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나 프로이트의 성격발달이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동기의 경험이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특히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태어난 아동을 잘 보살필 수 있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아동이 더 행복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호주 모자보건서비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막 태어난 아기의 뇌는 성인 뇌 크기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첫 돌이 되면 그 크기는 두 배가 된다. 3세까지 성인 크기의 약 80% 정도로 성장하며, 5세가 되면 90%로 거의 다 자란다. 뇌가 급속히 성장하는 인생의 첫 2000일은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건강에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일어나는 일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초기 경험은 최적의 두뇌 발달로 이어져 자녀가 학교와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반대로 이 시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은 전 인생에 걸쳐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복지부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 등 반사회적인 행동과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성인들이 아동기에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40세의 비만, 혈압 상승, 우울증, 40~60세의 관상동맥 질환과 당뇨, 노년층의 조기 노화와 기억력 감퇴에도 아동기에 형성된 신체적, 인지적 건강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이 시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호주 정부의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2019년 정부 차원에서 ‘The First 2000 Days(첫 2000일)’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이 정책의 목표가 효과적인 지원과 개입을 통해 아이들에게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으로 최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체 주 보건시스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 서비스 및 관리 모델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호주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여러 부서와 기관들에서 모자보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 보건서비스 이외에 교육, 주택, 고용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걸쳐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런 서비스들은 가정의를 중심으로 한 지역 내 1차 보건네트워크를 통해 우선적으로 제공된다. 또한 정부는 여러 지역네트워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개발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가 2019년 2월에 발표한 ‘첫 2000일 프레임워크’는 이런 정책의 한 예이다.

 

첫 2000일 프레임워크의 전략목표

첫 2000일 프레임워크는 크게 세 가지 전략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시스템의 모든 직원이 생후 첫 2000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민간과 공공기관이 아동의 첫 2000일 동안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며, 최고의 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이런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차 진료, 지역사회 진료 그리고 병원 진료를 포괄하는 모자보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네트워크 환경 전반에 걸쳐 단일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면, 산모와 아동을 위한 관리에 일관성과 연속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1·2차 진료 간의 조정, 서비스가 필요한 여성과 가족의 선별 및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정부 차원에서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 전략 목표 1 :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시스템의 모든 직원은 생후 첫 2000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홍보해야 한다.

1차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기관 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지역의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후 첫 2000일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동과 모성 건강에 대한 위험 요소를 완화하는데 필요한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보호자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제공해주기를 원하지만 많은 정보 중에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자보건시스템은 가족들이 자녀의 건강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선택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지역네트워크와 정부의 협력을 통해 가족들이 일관되고 간소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돌봄과 지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가족들의 스트레스 요인과 위험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 전략 목표 2 :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시스템이 아동의 생후 첫 2000일 동안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며, 최고의 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한 역량개발에 힘써야 한다.

첫 2000일 프레임워크는 모자보건서비스의 협력, 조정, 그리고 통합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아동과 가족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레임워크는 특히 1차 진료를 담당하는 가정의(GP)의 역할에 주목한다. 지역 내 GP와 긴밀히 협력해 첫 2000일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고, 가족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관리’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의 조정과 통합은 △건강 및 발달 평가를 통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산모와 아동 파악 △지원 가능 서비스와 리스크에 대한 조기 파악 △1·2차 진료의 연속성 촉진 및 서비스 기관 간의 조정 △모자보건서비스의 임신 초기 제공 및 증거 기반 육아 프로그램 개발 △‘My Health Record’ 또는 ‘Blue and Red Book’과 같은 보건기록 활용 △임신 혹은 조기 양육기간에 심리사회적 위험인자 식별 등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 전략 목표 3 :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시스템이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시에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는 전문적인 보호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2차 진료기관으로 안내하는 추천 경로가 투명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절차도 필요하다고 본다. 복잡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서비스 역시 중요하며, 문화 및 언어가 다양한 커뮤니티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는 이러한 서비스가 통합 시스템의 일부로 제공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지역 네트워크에 있는 1차 서비스 제공기관은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엄마와 아이들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증거 기반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1차 진료기관, 병원 및 비정부 부문 간의 강력하고 협력적인 관계는 여성과 어린이가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받는 데 필수적이다.

 

모자보건 증진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해야

아동의 생후 첫 2000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생후 2000일 동안의 특정한 개입이 영유아기 아동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이는 발달 단계를 넘어 인생 전반의 건강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어머니가 약물 남용, 가정 폭력, 실업 또는 각종 스트레스 요인을 복합적으로 경험한 경우,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극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어머니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스트레스는 개인과 가족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의 개입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필요한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효율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은 정부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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