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성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무성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사회복지 영역은 사회경제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현대 산업사회 발전 과정에서 야기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사회복지는 1차적으로 현대인의 신체적 건강과 경제적 욕구에 부응하는 사회제도로 발전했다. 그 후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정신 건강이나 여가 분야까지도 사회복지 영역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영적(spiritual) 영역도 사회복지 실천의 중요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사회복지개론 교과서는 사회복지의 정의를 ‘현대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빈부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상의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람들의 사회적·경제적·건강적 욕구뿐만 아니라 정신적·영적 욕구까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제반 노력’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21세기 들어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후 재앙을 겪으면서 환경이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실감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라는 중대한 전환점에 기업은 ESG경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 사회복지의 개념에도 환경적 요소를 포함시켜야 할 시점이다.

 

최근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기업경영을 혁신하고, 궁극적으로 지구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지속가능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동안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 특히 유엔은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제안하면서 모든 국가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빈곤, 질병, 교육, 성 평등, 난민, 분쟁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 다양성 등 지구 환경문제, 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경제 사회문제와 같은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다.

사회복지 실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능동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특히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파괴와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사회복지계도 신속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민간 사회복지 입장에서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사회문제의 제공자인 동시에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변화와 ESG경영 추세를 고찰하고, 기업과의 전략적 소통 및 협력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ESG경영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경영의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투자자와 고객의 ESG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기업평가에도 ESG요소가 반영되는 등 ESG가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도 ESG 확산을 통해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현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SG경영은 다양한 세부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로 이러한 요소를 기반으로 투자를 위한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사회복지 분야와 관련이 깊은 사회(S)요소에는 고객만족, 지역사회관계, 정보 보호, 공급망 관리, 인권 및 다양성, 안전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 사회복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요소는 지역사회관계와 인권, 다양성 정도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복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기업 기부 활성화를 적극 추진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됐다. 기업사회공헌은 자선적인 활동에서 시작해 비영리조직과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했고, 기업은 주로 사회복지 분야를 선호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곧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인 임직원 자원봉사가 대부분 사회복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이 기업으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거나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에서 정책 수립에 주요기업 사회공헌 조직의 의견을 반영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전국 규모의 사회복지기관이 기업과 연계하여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환경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환경 법령이 제정됐다. 1996년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의 제정과 함께 기업들은 공해 방지 대책에서 나아가 더욱 적극적인 환경경영으로 전환했다. 지구환경문제 특히 지구온난화는 경영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2010년대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관점에서 펼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시대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형태가 활성화됐다.

한편, 사회공헌 활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도 등장했다. 이는 가치융합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즉,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성과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투자 형태다. 기존의 자선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기업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이로써 최대한의 경제성과 와 함께 사회성과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임팩트 투자는 ESG를 강조하는 추세에 맞춰 환경과 거버넌스에 초점을 두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매출순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준비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 ESG에 대한 CEO 관심도는 매우 높다 36.6%, 다소 높다 29.7% 등으로 집계되어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ESG 전략 수립 시 애로요인을 묻는 설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7%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꼽았고, 이어 자사 사업과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등을 지적했다.

이와 같이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기업경영에 대한 국제표준이 중요해졌고, 이에 ESG경영은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를 맞아 사회적·생태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경영은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주로 환경(E)과 투명경영(G)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전통적인 사회복지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은 위축되는 추세이다. 사회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S)요소는 모호해지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아쉽다.

 

ESG경영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의 과제

기후 위기에 기업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은 사회복지 주 대상인 취약계층에게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계도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동참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의 ESG경영에 발맞춰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경영을 기반으로 환경과 사회복지에 대한 균형 잡힌 책임의식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번영과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기업과의 협력적 관계를 사회변화에 맞게 잘 발전시켜 왔다. 2007년 보건복지부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내에 정부·기업·복지기관의 협력적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는 허브기관으로 사회공헌정보센터를 설립하면서 민간 영역에서 정보 제공 및 중재자의 역할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기업이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지역사회공헌 기업으로 인정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도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환경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기후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회복지계도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기후 위기로 인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업의 ESG경영에 맞춰 파트너십을 이루어야 한다.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SG경영은 각 요소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사회(S)요소가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복지계의 분발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