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7일 제23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장. 단상에 올라 “사회복지종사자들과 함께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제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훈식 위원. 위원회 구성 후,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봤다.

강훈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강훈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제21대 국회 재선의원으로 임기절반을 넘겼다. 그간 소감을 말해 달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로서 전반기를 보냈고, 후반기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보내게 됐다.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제21대 국회였다. 지난 2년간 지역구에서도, 국회에서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일상으로의 회복이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로서 정부의 감염병 대응 상황을 지속 감시하고, 국민들의 일상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까지 의정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2020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고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회피해 온 문제 때문이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아이들은 안전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80~90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에 한 명씩 사람이 죽고 있었다. 고 김민식 군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현실을 국회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가해자가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낼 경우에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포함된 ‘민식이법'을 발의하게 됐다.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30년 전 안전벨트 착용 캠페인에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느꼈으나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처럼 결국 아이들을 지키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평소 사회복지 분야에서 관심을 두는 이슈는 무엇이고, 최우선으로 해결하려는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여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 수도권, 제 지역구인 아산 등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또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짐작했던 것보다 고령화로 야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크게 다가왔다. 이후 민주당이 ‘어르신 친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전통적인 근로가 아닌 ‘사회 기여 활동’에도 국가가 소득을 지급하는 ‘사회참여소득’ 도입을 고민하기도 했다.

또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의 부모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보건복지위원회에 와서 확인해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그때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 전반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고, 이번 국정감사 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매칭과 장애친화 건강검진확대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당을 대표하는 보건복지위 간사로서, 또는 당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 관련 현안이 있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 복지를 공공에서 민간 영역으로 넘겨 축소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상징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6만1000개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유사한 사업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5만2000개 늘어난다며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형 일자리 사업 대상자와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고용장려금’ 대상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공공형 일자리 사업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의 기초연금 수급자이고, 학력이 파악된 인원의 40%가 중학교 이상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민간 취업 연계를 늘리는 것은 이 생계형 복지가 필요한 분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노인 빈곤, 노인 자살률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르신 대상 복지정책을 확대하지는 못 할망정 복지 확대에 민간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미명 아래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축소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의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린다.

당장 복지 수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복지국가란 복지정책과 그를 위한 예산, 그리고 정부 부처 등 제도적인 개념으로 상상될 것이다. 그런 한편, 저는 개인적으로 복지 국가를 말할 때면 사회복지종사자의 일과로 상상하곤 한다. 노인이나 영유아, 장애나 중증질환을 가진 국민에게 결국 복지란 사회복지종사자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그렇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복지는 고도화된다. 사회보험, 공공부조를 지나 가장 발전한 상태의 복지국가는 사회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사회복지종사자의 노동이란 언제나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실 가장 발전한 형태의 복지국가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사회복지종사자는 복지국가 발전의 최전선에 있는 개척자이자 선구자인 것이다.

몸소 복지국가의 경계를 넓혀 나가고 있는 사회복지종사자 여러분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업무의 무게에 비해 처우의 부당함이 오랜 기간 문제가 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면밀히 살피도록 하겠다.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이자 제2법안심사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안은 1400여 개로 행정안전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상황이다. 특히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대표적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아동기본법’, ‘노인복지법’ 등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과 관련된 법률 제·개정 등 해결해야 할 묵직한 과제들이 다수 배정되어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복지 민영화에 맞서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내야만 한다.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제·개정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나가겠다.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출생의 우연성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나라와 어떤 환경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고 태어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가 가진 수많은 특성은 우연하게 우리에게 온 것들이다. 그러나 그 어떤 특성도 우리의 ‘공’이거나 ‘과’일 수 없다.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알고 있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는 자꾸만 나의 강점이 나만의 공이기를 바라게 된다. 장애 없음과 건강함, 그리고 남성으로 태어난 것이 나의 공이라면, 각자 앞에 놓인 복잡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출생의 우연성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 각자의 차이가 격차로 이어진다면, 국가가 그 차이를 누군가의 공이거나 과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는 최선을 다해 그 격차를 메워야 한다. 타인과 나는 다르게 태어났어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성별이, 장애 여부가, 태어난 지역과 사는 지역이 넘어서기 힘든 차별과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직업 정치인으로서 우연한 차이가 필연적인 격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책무를 느끼고 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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