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주석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연구원
채주석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연구원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벽을 앞에 두고 있다. 약 30여 년 전, 우리는 모두 힘과 마음을 모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당시 놓인 국가, 이념, 인종 간의 벽을 허무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의 열정과 자부심은 우리를 선진 경제권으로 진입하게 했으나 경제 및 인구 구조상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저성장, 초저출생과 고령화 속에서 등장한 세대 간 갈등은 또 하나의 장벽으로 새로운 시대 과제가 됐다. 비록 이전보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공존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점차 줄어든 세대 간 소통과 교류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갖고 있던 장점 중 하나인 공동체성을 잃게 하는 한 원인이 됐다.

이렇게 새롭게 놓인 시대 과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유지 및 성장을 위해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각자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세대 간 연대’의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대 간 연대는 세대 간 협약, 세대 간 공정, 세대 간 정의, 세대 간 형평성 등 여러 다른 표현으로도 논의되는데 특히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악화 문제, 청년세대의 노인세대 부양 부담 등 다양한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해외 주요국에서는 각 세대가 함께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공공과 민간에서 관련 프로그램 및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노인돌봄 영역에서 바라본 세대 간 연대

세대 간 연대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곧 노인돌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서 더 눈여겨봐야 하는 개념이다. 돌봄 수요 증가를 넘어 돌봄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인력 배출을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미래세대인 청년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특히 노인세대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청년세대에게 노인에 대한 지식 전달뿐 아니라 노인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충분한 기회와 자원의 제공이 선결되어야만 한다.

과거 폭발적인 학령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왔던 경험을 30년이 지난 현시점에 적용해 보면, 이제는 폭발적인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노인돌봄 인프라 확충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청년세대는 과거보다 적은 인원이 더 많은 노인인구를 부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므로 노인세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직종에 필요한 청년인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청년세대와 노년세대 간의 관계가 공고한 연대로 맺어진다면 앞으로 늘어나는 돌봄 수요와 이에 따른 세대 간 갈등과 부담 수준을 낮출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미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를 경험하고 청년-노인세대 간의 연대에 관심을 둔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세대 간 연대를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지,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을 보다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주로 세대 간 연대증진을 위해 청년세대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세대 간 교류 기회 확대, 그리고 주거생활 공유를 통해 세대 간 연대 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세대 간 연대 프로그램

1) 미국 ‘제너레이션스 유나이티드’
미국은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만큼 복지정책과 제도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 연방 및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회보험 혜택과 공공 서비스, 그리고 민간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자원봉사 등 여러 자원이 많다. 그리고 각 사안별로 특색 있는 비영리 재단이 설립되고 오랜 기간 유지되며 지원,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워싱턴 DC에 소재한 ‘제너레이션스 유나이티드(Generations United)’는 30년 넘게 미국 내 세대 간 연대 증진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 및 관리해온 비영리재단으로 현재 미전역의 다양한 세대 교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며, 주요 노인 관련 단체 및 협회 등과 교류를 맺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기에 기금 모금, 세대 간 소통창구 마련, 거리두기 속 연대감 형성을 위한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

2) 일본 ‘지역부흥협력대’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출주도의 경제구조와 고도성장을 먼저 경험한 국가로 현재 초고령사회 대응에 선례가 되고 있다. 저출생과 농촌지역 소멸 위기 등을 우리보다 앞서 경험하면서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우리의 행정안전부와 같은 일본 총무성에서 제공하는 ‘지역부흥협력대(地域おこし協力隊)’ 사업이다. 도시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지역에 청년들의 정착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도시로 집중되는 청년들이 고령화 및 인구감소로 쇠퇴하는 농어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89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21년 기준 6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3) 독일 ‘세대 간 주택’
독일은 세대 간 연대의 개념을 현 시점 청년과 노인세대 간 연대의 관점을 넘어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 간 균형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를 ‘세대 간 정의, 또는 형평성(Generationengerechtigkeit)’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국가적 안목에 기반해 독일은 다양한 연령대와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고 교류할 수 있는 주거형태인 ‘세대 간 주택(Generationenübergreifende Wohnformen)’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이와 노인이 하나의 다세대 건물에 모여 살며, 작은 규모의 지역사회를 이루고 공동 휴게실 등에서 입주자 간 교류 기회를 갖는 형태로서 자발적인 세대 간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하다.

 

한국의 세대 간 연대 – 노인돌봄 영역에서의 해법은?

세계 주요국이 현재 시도 중인 세대 간 연대 노력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초저출생, 고령화 기조 속에서 어떻게 한국에 맞는 세대 간 연대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오랫동안 세대 간 연대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을 운영해온 점을 볼 때,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세대 간 연대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의 프로그램과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노인돌봄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내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우선 청년들이 청소년기부터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노인세대와 장기간 접촉할 수 있는 자원봉사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청년기 사회진출을 앞둔 시기에 관련 전문인력으로 성장하고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돌봄과 관련된 단기 일자리 등을 마련하여 오랜 기간 돌봄 관련 노하우를 갖춘 인재로서 지역사회 내에서 인력이 필요할 경우, 언제나 활동할 수 있는 체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일회성의 행사나 단기 프로그램이 아닌 청년이 거주하는 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장기간 이웃 노인과 자주 교류하며 세대 간 연대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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