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이메 마르꾸에요 세르보스(Chaime Marcuello-Servós) 스페인 사라고사대학교 교수

챠이메 마르꾸에요 세르보스(Chaime Marcuello-Servós) 스페인 사라고사대학교 교수
챠이메 마르꾸에요 세르보스(Chaime Marcuello-Servós) 스페인 사라고사대학교 교수

사회복지과학의 차별화된 대상은 ‘상황 속의 사람’ 또는 ‘환경 속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른 분야의 도구와 관점을 통합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 집단, 공동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는 채 사회복지를 할 수 없기에 경제, 정치, 노동, 감정 및 관계 측면의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이데올로기의 조합은 사회복지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든다.

 

우주선 ‘지구호’에 올라 탄 인류 공동체의 과제

케네스 볼딩(Keneth Boulding)은 1966년 자신의 저서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the Coming Spaceship Earth)」을 통해 지구를 유한한 양의 자원을 싣고 장거리 우주여행을 떠나는 우주선에 비유했고, 이로 인해 생태경제학의 기초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대두 됐다. 우리는 같은 우주선을 타고 같은 행성을 여행하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의존적인 동물이며, 꿈꾸고 상상하고 사랑하고 창조할 수 있지만 서로를 죽이고 우리 주변의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사회복지를 실천하면서 우리는 사용자, 기관 그리고 공공정책에서 에로스(Eros, 삶의 욕구)와 타나토스(Thanatos, 죽음의 욕구) 사이의 오래된 긴장을 마주한다. 인류는 이러한 취약성과 소속감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러브락(Lovelock, 1985), 맥루한(McLuhan, 1964) 등 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지구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근처의 일부만 보고, 일부로만 속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함께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며, 난파되면 다 같이 추락하게 되는 것처럼 때로는 지역 차원의 결정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코로나19, 전쟁, 에너지 위기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신데믹(Syndemic)으로 야기된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해 지역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찾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은 탈세계화 시대에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영토 안보’에서 ‘인간의 안보’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나가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의 한 축으로서 보호되는 세계적 권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메타버스에서 구현해야 할 세계 시민의 권리

2021년 10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를 시작하면서 “메타버스는 사회적 연결의 다음 진화 단계로 다음 플랫폼은 훨씬 더 몰입형이 될 것이다.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 구현된 인터넷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실제와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은 ‘현실감(Sense of Presence)’이 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것이며, 메타버스를 통해 실제로 다른 사람과 함께 존재하는 느낌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기술의 궁극적인 꿈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서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일하고, 배우고, 놀고, 쇼핑하고, 창작하는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나 전화로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불러올 것이다.

이익항 카이스트 교수는 이중성에 기반한 ‘디지털 연속체(Digital Continuum)’ 개념을 제시하며 우리의 물리적 환경이 디지털화되어 주기적으로 가상 상대의 변경 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메타버스의 출발점으로 간주했다. 물리적 세계와 일치하는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환경의 디지털 복사본을 가상 세계로 만들고, 아바타를 가진 인간 사용자는 마치 디지털 원주민처럼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가상세계는 처음에는 현실세계와 제한적인 연결성을 갖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초현실과 유사한 ‘물리현실과 가상현실의 공존’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맥락에서 양파 껍질의 한 겹처럼 현실의 또 다른 단계이자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인 메타버스를 삶의 또 다른 차원으로 이미 이해·경험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기술과 정치, 자유와 통제, 해방과 소외가 시민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며, 시민들이 삶의 흔적을 표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의 이러한 특징은 우리가 디지털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의 인권 보호 실현 방안 마련해야

디지털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디지털화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화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에 관련된 전체적인 관계, 구조 및 요소로 정의될 수 있다. 디지털화 진행은 사용자의 욕구는 물론 다른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양상까지 변화시킨다. 또한 디지털화는 사회복지사가 전문적 실천에 참여하는 조직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 차원의 진단·개입 및 평가를 위한 새로운 전략 개발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한다. 디지털화의 효과는 기술 활용과 관습, 상상하는 방식이나 상호작용의 형태에서부터 심지어는 정치 또는 경제활동 과정에서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이 사회복지와 사회서비스의 일상적인 역학 관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조직 형태, 자원 관리, 연구, 개인·그룹·지역사회에 대한 대응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복지사 교육 및 훈련, 사회서비스 프로그램 모니터링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국가와 지역적 맥락에 따라 매우 이질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지방과 도시 등 지리적 차이와 소득 수준 또는 효율적 연결을 위한 개인 단말장치의 가용성·대역폭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형태를 띤다. 이에 유엔은 보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연결성 확보를 단기적 목표로 삼고,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보다 풍부하고 생산적인 온라인 경험을 낮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2020년대의 새로운 필수과제로 설정했다.

이러한 보편적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통신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자장치와 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 둘째는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같은 경제적 차원의 문제, 셋째는 시장 논리에 의해 주도되는 정보통신기술, 이를 이용하는 사람, 그 사이에서 조정자로 역할하는 효과적인 공공정책과 같은 사회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 부의 분배, 빈곤, 사회정의, 법치, 기대수명, 삶의 질 등과 같은 각 사회나 국가의 역사적·사회적 특성이 일상의 디지털화에 영향을 미친다.

인권은 사회복지 발전 초기부터 필수적 가치로 자리잡아 왔다.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에서 어떻게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존중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점점 더 많은 사람, 조직, 시스템 및 기술 장치가 온라인으로 연결됨에 따라 온라인 환경에서의 인권보호 실현은 점점 더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은 ‘디지털 협력 로드맵 : 디지털에 관한 고위급 패널의 권고사항 이행’ 보고서에 인권 및 인적 대리인 보호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디지털 사회복지가 디지털 인권에 기여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사회복지, ‘사람 위한 기술’ 활용해 디지털 인권 보호해야

우리는 사회정책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복지국가와 같이 메커니즘을 통한 상호지원 형태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상당 수준 개선했고, 이러한 사회복지의 이상(理想)은 인권에 기반해 계속해서 정복하고, 확장해야 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그 지평 중 하나가 바로 기술이다. 이미 기술의 낙원에 살고 있던 인류는 디지털화 및 메타버스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야기하는 마이크로 전자 매트릭스의 대전환에 직면해 있다. 우리 세계의 사회정책은 거대 기술기업이 기술의 사용과 생산을 독점할 수 없도록 학제 간 논쟁에 통합돼야 한다. 문제는 영역 간의 경계와 근접성을 넘어서는 디지털 주권이다.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사회정책을 설계하고, 구현·평가하는 데 사회복지적 관점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사용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자와 관련 기업이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물 인터넷, 증강 현실 애플리케이션, 감성 지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디지털 사회복지를 위한 자리를 주장하고, 국가와 기업의 과도한 통제와 감시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또 데이터 자본주의로 부터 이익을 얻는 기업의 과도한 데이터 수집, 소비자의 관심과 감정을 착취하는 행위를 사회복지를 통해 상쇄해야 한다. 사회복지는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비판적 지식을 바탕으로 디지털 인권을 위해 일하고, 기술 영역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 변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우리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몇 가지 도전 과제 중 전 세계적으로 사회복지사 훈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기술과 기술자, 관련 기업이 사람을 중심에 둘 수 있도록 디지털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둘째, 디지털 정의와 디지털 인권을 촉진하는 연합체를 구축해 기술의 기본 개념에 대해 스스로 훈련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교육해야 한다. 인류의 목표는 기술발전 자체가 아니라 인류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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