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현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익현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비대면의 시대, 1인가구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사회생활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변화는 공간적 한계의 극복, 시간 사용의 효율성 증대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간의 정서적 교류와 상호 간의 관계가 형식화·단순화 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30~44세는 약 34%가, 45~59세는 31%가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에 대해 5배나 더 높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의 활성화에 따른 교류 단절뿐 아니라 급격한 1인가구의 증가 또한 사회적 고립감이 급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대비 1인가구 비율은 2015년 27.2%에서 2021년 33.4%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가구가 되는 사유는 다양하지만 비자발적 1인가구의 경우, 인적 관계망이 단절되어 사회적 고립에 처할 위험이 높고, 이러한 고독감은 자살을 비롯한 고독사의 발생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자살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보편화된 비대면 사회, 이 속에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것이 자살률과 고독사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볼 때,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외로움과 고립감의 증대에 대해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리고 타당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감에 대한 정책적 개입의 당위성

늘어나는 1인가구,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 이러한 현상들이 일으키는 외로움과 고독감의 증대는 과연 사회적 문제인가? 그래서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영국 사례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었던 2018년 발간한 ‘외로움 방지 전략(A strategy for tackling lonelinesslaying the foundation for change)’ 보고서에서 외로움을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끼는 횟수가 많을수록 일반의나 지역보건의를 방문하는 횟수가 증가하며, 아울러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낄수록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조기 입소율도 높아질 뿐 아니라 낙상을 비롯한 다양한 위험요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외로움은 감정적 외로움과는 다소 구분되는데 감정적 외로움이라는 것은 긴밀한 감정적 애착이 형성되어 있는 중요한 상대방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사회적 외로움은 이웃, 동료, 친구 등으로 구성된 한층 더 넓은 사회적 연결망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 관계망이라는 것은 실제적으로 감정적 지지를 지원하는 기능과 더불어 필요한 정보, 자원의 유통과 흐름이라는 도구적 역할도 수행한다.

즉, 감정적 지지의 부재를 감정적 외로움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외로움은 유용한 정보와 자원을 주고받는 관계망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적 외로움은 정부가 개입해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사회적 외로움은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로서의 고립감 해소 방안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적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어떠한 방법들이 가장 효율적이며 적절한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관계망을 형성하고 고립에서 탈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떠한 정책적 도구로 강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복지관에서 수행하던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과 같은 인위적 관계망 형성이 가장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는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관계망이라는 것은 강제적 혹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상호간의 관계성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관계망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와 같이 상호 간의 물리적·감정적 교류가 어려운 시기라면, 관계망의 지속적인 유지가 더욱 힘들 것이다.

1인가구의 관계망 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은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관계 유지를 위한 상호작용의 대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 내 인프라 구축, 즉 공동주택이나 사회적 주택의 건립과 같은 것이다. 인위적으로 관계망을 형성하게 하기보다는 생활공간에서 자유롭게 마주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이 안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취미활동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청년 1인가구는 지역에서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욕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삶을 침해 받지 않고 싶어 하는 일종의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무언가를 강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교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으로 지역사회 내 공유 부엌, 공유 회의 공간처럼 1인가구들끼리 같이 생활하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경우에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마련해주는 정책을 통해 1인가구가 장기간 같은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지역에서 주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우리가 고민해 볼 수 있는 정책 방향은 자발적 모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전략으로 사람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취미활동이나 자원봉사와 같은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는 중장년 및 노인 1인가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공동체 내에서의 창조적 활동은 외로움 감소와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이 모여서 취미활동을 공유하거나 봉사활동을 할 때 이에 대한 비용과 공간을 지원하며, 1인가구가 지역에서 예술문화 및 스포츠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권장하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디지털 포용성(digital inclusion)의 강화다. 이 역시 고령층 1인가구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비대면과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된 오늘날 온라인 기기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1인가구의 경우, 더욱 심한 사회적 고립에 시달릴 수 있다. 영국은 스마트 홈 프로그램 등과 같은 방식으로 노령의 주택 보유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재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본인들의 건강상태, 운동여부 등을 온라인으로 돌봄 책임자에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도 노령층, 장애인, 외국인 등에게 온라인 사용 역량 교육을 제공해 많은 정보가 온라인화 된 사회에서 정보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네트워크를 통한 통합적 사례관리의 중요성이다. 1인가구의 고립감을 막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게 하는 작업은 정부 정책, 혹은 민간기관들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해당 지역 내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연계망을 형성해 1인가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욕구를 적절히 분석하며,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대면 시대, 사회적 연대감의 필요성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로 인한 외부활동의 위축, 사회적 교류의 감소 등과 맞물려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1인가구 문제는 국민의 사회적 고립감을 더 크게 만들고, 이는 자살률 및 고독사의 증가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효율적인 개입 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개인의 삶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방향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다.

사실 고립감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동일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그 고립감을 해소하는 길은 우리의 공동체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연대성을 강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런 것 같아도 사실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모두가 외로워 한다는 것.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좀 더 강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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