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도 경남 사랑의열매 사무처장
이성도 경남 사랑의열매 사무처장

사상 최초로 겨울에 치러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달성에 성공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축구의 열기와 함께 저물어간 2022년을 뒤로 하고,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3년간 지속되어온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경기회복을 기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경기침체 등 혼란스러운 정세와 우리를 짓누르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3고 현상에 밝고 희망찬 새해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겨울 우리의 나눔은 뜨거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는 3000호를 넘어 계속 기부가 이어지고 있고, 연말이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지역별 익명 기부자들의 온정의 손길은 어려운 우리 사회의 작은 촛불이 되어주고 있다. 매년 고사리 손으로 한푼 한푼 돼지저금통을 채운 아이부터 폐지를 주워서 생활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추운 겨울이 되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고 나눔에 동참한다. 그리고 우리는 작년 한 해 강원도 산불피해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바로 ‘나눔’을 통해 이겨내고 새해를 맞았다.

 

나눔으로 지속가능한 세상

사회적 자본에 있어 대표적인 학자인 퍼트넘(Putnam)은 사회자본의 구성요소로 신뢰, 규범, 네트워크(나눔) 등을 강조했고,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위틀리(Whiteley)와 같은 학자들이 연구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국가경제에 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또한 현대사회는 이미 나눔 관련 산업이 한 나라의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측면에서도 나눔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나눔은 국민의 행복과도 직결되는 요소인데 2015년 유엔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1인당 GDP와 같은 경제력보다 도와줄 사람의 존재가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타인에게 기부를 하는 관대함도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부통계를 살펴보면, 세액공제 기준이 적용된 2014년도부터 최근 7년간, 연간 개인 기부 참여자 수(기부금 세제혜택을 받은 기부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전체 기부금 규모 또한 2020년 소폭 감소하였으나 전체적 흐름으로 볼 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IMF 외환위기와 2002년 금융위기 때에도 기부금이 증가하는 모습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기부와 나눔은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공존을 꿈꾸는 2023년의 한국 사회에 의미있는 대안으로 다가온다. 나눔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조금더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말이다.

 

일상이 되는 나눔

나눔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나눔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2 기부트렌드(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22)에 따르면, MZ세대 청년들은 단순히 돈이나 물품을 후원하는 것을 넘어 ‘기부’란 ‘사회참여’이고, ‘사회참여’가 곧 ‘기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삶의 방식 즉, ‘문화’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직접 기부하는 28%의 응답자에 비해 생활 속 실천이나 착한 소비 등에 참여하고 있는 절반가량의 참여자들은 이를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실천 활동이 MZ세대가 주류가 되는 머지않은 미래에 더 활발해 질 것이고, 기부문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임을 추측케 한다. 동전과 지폐가 없는 세상에 가두모금이 퇴색해가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현장에 있는 비영리종사자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세제상의 혜택, 정부의 제도적 지원, 홍보와 마케팅 능력 등 전통적으로 나눔문화 활성화를 위해 요구되어왔던 명제들에 더해 조금 더 지역사회에 파고드는 일상화된 나눔문화에 대한 요구는 최근 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와 함께 올 한해 나눔영역의 큰 과제로 다가온다. 기부자와 사회 변화에 맞춰 모금전략과 활동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비영리조직이 어떻게 기부자들과 더 가까이 일상 속에서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비영리조직으로의 자리매김 또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꿈을 꾸자

새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 없는 여느 날처럼 맞는 평범한 일상.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으로 향하는 그 무미건조한 시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그래… 우리 다시 꿈을 꾸자… 돌이켜보면 그저 어리고 순수하던 시절에는 딱지 한 장, 친구 손에 들린 손때 묻은 구슬 하나, 할머니 고쟁이 춤에 감춰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아부지 월급날 먹게 될 자장면 한 그릇을 꿈꾸고 기뻐하고 감동받고 그렇게 살았으면서… 나이를 먹으며 세상에 부딪치고 깨지고 일상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버린 우린 언제부터인가 꿈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살고 있는게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하여 1년 중 적어도 새해 첫 달만큼이라도 우리 다시 꿈을 꾸자. 학창시절 책가방을 메고 호기롭게 외쳐댔던 대통령, 장군, 과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매해 반복되는 금연이나 다이어트 같은 꿈이 아닌, 2023년 계묘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그래 잘 살아왔어’ 하고 스스로를 토닥거릴 수 있는 의미 있는 꿈을 꾸자.

사전을 펼쳐보면 우리는 두 가지 의미의 꿈을 마주하게 된다. 잠자는 동안에 경험하는 일련의 영상, 소리, 생각, 감정 등의 느낌을 꿈이라고 하기도 하고, 희망 사항, 목표 등도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목표와 바라는 것이 클 때 우리는 ‘꿈이 크다’라고 말한다. 꿈은 실현하고 싶은 이상을 추구하는 이에게 내적 동기부여의 수단이 되므로 꿈을 가진 사람은 생동감있게 일상을 채울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고, 계속 무엇인가를 향해서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인류역사에서 위대한 일을 이루어 낸 이들의 삶을 보면,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계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새해 첫 날,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을 바라는 평범한 ‘사회복지사’의 삶을 원하는 나는 올 한 해 나눔으로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우리가 하는 일들이 조금 더 나눔문화를 일상으로 만드는 일들이기를 꿈꾸며 돈키호테를 평한 고 장영희 교수의 글로 부족한 기고문을 마무리하려 한다.

“돈키호테가 마지막 모험에서 돌아와 제정신이 들어 임종한 후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졌다. ‘광인으로 살다가 제정신으로 죽은 이여.’ 하지만 햇빛 눈부신 어느 날 오후, 어쩌면 돈키호테처럼 잡을 수 없는 별에 손을 뻗치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끊임없이 꾸는 ‘광인’의 삶이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미련이 너무 커서 ‘아무리 조롱당하고 상처 입어도 한사람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이 세상 좋아지리…’라는 돈키호테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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