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영 경기도 수원특례시 주무관
김충영 경기도 수원특례시 주무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시민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어려운 분들께 도움을 드리면서 책과 선배들에게 배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선까지 도움을 드려야 할까? 과연 내가 드리는 도움이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도움을 요청한 분들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형식적인 도움일 뿐인지? 항상 매년 이맘때가 되면 6년 전 일이 생각난다.

 

동으로 발령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전화가 울렸다. 무릎이 너무 아파 걷지 못하니 제발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였다. 늘 하던 대로 상담내역을 우선 확인하니 좋은 내용은 거의 없고, 직원들 이야기는 안중에 없이 본인 이야기만 한다는 기록만 있었다. 이후 그 집에 들어선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6살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난방을 하지 않아 한기가 가득했고, 내게 보여준 약 봉지에는 ‘마약(진통제)’이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인 배우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성실하게 생활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왼쪽 무릎을 다쳐 일할 수 없었고, 소득이 없어지면서 가정불화가 심해져 배우자가 가출해버리는 바람에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저귀, 분유값이라도 벌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일용직을 전전하다 오른쪽 무릎까지 다쳤는데 치료비가 없어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받은 보험금 몇 백만 원을 아껴가며 생활비로 쓰고, 인근 성당에서 아이가 먹기에는 아직 이른 밑반찬을 받아 간신히 끼니를 잇고 있었다. 기존 담당 공무원들은 국민기초생활수급을 받게 하려 해도 배우자와의 법률상 이혼 문제와 부양의무자 서류 준비 등 사례개입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워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담담하게 글로 쓰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나 홀로 아이를 돌보며 최선을 다해 생활해왔던 그 분의 삶을 보면 공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사실상 이혼 상태인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통합조사팀 업무담당에게 읍소해가면서 서류를 만들어 생활보장심의위원회에 부쳤고, 어렵게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이후 의료급여와 긴급복지 지원을 통해 양 무릎 수술을 받게 하고, 치료기간 중 자녀를 돌봐줄 가정을 찾고, 어린이집 하원 후 방과후 돌봄 교실사업을 하고 있는 학원을 찾아 연계하고, 월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LH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하게 한 후, 후원해 주겠다는 업체를 수소문해서 이사까지 진행하고나서 9개월 만에 사례를 종결했다.

사례를 종결하면서 그분께 말씀드렸다. “계속 지켜봐드리고 싶지만 제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저밖에 없습니다. 끝까지 지켜봐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처럼 아직은 한창 일하실 나이세요. 아이 교육을 생각해서라도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조금이라도 일을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러자 그 분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도와주시는 직원이 좀 더 있었다면 다른 어려운 분들도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 돌보기만도 벅차지만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꼭 저도 노력할게요”라고 답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무엇을 얼마만큼 해야 할지 결정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기에 주어진 여러 업무를 정신없이 처리하면서도 여러 동료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자립의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었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고, 오로지 개인적 신념과 철학에 따라 업무에 매진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경험하고 나서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점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물론 이 이야기는 술을 마시고 수급비가 적다며 행정복지센터에 와서 폭언과 폭행을 하는 악성 민원인 뉴스와 비교해보면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생각한다. 나는 사회복지공무원, 작게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이지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국민에게는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얼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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