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만 시흥시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센터장
문광만 시흥시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센터장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부모님, 어머님 같은 단어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 눈물이 맺히는 단어입니다. 제게는 또 다른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점자’입니다. 처음 점자를 배울 때는 좌절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고, 시간이 지나서는 점자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기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실명해서 점자를 배워야하는지 모를 한스러움에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시력 상실로 문맹과 다름없었지만 점자를 배우면서 읽고 쓸 수 있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손끝으로 점자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글을 읽을 수 있다는 희열은 저를 점점 점자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시력을 잃어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괴로움과 점자를 통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저를 점자에 더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점자를 배워 맹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가정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갔고, 그 삶의 희망은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습니다.

2014년 4월, 마침내 인생 2막이 열렸습니다. 여주 라파엘의집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게 된 것입니다. 입사전형에 합격했으니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서는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점자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요즘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안 보인다고 그냥 집만 지키고 있지 않을까? 하루 종일 라디오만 켜놓고 있지는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문의 답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점자는 앞이 보이지 않았던 제 인생과 우리 가족의 삶을 충분히 발전적이고 희망적으로 바꾸어준 희망의 불씨였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장애로 때로는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점자와 함께 또 다른 삶, 아니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은 장애인이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다른 장애가 있다고 해도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점자를 배우고, 점자로 공부해 다른 시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게 된 저처럼 장애를 입고 힘들어 하는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 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점자로 맞이한 사회복지사로서의 새로운 삶 ​​​​​​​

시각장애인에게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문광만 센터장
시각장애인에게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문광만 센터장

현재는 시흥시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센터장으로서 센터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가 겪었던 어려웠던 점과 재활 과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서는 시흥시의회 의원들의 명함을 점자로 인쇄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시민을 배려해 달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비장애인 시민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선물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의원님들의 명함에 도드라진 여섯개의 점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명함에 적힌 점자 한 글자 한 글자가 의원님들이 만나는 시각장애인들이 진정 읽을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어 드렸습니다.

지난 11월 4일은 아흔여섯 번째 ‘한글 점자의 날’입니다. 2021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법정 기념일이 됐습니다. 점자의 날을 앞두고 제 마음속에 점자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오랜 시간동안 점자는 우리 시각장애인의 동반자이자 삶의 일부였습니다. 앞으로도 점자를 통해 누군가는 좌절에서 또 일어설 것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시력을 잃고 힘든 시간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점자를 배워 재활을 이룬 것처럼 이분들도 충분히 해낼 것이라 믿으면서 꼭 재활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응원하고 밀어주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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