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애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
신정애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날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2월 18일 31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야 말았다. 3월부터는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 그리고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그 해 4월부터는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 사회 등으로 크게 변화된 일상이 2020년 1월 이전의 ‘보통의 삶’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뉴노멀'을 이야기하게 됐고, 그 이후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생겨났다.

 

자원봉사의 뉴노멀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선포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모두에게 어려움이 닥쳤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우리 이웃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뉴노멀’이라는 용어는 코로나19 직후부터 등장했고,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자원봉사의 회복력과 재구축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낯익었던 일상, 즉 ‘노멀(normal)’이 정지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재조직화 되는 시점으로 이를 ‘세계 내 모든 존재자들을 기존의 궤도에서 이탈시키거나 경로를 변경시키는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뉴노멀 (new normal)은 ‘이전에는 흔하지 않거나 예외적인 것으로 보였던 현상이 점차 흔한 표준이 되어가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뉴노멀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거나 커다란 흐름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첩된 무수한 역사적 유산들, 즉 세계화,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지속가능 발전 등이 ‘팬데믹의 순간들을 경과’하며 개별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과 사회구조의 특성이 맞물려 나타나는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와 공공의 역할을 확대시키기도 하고, 시민참여의 공간과 방식에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 영역 내에서의 변화는 점점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영리조직에서는 수입 감소와 인력 감축 등 운영의 어려움, 각종 서비스의 생산 및 제공방식의 중단, 유급직원의 역할 부담 증가, 인력부족과 대면방식의 한계로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난관, 모금방식과 기관 프로그램에 있어서의 디지털 전환 곤란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원봉사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모든 국가에서 자원봉사자가 급감하는 현상을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원봉사의 인구학적 구성과 봉사활 동 방식 및 자원봉사 조직 측면에서의 특징은 △자원봉사 참여율 급감 △새로운 봉사자의 유입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활동 증가 △봉쇄조치 등에 따른 조직을 통한 공식 봉사활동 위축 △재난대응, 공중보건과 의료, 정신건강 및 취약계층 지원이 중요한 수요로 부각 △민간 자원봉사 조직의 재정 및 운영의 위기 △공적 자원봉사 인프라의 역할 중요성 이상 일곱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초기 방역 현장과 위기상황에서 보여준 한국의 자원봉사활동,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연대와 다양한 참여 양상은 대체로 시민사회의 탄력적인 대응과 변 모를 통한 강건함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성의 ‘전설’로 남을 것인지, 혹은 자원봉사 참여방식의 전환적 계기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엇이 변화됐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분명 자원봉사 현장은 코로나19 상황을 3년 가까이 거치며 초기 위기상황에서의 혼돈과 도전을 경험하면서도 이에 대해 다각도로 대응했고, 많은 것을 학습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의 끝에 향후에도 지속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될 ‘자원봉사의 뉴노멀’을 체계적이며 구체적으로 밝혀낼 필요가 있다.

 

세계자원봉사자의 헌신과 봉사에 경의를 표하는 날

12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이다. 유엔은 1970년에 유엔 자원봉사 제도가 제정·실시된 지 15주년을 기념하면서 그동안 세계 방방곡곡에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나아가 자원봉사의 고귀한 정신을 더욱 선양하기 위해 1985년 12월 17일 유엔총회에서 12월 5일을 세계자원봉사자의 날로 제정·공포했고, 모 든 나라들로 하여금 매년 이날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날은 세계 곳곳에서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자원봉사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이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또한 모든 나라들이 자원봉사자의 공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세울 것과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유엔은 제네바 국제본부 내에 자원봉사 사무국을 설치하고,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기념행사에 대해 자세한 안내와 더불어 국제간의 자원봉사에 관한 정보교류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는 유엔자원봉사제도가 제정된 197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엘리노어 왓슨(Mrs. Eleanor Wasson)의 주장으로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왓슨 부인의 거실에 모여 세계적 자원봉사기구 설립에 뜻을 모았고, 같은 해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제1회 국제대회에 29개국에서 55명이 참석했다. 1972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국제대회부터는 우리나라 각당복지재단의 김옥라 박사가 참석했다. 2008년 부터는 한국의 이강현 박사가 IAVE의 세계회장을 맡아 IAVE를 크게 성장시키는 등 국제사회와의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현재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IAVE에 한국대표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12월 5일 서울YWCA강당에서 제1회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행사를 개최한 이래 작년까지 34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된 2005년부터 정부와 행사를 공동주최하면서 그 해 행사를 제1회로 정함에 따라 작년 행사는 제17회 행사로 치러졌다.

 

코로나19 뉴노멀의 특징과 자원봉사 뉴노멀의 맥락

우리는 지금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면화된 디지털 사회 △급부상한 환경의 가치 △위험의 일상화와 약화된 사회적 연결 △국가 역할의 확대와 시민사회의 강건성 등은 코로나19 뉴노멀의 특징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데 불과 몇 달이 걸리지 않은 것처럼 이것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지구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시대임을 말해준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난제들이 정부의 독자적 역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다.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원봉사의 영역 확장과 참여 방식의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주체들 간의 연대 확장과 참여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각 지역사회는 ‘관계적 공동체성의 위기’, ‘공동체 취약성’이 심화됐고, 이러한 공동체의 위기는 ‘개인의 취약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회양극화 심화, 교육·보건위생·주거·일자리 등 일상생활에서 위험요인의 증가로 청소년·청년의 사회적 단절, 실업률 증가로 인한 니트(NEET, No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증가, 교육·정보화 격차, 사회적 갈등 및 소외·배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자원봉사 참여 방식이 대면성, 집단성, 공식성, 정규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 뉴노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온라인 자원봉사와 같이 비대면성, 비공식성, 비정규성, 개인주의적 일대일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 등 혁신 주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참여방식의 다양화와 영역 확장이 요구된다.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식적 자원봉사가 갖는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욕구를 지닌 봉사자의 선호와 역량에 맞춘 소규모·개별적 맞춤형 자원봉사와 비공식적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코로나19부터 작년 봄 강원지역 산불과 여름 태풍·수해까지 국가적인 재난과 재해를 극복하는 원동력이었으며,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따뜻하게 돌봐준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자원봉사자의 땀과 정성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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