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영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심정영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사무총장

현대 복지국가는 개인의 개별적인 복지 수요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복지를 제공하되 무분별한 현금복지 지양, 서비스 복지 고도화와 혁신,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실현이라는 세 가지 정책 방향과 사회서비스 관련 당면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서비스 혁신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서비스 혁신이란 사회서비스와 관련한 생산 및 공급 체계 안에서의 행위자 사이에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서비스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요소들로는 제도화된 대인서비스, 공공의 개입에 의한 서비스 생산자와 수요자 관계 및 개별화된 사회적 목적지향 등이다.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 사회서비스를 복지의 공급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에 있어 정부의 낮은 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사회보장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의 혁신은 사회서비스를 통한 혁신 또는 사회에 대한 혁신과 사회서비스 자체의 혁신 등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사회서비스 혁신 위한 소통의 장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최근 보육과 요양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소규모 개인 사업자 비중이 높아져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됐고, 돌봄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 확대로 서비스 품질 개선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투자와 직접 고용으로 사회서비스의 시장실패를 해결하려 했으나 공공투자는 미흡한 수준이고, 기존의 민간 업체와의 중복, 갈등 발생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예산과 민간기관의 서비스 지원이 결합하여 서비스가 지원되는 그간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와 민간기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함에도 이렇다 할 논의 구조가 없어 정책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과 관련된 제도 개선은 여러 부처와 민간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되어야 함에도 정부의 일방적 변경으로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가칭 ‘사회서비스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여러 부처의 사회서비스를 통합·조정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설치·운영하는 등 소통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공급체계 문제 해결 시급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변화는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비용 절감, 품질 개선, 기술 향상 및 적용을 통해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이전 정부의 정책 방향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가하면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은 두 가지 경로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돌봄 종사자의 처우개선은 경제정책 관점보다 사회정책 관점에서 해결해야 하며, 돌봄 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들의 충분한 수요와 지불의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처우 개선은 불가능하다. 이는 현재 돌봄 종사자의 낮은 임금수준이 종사자의 특성과도 관련되며, 원가 및 노동 강도를 고려한 적정 임금 책정이 중요함을 방증한다. 처우개선과 관련해서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를 전통적 사회복지 종사자, 즉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돌봄서비스 종사자로 구분하여 각각에 맞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처우 개선은 문제의 원인과 그에 따른 해결방안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경우,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라 매년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으나 예산지원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및 재정 여력에 따라 인건비 가이드라인 적용에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지역별로 종사자의 인건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정 인건비 기준 마련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에 그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돌봄 종사자의 처우 문제의 원인과 해결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요양, 노인 맞춤돌봄 등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져 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으며 임금수준 또한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돌봄 일자리가 허접스러운 일자리로 인식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일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는 다양한 폭력 및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낮은 처우로 인한 이직률 증가로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2021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사회복지사 안전확보를 위한 폭력 경험 등에 관한 종합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70.7%가 현장에서 환경적, 신체적, 감정적, 언어적 등 다양한 폭력과 위험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 상황은 업무의 일부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심각한 심리적 외상과 소진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 인건비 기준, 처우보장 등을 명시하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
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전면 개정을 통해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안전 및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아울러 근로기준법 준수는 물론 적정수준의 서비스 제공인력이 배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수요 중심의 사회서비스 개발과 전달체계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지역기반의 사회서비스 공급과 공급자 간, 서비스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 역시 협업이며,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비스의 중복을 예방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허브기관’과 같은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 제공, 상담, 중복서비스 제공 방지, 원스톱 서비스 연계 등의 기능과 지역 내 사회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의 전환, 맞춤형 서비스, 통합적 서비스 등은 역대정부에서도 정책방향으로 자주 등장해 왔으나 실제로 이를 실현한 정책 프로그램이 개발되거나 공공기관이 변화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 홍보, 알기 쉬운 정책과 신청·처리과정 확인이 가능한 온라인시스템 개발, 서비스 담당자들의 친절도 향상, 원스톱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련기관 간 파트너십 강화 등은 여전히 유효하면서 중요한 과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사회서비스 혁신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 기준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가난하지만 기초보장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2015년 93만 명에서 2018년 73만 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않는 비수급 빈곤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854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6.5%, 19세 미만 아동은 94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8%, 등록장애인은 28만6000명으로 전체인구의 0.5%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 학대는 5188건, 아동 학대는 2만4604건, 장애인 학대 의심사례 역시 192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가 증가함에도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사례가 증가하고, 사회적 약자인 서비스대상자들의 서비스 체감도가 낮으며, 학대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사회적 약자인 노인, 아동,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재정비하고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한 출발을 위한 취약계층 아동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자립준비 청년을 위한 보호종료 전 지원 강화, 장애인의 욕구 및 특성에 따른 다양한 주거서비스 및 지역사회 지원 체계 마련,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OECD 국가 평균의 3배에 이르는 노인빈곤율과 세계 최고의 자살률 등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들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고, 엄청난 규모로 증가하고 있는 국가 채무와 경제성장 정체, 늘어나고 있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와 기대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기본적 생활수준 보장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취약계층에게 현금복지를 두텁게 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만만치 않은 사회·경제적 여건 속에서 국민 대다수가 만족하는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보장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며, 소외계층이 없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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