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중반에도 여전히 면접은 긴장의 시간이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짐승 같은 성실함을 갖춘 제1의 정체성이 사회복지사인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양한 사회경험이 시너지가 되도록

김미애 ​​​​​​​파주시운정종합사회복지관 부장
김미애 파주시운정종합사회복지관 부장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배울수록, 알아갈수록, 경험할수록 매력을 느꼈지만 졸업 후 짧은 경력을 끝으로 사회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카드사와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혹독하면서도 쓰디쓴 사회경험을 통해 단단함과 성숙함을 장착하고, 조금 늦게 사회복지 현장에 다시 돌아왔다. 떠나있던 시간만큼 더 많이, 더 빨리 뛰어야했다. 마지막 세무회계사무소에서 퇴사할 때 사장님께 남긴 편지에 썼던 ‘가슴뛰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현실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밤샘도 야근도 동료들과 함께 하면 힘들 것이 없던 시간들이었다. 종합사회복지관 두 곳을 거쳐 노인종합복지관으로 이직했을 당시 지역적 특성이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모양새를 맞춰나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주하려 하지 않는 것이 삶의 모토임에도 불구하고 복지관에서 법인 변경, 기관장 변경 등 잦은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던 직원들과 함께 방향성을 맞춰나가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사례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돌봄 사각지대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몸도 맘도 한계에 이르렀다. 왜 이곳에 있는가를 고민하고 고민하던 순간, 한계점을 임계점으로 만들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는 홀연히 사회복지 현장을 다시 떠났다.

연기획, 로드매니저, 산학협력단 연구원 등 N잡러의 시간들을 거쳐 진짜 쉼을 갖겠다고 시작한 바리스타 자격과정은 강사과정까지 이수하게 됐고, 어느덧 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에서 장애인 취업을 위한 바리스타 실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여전한 내 모습을 깨닫던 순간 다시 가슴이 뛰고, 이같은 작은 변화에 기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시 시작되는 도전, 작은 손길이 모여 변화의 역사를 쓰다

사회복지를 떠나있던 시간 동안 바닥 끝까지 내려가 나 스스로와 직면해야만 했다. “Who am I…” 말보다는 침묵과 걷는 시간들을 통해 다시 ‘나’와 마주하고 드디어 사회복지 현장으로 돌아왔다. 2023년 1월 고향인 파주에서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운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또 다른 출발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지만 역시나 개관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지역사회, 새로운 문화 적응과 동시에 완성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흰색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혼자 그리는 그림이 아닌 여럿이 조금씩 함께 그리는 그림이다. 이 그림이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 과정이 매우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

50만이 넘는 파주시 인구의 절반인 25만 인구가 밀집해 있는 운정이라는 신도시. 그곳에 만들어지는 두 번째 종합사회복지관인 만큼 주민들이 누구나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고, 그 곳에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행복을 충족할 수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으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해나갈 수 있는 곳이길 바래본다.

 

파주시 운정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이번 달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시 운정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이번 달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직은 부족하고 준비가 덜 되어 있지만 계속 채워나가려 한다. 그렇게 채워가는 그 시간,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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