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고령운전자와 고령보행자의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일본에서는 전체적으로 교통사고 건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고령자가 피해자 및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고령운전자 및 고령보행자의 교통사고 현황과 과제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인구의 약 3분의 1이 고령자로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뿐 아니라, 고령보행자가 피해자가 되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나 중증환자 발생이 줄어들고 있는 일본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75세 이상 후기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예방 방안이 사회적인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고령운전자와 고령보행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련 현황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1975년에 3348만 명이었던 운전면허 보유자는 2019년 8216만 명으로 급증했으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보유자가 증가해 전체의 14.5%(1195만 명)를 차지했다. 2009년과 비교해 75세 이상 및 80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수가 각각 약 1.8배, 약 1.9배로 늘어 후기고령자의 운전면허 보유자가 증가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교통사고에 노출될 위험을 지닌 고령보행자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고령운전자와 교통사고

일본 경찰청 교통국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건은 2011년 429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346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0~2021년에 코로나19로 외출하는 고령운전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로 감소추세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내 각종 연구결과에서는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 저하로 케어가 필요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지속적이며 촘촘한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발생한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의 인적 요인으로 33.1%가 조작 불능(핸들 조작 부적합 18.35%,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착각한 경우가 10.75%)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전 미확인과 내재적 전방 부주의가 각각 21.4%로 뒤를 이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2019년 4월 발생한 이케부쿠로 폭주사건의 당사자(당시 87세) 역시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착각해 일으킨 사고로 건널목을 건너고 있던 보행자, 자전거 등과 부딪히면서 2명의 사망자와 동승했던 부인을 포함한 9명의 부상자를 냈다. 사건 당사자가 현역 시절 고위관료였다는 사실, 사고 발생 약 1년 전부터 다리가 불편했다는 점, 담당 의사로부터 운전을 그만둘 것을 권유받았다는 점, 사고로 아기와 엄마가 사망한 사실 등이 크게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반납이 증가했다.

 

까다로워진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

일본 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관련 뉴스가 증가하면서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관련 대책이 강화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운전면허증 갱신기간 만료일(생일 한 달 후까지) 당시 만 70~74세인 경우, 운전면허증 갱신 전에 ‘고령자 강습’을 받아야한다. 강습 내용 및 시간은 소지하고 있는 면허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인 강습 내용은 운전 적성검사, 안전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운전면허 갱신 당시의 나이와 교통위반 유무 등에 따라 운전면허증 유효기간에 차이가 있다. 면허 취득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있다면, 만 71세 이상 고령자는 유효기간이 3년, 만 70세는 4년, 그 외는 5년이다.

올해부터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실기시험이 의무화되며, 시험에 불합격하면 면허증 갱신이 허락되지 않는다. 다만 그 대상이 모든 고령자가 아닌 75세 이상으로 특정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있는 사람(과거 3년간 신호위반, 역주행, 속도초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한정되며, 2022년 10월 12일 이후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부터 적용된다.

75세 이상은 운전면허 갱신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검사 △고령자 강습(운전적성검사 30분, 강의 30분, 실기지도 60분) △운전기능검사(해당자에 한함)를 받고, 이에 통과해야 한다. 면허 갱신을 위한 인지기능검사 결과 치매가 우려될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며, 진단 결과 치매로 판정된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과 혜택

일찍부터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제도가 시작됐다. 그러나 좀처럼 반납자가 늘지 않아 사회적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 배경에는 공공교통수단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경우, 면허 반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지금까지처럼 자유로운 사회 참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이케부쿠로 폭주사건을 계기로 고령운전자의 면허 반납이 증가했으나 면허 반납 후의 이동권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고령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일부 지역에서는 만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면허를 반납한 이후 노선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일정기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실버패스를 발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역에 따라서 커뮤니티 버스라고 불리는 마을 순환버스를 마련하고 있는 곳도 있으나 아쉽게도 관련 대책은 각 지자체에 따라 그 내용과 혜택에 차이가 있다.

 

일본 고령보행자 교통사고 현황과 안전교육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보행 중에 사망한 사람은 총 1258명으로 그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70%를 차지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보행 중 사고로 사망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총 693명으로 기타 횡단 중 사고가 269명(38.8%)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건널목 횡단 중 사고가 180명(26.0%)으로 나타났다. 최근 히로시마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령보행자(75세)의 경우, 반려견과 산책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89세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고령보행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외에도 2018년에는 고령보행자가 반려견 산책 중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며, 고령보행자에 대한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청은 홈페이지에 고령자가 사망한 교통사고 사례를 소개하고, 교통사고 예방 어드바이스 코너를 마련해 알기 쉬운 일러스트와 함께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교통 규칙 준수 등 교통안전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관계기관 및 단체 등과 협력해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참가·체험·실천형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일본은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고령보행자가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에 대한 엄격한 운전면허 갱신 절차 적용, 운전면허 자진 반납 추진 등 다양한 노력으로 다행히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는 줄어들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의 대체 이동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혜택이나 대체 이동수단 마련 등의 업무가 각 지자체에 떠넘겨지면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전국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고령보행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 경찰청이 홈페이지와 각종 매체를 통해 관련 사례와 주의사항 등을 알리고는 있으나 이러한 대응이 직접적인 예방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교통안전설비 추가 설치, 고령보행자 대상 정기 안전교육 시행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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