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은 "워렌 버핏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미국 기부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은 개인기부가 규모면에서 민간기부의

많은 전문가들은 "워렌 버핏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미국 기부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은 개인기부가 규모면에서 민간기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구들이 기부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개인 기부가 정착돼 있다. 2004년도에는 전 가구의 89%가 자선적 기부행위에 참가했고 총 2500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이 자선 활동을 위해 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기부액 중 기업기부금은 5% 정도다.

우리나라의 기부행위도 이제 '문화'로까지 자리잡혀 가는 듯이 보인다.


"100도까지 끓어오르길" 연말을 맞아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이웃사랑캠페인'이 지난 12월 1일 시작됐다. 12월 21일 현재 온도는 33.6°로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높은 온도다. 지난 11월 아름다운 재단은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빙 인덱스-한국인의 기부지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기부를 한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68.8%를 차지했다. 5년 전인 57.0%에 비하면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부금액도 늘었다. 1999년 214억원을 모금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05년 모금액은 2147억원으로 6년동안 무려 1003%가 증가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한번이라도 기부를 한 개인기부자도 2003년 19만 7000여명에서 2005년 36만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몇몇 모금단체의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올해 7만여명의 정기 개인 기부자 순증세를 보인 한 민간 모금기관의 경우, 정기기부자와 비정기 기부자의 비율이 70:30을 이룬다. 기관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정기기부자가 많았는데, 2004년부터 정기기부자 비율이 더 많아졌다"며, "개인기부 비율도 전체 기부금의 90%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2003년도 기부자들의 80% 이상이 비정기 기부자였던 또 다른 모금단체 역시 현재는 정기 기부자 비율이 60%로 급반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기부지수' 조사 보고서는 2005년도 기부자 중 정기 기부자는 전체의 20.4%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2003년보다 오히려 4%가 줄었다. 연말에 집중되는 기부 경향도 여전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모금 예상액 2292여억원 중 68%인 1579억원이 연말연시 모금액이다.

박태규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이에 대해 "'사회 문제는 국민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혀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한 순간 동정심으로 기부에 참여하다보니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기부의 비율이 낮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05년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 이웃돕기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1223억. 이 중 기업의 기부금은 831억원으로 전체의 68%다. 박 교수는 "기업도 사회공헌을 통해 이윤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는 이윤추구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며 "민간의 자발적인 자선 활동을 위해서는 민간 기부를 통한 재원조달이 매우 중요하고, 민간·개인기부 활성화를 위해 사회 각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초 정부는 모금업계의 숙원이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을 개정했다. 법명을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법의 목적도 기부금품의 무분별한 모집 규제에서 성숙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건전한 기부금품모집 제도 정착으로 바꿨다.
특히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고, 기부금모집비용을 기존 2%에서 15% 이내로 늘려 사회적인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환경은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무성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 뿐 아니라 개인과 모금단체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모금행위도 구걸 행위의 수준을 벗어나 기부문화의 확대를 위한 캠페인과 개발의 단계로 발전할 때"라며 "모금단체는 비영리마케팅 기술 활용, 철저한 기부자 관리, 모금 전문가 양성, 모금단체 신뢰성 확보 등을 통해 개인의 기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기부동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안으로 자원봉사와 복지교육도 제시됐다. 박태규 교수는 "개인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의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는 돈과 시간을 기부하는 좋은 기부행위이며, 한번이라도 자원봉사를 해 본 사람은 또 다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가치관이 굳어진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를 '나눔 세대'로 길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어릴 때부터 기부의 중요성과 의미, 구체적 기부방법 등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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