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복지제도의 손과 발이 되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종사자 수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개선을 위해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사회복지사법)’이 2011년 제정, 2012년부터 시행된 바 있다. 법 제정 10년을 돌아보면서 그 의의와 발전과정을 짚어보고, 앞으로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 어떠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한국 복지국가의 손과 발,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의 필요성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는 급속히 확장되어 왔다. 4대 사회보험에 대한 적용범위가 보편주의에 근접했고, 2000년에는 권리로서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됐다. 그 다음에는 사회복지서비스가 복지국가로의 성장을 견인했다. 저소득층이나 요보호대상자로 정의되던 사회복지서비스의 적용범위가 일반 국민으로 확대되어 왔기 때문이다. 보편적 보육서비스가 자리를 잡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은 노인 돌봄 영역에서 서비스 대상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확대, 다양한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지속적인 증가 등도 사회복지서비스의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사회복지서비스의 확장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회복지종사자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과 근로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회복지 인력의 규모가 커지면서 처우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져갔다. 공공영역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별정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보수와 승진 체계가 점차 개선된 것과도 비교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종사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법 제정을 논의할 당시인 2007년 기준 사회복지부문 종사자의 임금은 전 산업 평균의 64%, 월 164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폐기물처리나 청소서비스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이 228만 원, 교육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은 월 289만 원이었다. 사회복지종사자의 직급이나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경력을 가진 공무원 보수 수준과 비교하면 70∼90%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낮은 임금은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높은 이직률을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숭고한 마음으로 사회복지 현장을 지키던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낮은 임금에 지쳐 이직을 하게 되면, 그 자리를 다시 새내기 사회복지사가 채우는 악순환을 끊기 어려운 구조였다.

숙련된 인력의 이탈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문제인식이 사회복지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더해 사회복지 현장의 과중한 업무량과 노동 강도, 열악한 근로환경, 상해나 재해의 위험 등도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 특히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대면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필수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복지종사자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핵심적인 필수인력으로 그 노동의 가치에 합당하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2. 사회복지사법 제정의 의의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기에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명문화하는 입법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쉽게 형성됐다. 다만 특정 직종의 처우나 복지 증진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령을 만드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 사회복지사법 제정 당시 논란이 됐던 주요 이슈였다. 즉, 기존의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을 규정하는 조항을 삽입하면 되는데 굳이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만을 위한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법 제정 당시에도 이미 특정 직종에 대한 지위 향상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법령이 존재하고 있었다. 교원의 경우,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과 ‘한국교직원공제회법’을 통해 신분보장과 생활안정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었고,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인, 군인 등 특정 직종을 위한 공제회 관련 법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사회복지사 등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사회복지종사자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가 사회복지종사자의 사기를 진작시켜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과정을 거쳐 2011년 3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주요 내용으로는 처우개선이라는 법의 목적을 밝히는 것과 함께 사회복지종사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명문화시켰으며,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복지공제회 설립근거와 운영에 대한 규정이 포함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성격에 그친 반면, 사회복지공제회의 설립, 조직, 사업, 행정조치 등이 법률조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조치와 이행을 규정한 것은 2018년 12월의 법 개정을 통해서였다.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해 처우개선의 기준점을 명확히 했고, 국가는 적정인건비 수준을 산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밖에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 수준과 처우에 대한 실태 및 지방자치단체별 준수율 조사·공표,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 및 근무조건 차별 금지 내용도 포함됐다.

2021년 12월에는 사회복지사법 제3조의2를 신설해 보건복지부와 광역, 기초자치단체별로 처우 개선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의 처우개선위원회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 적정인건비 기준 등에 관한 심의를 하도록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처우개선위원회는 조례에 의해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2년 8월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시·군·구 중 216곳(95%)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됐고, 지자체에 따라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상해보험료, 보수교육비, 처우개선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향후 과제

사회복지사법이 제정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비해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서울시의 경우,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보수의 95% 수준을 기준점으로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을 막론한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장기저축, 상해보험, 복지급여 지급 등을 핵심사업으로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의 디딤돌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여정은 이제 첫 걸음을 뗀 정도이다. 우선 사회복지사 보수의 기준이 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급여 수준 자체가 매우 낮아 상당한 급여 인상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전체적인 임금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다. 가장 최근의 통계를 보면, 사회복지업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224만3000원으로 전 산업 근로자 평균 월 급여인 384만6000원의 58.3%에 불과했다. 법 제정 당시에 비해 상대적인 임금격차는 더욱 커진 셈이다. 그만큼 다른 산업 분야의 임금 인상 노력이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노력보다 더 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 등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한 급여체계의 개편과 지속적인 실질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들이 서울시와 같이 지역별 단일임금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굳건한 의지와 실행력 있는 구체적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사회복지종사자의 열악한 급여 수준은 개선될 수 없다,

나아가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 9월 발의된 사회복지사법 개정안에서 퇴직연금사업을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사업으로 추가했으나 국회의 입법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바 있다. 사회복지사 등의 낮은 임금은 퇴직 이후 노후소득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낮은 소득은 국민연금 급여액이 낮음을 의미하고, 별도의 노후대비를 할 여력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장기적으로 불입하는 퇴직연금을 높은 수익률로 운용해 부족한 국민연금 급여액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9년 ‘사회복지사 근로 및 생활실태조사’에서 사회복지공제회에 바라는 사업 중 1순위가 퇴직연금사업이었고, 2020년 7월 한국사회복지공제회의 현장간담회에서도 신규로 도입해야 할 우선순위 사업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사회복지사법 개정을 통해 한국사회복지공제회가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하고,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복지종사자들이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복지제도의 손과 발이 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코로나 시대에 필수적인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며, 서비스를 받는 분들도 사회복지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자.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인 사회복지사들의 인권에 대한 다방면의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 누구보다도 사회복지사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처우에 관심을 갖고, 조직화된 힘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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