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복지사 자격제도는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복지학 학사 혹은 석사 학위 취득, 사회복지현장실습 이수, 자격시험 통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의 성별, 인종별, 연령별 합격률 통계가 공개되면서 자격시험 필요성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국가 인증제도를 위해 자격시험이 필수적인가에 대한 논의에는 사회복지사의 역량과 자격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와 역사, 최근 폐지 움직임의 배경을 살펴보자.

미국의 사회복지사 자격 인증 제도는 주별로 세부조항의 차이가 있으나 사회복지학 학사 혹은 석사 학위 취득, 사회복지현장실습 이수, 자격시험 통과라는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주에서는 공인사회복지사(Licensed Master Social Worker)와 공인임상사회복지사(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라는 두 유형으로 구별하고 있는데 두 유형 모두 석사 학위를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공인임상사회복지사는 임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공인사회복지사는 슈퍼바이저의 슈퍼비전 하에서만 임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사회복지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전 대학원 프로그램 입학 요건을 충족하려면 먼저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학사 학위는 사회학, 심리학 등 유관 전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이 인정되며, 사회복지 학사(Bachelor of Social Work, BSW)를 취득한 경우, 사회복지 석사 학위 과정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때 사회복지 석사 학위 과정은 ‘사회복지 교육위원회(CSWE)’의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또한 두 유형 모두 최소 900시간의 실습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필수 교과과정은 사회복지 가치와 윤리, 다양성, 사회정의, 취약한 인구 집단,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등을 포괄하지만 학교별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마치고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공인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미국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의 역사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 주별 사회복지위원회가 모여 설립된 미국 주정부 사회복지국 연합회(American Association of State Social Work Boards, AASSWB)는 사회복지사의 역량을 측정하는 효과적인 자격시험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리고 1999년에 미국 사회복지국 연합회(Association of Social Work Boards, 이하 ASWB)로 이름을 변경하며 당시 미국 50개 주, 컬럼비아 특별구,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캐나다 알버타 주가 가입했다. 2010년까지 캐나다 10개 주가 모두 협회에 가입하며 북미 지역의 자격시험을 총괄하는 협회로 성장했다. 최초 시험은 1983년 뉴욕, 버지니아, 오클라호마의 46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현재는 매년 약 5만 명이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ASWB는 자격시험을 관장하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복지국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ASWB는 다양한 관할 구역의 규제 기관 및 이사회 직원을 연결하는 거버넌스, 유관기관 및 이사회 직원을 위한 교육, 연구, 그리고 사회복지 실천에서의 기술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또한 미국은 주별로 자격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주 간의 인증기준을 통일을 하려는 움직임 역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ASWB에서 movingsocialwork.org라는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며 담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 분야 교수자들이 사회복지학 전공 학생들에게 자격시험 및 사회복지사 자격제도를 가르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자격증으로 가는 길(Path to Licensure)’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전미사회복지교육위원회(이하 CSWE)가 인가한 학교 중 4분의 1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CSWE는 ‘자격증으로 가는 길’과 함께 이러한 주제를 9개의 교육 정책 및 인증 표준과 연결시켜 2018년에 ‘면허 및 규정 커리큘럼 가이드’를 발행한 바 있다.

 

미국 사회복지 자격시험, 변화의 움직임

최근 몇 년 간 사회복지사 자격시험 합격률에 인종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이에 따라 ASWB의 2022~2023년 전략에서는 △사회복지실천 역량 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확대 △ASWB의 포괄성, 접근성 및 대응성 향상을 목표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5일에는 약 94장에 달하는 각 주별 사회복지사 자격시험 합격률 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1년까지 시험 응시자 수는 약 두 배 늘었고, 88%가 합격했다. 그러나 2018~2021년에는 백인이 91% 합격한 데에 비해 아시아인은 80%, 히스패닉 및 라틴계는 77%, 원주민은 74%, 흑인은 57%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인종별로 합격률에 큰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 보았을 때도 18~29세 91%, 30~39세 86%, 40~49세 76%, 50세 이상 65%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합격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영어가 모국어인 경우에는 83%가 합격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70%만이 합격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회복지사들이 미국의 청원운동 사이트인 change.org에 ‘차별적인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을 폐지하라’는 청원을 제기했는데, 올해 9월 말까지 약 7000명의 사회복지사가 서명했다. 이 청원에서는 인종별, 연령별, 인구통계학적으로 불균형한 시험 합격률을 단순히 공개하는 것이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기보다 응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복지 자격시험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인구의 약 20%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영어로만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다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진입할 수 없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표준화 시험 자체가 가질 수 있는 편향성과 표준화 시험이 과연 사회복지사자격 인증을 위해 가장 ‘공정한’ 평가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시험 준비에 소요되는 비용, 반복된 시험 응시 비용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폐지의 목소리를 넘어서 실제로 일리노이주에서는 자격시험을 폐지했다. 공인사회복지사와 공인임상사회복지사 중 공인사회복지사 자격인증에서 ASWB 자격시험 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일리노이주 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보다 공정하고, 편견이 없으며, 포괄적인 시험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자격시험 모델을 폐지하고, 사회복지교육위원회(CSWE) 및 전국사회복지사협회(NASW)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8월 27일 뉴욕타임즈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시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존 맥워터(John McWhorter) 컬럼비아대학교 언어학 교수의 반론 입장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는 시험 설계에 치명적 결함이 증명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 구성 요소가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표준화 시험에서 사회·경제적 집단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공동체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되는 방식과 연관되며, 문제의 핵심은 시험이 아닌 이런 문화적 차이라고 반론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의 향방은?

우리나라도 현재의 사회복지사 국가자격제도가 정립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의 2021년 합격률은 60.92%로 미국의 88%보다도 낮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인구나 통계적 특성에 따른 합격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사회복지사 2급의 경우에는 졸업 및 실습 이수 후 바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향후 사회복지사 1급과 2급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과연 표준화 시험이 최선인지, 그것이 현장의 욕구와 제대로 맞물려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차원에서 2020년 말 학교, 의료, 정신보건 영역에서 영역별 사회복지사 자격제도가 시행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의 향방을 결정짓는데 있어 미국 자격제도의 변화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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