아동 한자), 영유아 건강검진 미수검자나 보육원·초등학교에 입원·입학하지 못하고 있는 아동) 방지, 어린이안전대책, 어린이 정책 관련 디지털기반 정비 등 새로운 업무도 수행하게 된다. 다만 문부과학성이 담당하는 의무교육, 유치원, 이지메 방지대책은 어린이가정청으로 통합되지 않으며, 어린이가정청의 권고 하에 양 기관 간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수행될 예정이다.

어린이가정청 내부 조직은 장관을 최고 책임자로 하여 그 밑에 ‘장관관방(長官官房)’, ‘어린이성육국(こども成育局)’, ‘어린이지원국(こども支援局)’의 1관방 2국 체제로 편성될 예정이다. 먼저 장관관방에서는 어린이 및 육아 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통한 어린이 정책 기획입안 및 종합조정, 어린이 정책 홍보, 근거에 입각한 어린이 정책 평가, 개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린이성육국에서는 임신·출산 지원부터 모자보건의료, 취학 전 보육·교육, 육아 상담 지원, 사회적 이바쇼(居場所, 개인이 소속감을 느끼며, 존중받는다는 느낌과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곳) 만들기, 어린이 안전대책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린이지원국에서는 아동학대 및 이지메 방지대책과 시설보호아동, 가정위탁아동, 빈곤층 아동, 장애아동, 한부모가정 등 보호 및 지원대상아동, 가정에 대한 지원 업무를 맡는다.

 

어린이가정청 출범 의미와 과제는?

일본 어린이가정복지학에 있어서 ‘어린이(子ども, 코도모)’라는 개념에 내포된 의미는 특별하다. 전통적으로 일본 아동복지에 있어서의 아동(児童)은 개인 소유물적 아동관에 입각한 보호 대상으로 간주돼 온 경향이 있는 반면, 어린이가정복지학에서는 어린이를 사회적 육아관에 입각한 보호 대상인 동시에 의견표명권 등 능동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인격적 주체로 간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린이가정청은 전통적인 아동관 및 아동복지의 틀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어린이 정책입안·집행·평가 등을 총괄하게 될 일본 최초의 행정기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부처별 수직적 행정이 낳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어린이들의 권리 보장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어린이가정청이 수행할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어린이가정청은 의무 교육, 유치원, 이지메 방지대책 등 문부과학성 소관 업무를 통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측면도 있다. 특히 어린이가정청을 둘러싼 국회 심의과정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유치원·보육소 일원화’는 관계부처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어린이가정청 출범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일본의 영유아가 다니는 시설은 문부과학성 소관의 ‘유치원’, 후생노동성 소관의 ‘보육소’, 내각부 소관의 ‘인정어린이원(認定こども園, 유치원과 보육소의 기능을 합쳐 유아 교육과 보육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으로 구분된다. 일본에서는 유치원과 보육소는 법적 근거나 교육 내용, 입소(입원) 조건, 시설 기준 등이 달라 1960년대 이후 유치원·보육소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어린이가정청이 강력한 리더십과 의견 조율을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에서 어린이가정청 출범으로 인한 어린이 정책 변화에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산 및 지원체제가 확대되는 것이다. 어린이가정청 창설 논의 과정에서는 내각총리대신 및 내각부 관계자들이 어린이 정책 관련 예산을 배증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어린이가정청 내부 조직에는 기존의 내각부 및 후생노동성의 어린이 정책 담당 직원을 합친 인원 약 200명보다 훨씬 웃도는 350명의 직원이 배속될 예정이다. 그러나 23년 어린이가정청 예산에 관한 개산요구(概算要求, 각 부처 장관이 다음 해 세입, 세출, 이월 예산 및 국고 채무 부담 등을 총괄한 견적 예산액을 재무성 장관에게 요구하는 것) 총액은 4조7510억 엔으로 전년 대비 1.4% 수준인 639억 엔 증액에 그쳐 예산 확충이 어린이 정책 전반의 내실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장기적·안정적으로 어린이 정책 관련 재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어린이가정청 출범의 실효성과도 연관된 중요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듯 일본 어린이가정청은 모든 어린이들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반면 출범 전부터 다양한 과제들을 떠안는 형국이 되었다. 아동 관련 정책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일본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과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도 통합적 어린이 정책 추진에 대한 논의는 주요 과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일본 어린이가정청 출범이 어린이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해소하고, 정책 전반의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향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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