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정년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굿네이버스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야말로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이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아동복지 분야의 여러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정년을 맞아 은퇴했다. 그런데 뗄 수 없는 인연이었을까? 고향이나 다름없는 굿네이버스로 돌아와 아동권리 수호에 매진하고 있는 운명의 주인공 이호균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이사장을 만나봤다.

이호균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호균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이사장

굿네이버스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 2011년 부회장으로 정년퇴임했는데 다시 굿네이버스로 돌아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굿네이버스 창립 멤버의 일원이자 구성원으로 다양한 부서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단체의 운영과 조직 경영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보건복지부 위탁 기관장 역임과 자문위원회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의 정책방향 수립과 아동권리 모니터링에 깊이 개입하고, 정부정책, 특히 아동정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관여하며 여러 변화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굿네이버스 창립 멤버이기에 우리 단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비전이 체화돼 있는 장점과 그동안 국내 아동권리증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점을 고려해 법인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직책을 맡긴 것으로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소임을 감당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이사회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거버넌스에 동참해 주고 있어 큰 부담 없이 일하고 있다.

 

3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굿네이버스가 최근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굿네이버스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인이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회복지 전문 NGO를 만들고자 8명이 뜻을 모아 1991년 3월에 창립한 이래 아동권리 최우선의 가치를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실현하며 전문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글로벌 아동권리 옹호 대표 NGO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동보호체계의 발전을 주도해왔고,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역사회의 필요에 귀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왔다.

제가 맡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과 이를 위한 권리옹호활동 및 네트워킹을 사업 추진방향으로 설정해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은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남미의 42개 국가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재단법인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설립과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빈곤문제 해결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돕고 있다. 재단법인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67만여 명의 굿네이버스 회원들 중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나눔문화 창출사업과 미래형 공동체 마을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짐한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아동복지 실천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수해 굿네이버스가 복지사업을 전문적으로 투명하게 수행하는 NGO로 거듭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정부가 민간단체에게 사업 운영을 위탁하는 경우나 국민들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받는 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굿네이버스가 아동권리보호와 복지 실천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해 온 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성 평가를 통해 결과에 기반한 접근으로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아동복지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굿네이버스가 앞으로도 우리나라 아동복지 현장이 더욱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자율과 존중이라는 창립정신을 이어받아 정직하고 겸손하게 맡은 바 책무를 잘 감당하도록 계속 지지하고자 한다.

 

외원기관에서 번역사로 일하다 사회복지 현장에 첫발을 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한국전쟁 발발 이후에 수많은 국제 NGO가 한국에 지부를 설치하고, 해외 후원자와 전쟁고아 결연을 통한 해외원조기금이 도입되면서 국제본부와 한국지부의 소통을 위해 영어전공자들이 대거 국제 NGO 한국지부에서 활동하게 됐다. 해외 후원자와의 소통을 위한 번역뿐 아니라 국제본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 내에서 실시하는 지역개발사업 운영, 사업 결과를 평가하는 활동, 해외기금이 투명하게 집행되었는지 살펴보는 내부감사, 회계보고 등 모든 분야에서 영어가 필요했기에 업무 부서를 순환하면서 자연스레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익히게 됐다. 이후 굿네이버스 창립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현장에 몸담게 됐다.

 

굿네이버스에 오랜 시간 몸담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르완다의 종족 간 갈등으로 피신한 난민들이 이웃 나라인 콩고민주공화국에 거대한 텐트촌을 이루었을 때에 굿네이버스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하고, 1994년 8월부터 르완다 난민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개발사업을 위해서는 유엔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회원단체 등록에 필요한 방대한 서류를 8명의 창립멤버들이 직접 작성하여 신청했다. 이후 한국 NGO로는 최초로 유엔경제사회이사회가 NGO에게 주는 최상위 협의지위인 포괄적 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를 부여받았다는 유엔 발 뉴스가 1996년 8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매체에 보도되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굿네이버스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보호자의 아동양육기능이 취약해 가정 밖으로 밀려난 요보호아동에 대한 사후조치가 아닌 현재 가정 내에서 학대나 방임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친권과 양육권에 대항하면서 접근해야하고, 공권력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발효와 같은 공공의 개입,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아동학대 신고건수 급증 등으로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초기 15개소에서 현재 74개소로 확대됐다. 이는 2023년 10월부터 학대피해가정에서의 재학대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심층사례관리 전문기관으로 그 역할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을 개발해 아동학대 사례에 특화된 서비스 모듈을 마련했고, 법인을 초월하여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 서비스 기능 강화를 지원해왔다. 앞으로도 굿네이버스는 ‘아동권리연구소’를 주축으로 현장의 이슈에 맞춰 다양한 영역에서 표준화·체계화된 서비스를 마련하고, 증거 기반 실천·정책 제언을 지속하면서 강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뿐 아니라 위기가정 지원, 자립준비청년 지원 등 복지업무 전 영역에서 사례관리의 전문성이 요구됨에 따라 ‘역량강화센터’를 설치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각 업무별, 직급별 필요한 교육을 통해 업무의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의 아동복지정책 및 제도 등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 시기에 태어나는 아동 한명 한명이 매우 소중하다. 이들을 잘 양육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동보호체계는 아동복지 업무의 관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40여 년 뒤늦게 시작했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사건이 많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거나 강력한 사법적 개입 부족으로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잘 양육되고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조기에 발견해 양육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예방적인 개입 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정부도 아동 돌봄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오고 있으나 여성이 출산과 육아과정에서도 경력단절 없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취업환경 조성, 자녀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돌봄 환경 마련 등 사회적인 여건이 더욱 개선돼야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정책과 아동예산은 정책 결정에서 늘 후순위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이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정책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복지저널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복지국가의 건설이 모든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이며, 이러한 복지국가 건설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 업무를, 특히 민간에서 수행하는 복지 업무를 단지 봉사하는 일 또는 좋은 일 하는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모든 영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 업무는 전문적인 휴먼 서비스이며, 그 전문성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주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모든 기관들이 서로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힘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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