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사회복지의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반주형지원’이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되며 사회복지 실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본고에서는 반주형지원의 철학과 내용, 그리고 과제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 사회복지 실천에 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반주(伴走)’란 마라톤 경주에서 경주자에게 힘을 복돋아 주기 위해 누군가가 경주자 옆에서 함께 달리는 행위를 뜻한다. 이 때 경주자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경우에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로서의 의미도 내포된다. 이러한 반주의 의미에 비추어 ‘반주형지원’은 한마디로 생활 곤란에 처한 당사자 옆에서 함께 움직이며 힘을 북돋아 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주는 지원이라 할 수 있다.

반주형지원은 일본 사회복지 현장의 끊임없는 성찰과 실천을 통해 탄생한 개념이다. 반주형지원에 대한 철학과 이론적 내용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후쿠오카현 키타큐슈시에서 홈리스 지원을 비롯해 아동가족 지원, 장애인 지원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는 NPO법인 호보쿠(抱樸)의 창립자 오쿠다 토모시( 田 知志)이다.

그가 처음으로 반주형지원의 필요성을 의식하게 된 계기는 2000년 5월 일본에서 17세 고등학생 A군이 고속버스를 납치하여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시킨 ‘니시테츠 버스 하이재킹 사건’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접하게 된 것이었다. 본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 소년의 어머니가 사건 전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심한 이지메(따돌림)를 당해 등교를 거부하던 A군의 인격적 이상징후를 알아차린 어머니가 병원, 아동상담소, 교육상담소 등 여러 시설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지만 진료 경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움직여주는 선생님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내용이였다.

여기서 오쿠다 씨가 주목한 부분은 어머니가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선생님’이 아닌 ‘움직여주는 선생님’이라고 쓴 문구였다. ‘당시 A군과 어머니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사람은 단순히 아이의 문제를 치료하고 해결해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함께 움직여주는 반주자가 아니었을까.’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생활곤궁자 지원에 있어서 진정으로 필요한 실천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원이 아니라 당사자와 함께 움직이며 관계를 넓혀주는 지원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반주형지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반주형지원의 철학과 내용

반주형지원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원 간의 연결이다. 그 배경에는 반주형 지원을 주창한 오쿠다 씨가 30년 넘게 홈리스나 빈곤가정 등 사회적으로 고립·배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원활동을 하면서 축적해 온 경험지(經驗知)와 철학이 있다.

오쿠다 씨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자기자신으로부터의 소외’라는 위기이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이해하게 되는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적 고립은 자기 자신의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를 만성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둘째는 ‘삶과 일에 대한 의욕 상실’이라는 위기이다. 의욕 상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등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외발적 동기가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셋째는 ‘사회적 지원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위기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져도 그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연결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학대, 살인 등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거나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반주형지원에서는 대상자들의 끊어진 사회적 연결고리를 다방면으로 이어주는 동시에 사회적 연결고리가 튼실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복지적 실천을 수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개입하기 위해 아웃리치(out-reach, 대상자의 자택, 지역사회 등 생활공간으로 찾아가 대상자의 니즈를 발견하고, 정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지원) 실천을 중시한다.

반주형지원은 위 그림과 같이 크게 ‘과제해결형 지원’과 ‘계속연결형 지원’ 두 개의 틀로 나뉜다. 과제해결형 지원이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으로 생계곤란이나 학대 등과 같이 긴급을 요하며, 대상자가 떠안고 있는 과제나 필요한 대응이 명확한 경우 특히 유효한 지원이다. 다음으로 계속연결형 지원이란 곤란에 처한 당사자 옆에 지원자가 함께 존재하는 것 그 자체이며, 반주형지원에서 특히 중시하는 부분이다.

반주형지원에서는 당사자가 떠안고 있는 과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과제해결형 지원이 낳는 모순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과제해결형 지원이 갖는 첫 번째 모순은 해결 방법이나 출구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 대상자를 지원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선별·배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모순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지원자의 과제 해결을 위한 성급하고 과도한 개입이 당사자의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거나 반대로 지원자의 소진(번 아웃)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입은 도리어 문제의 재발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세 번째 모순은 대상자의 과제가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원 그 자체가 ‘실패’ 혹은 ‘지원곤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계속연결형 지원에서는 ‘거절하지 않는 상담’, ‘그 자체가 목적인 상담’, ‘과제해결을 하지 않는 지원’을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상자와 자원의 1차적 ‘연결’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욕구와 자원 불일치 등으로 연결에 실패했을 때의 ‘되돌림’과 ‘다시 연결’을 실천과정에 포함시켜서 지원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기존의 과제해결을 통한 정량적 성과 달성에 중점을 둔 복지 실천의 한계에 대한 실천가들의 성찰을 바탕으로 형성된 반주형지원이라는 개념은 일본 사회복지 현장에 있어서 ‘계속 연결되는 것’ 그 자체가 지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반주형지원의 과제

반주형지원은 최근 일본의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 뿌리내리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천이론이자 철학이지만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페이스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반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때문에 반주형지원이 지원자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는 실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체계의 확충과 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편, 반주를 중시한다고 해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과제해결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반주형지원의 퍼포먼스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실제로 반주형지원에서는 ‘대상자와 타인, 자원 간의 관계성이 얼마나 확장되었는가’라는 점에 주목해서 다양한 지원 효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주형지원에는 수치적 결과만을 성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성과(outcome)와 관련된 정량적 평가보다는 지원과정(process)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남기고, 그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는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반주형지원이 가능하려면 지원자 스스로가 대상자의 욕구에 맞춰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재량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 실천이 그렇듯 반주형지원에서도 지원자의 개입이 대상자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행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때문에 대상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문가의 재량이 발휘되도록 하려면, 지원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홈리스지원전국네크워크’라는 NPO단체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3일간의 교육과 레포트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반주형지원사’ 라는 민간자격증을 제공하거나 후생노동성의 위탁을 받아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시하는 등 반주형지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지원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신뢰관계를 쌓으며 지속적으로 반주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가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시의적절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의 개발과 실천이 필요하다.

반주형지원의 철학은 과도한 문제해결형 복지와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체계가 사회복지 본래의 가치와 목적을 왜곡시키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와 같은 반주형지원의 문제의식은 지역사회와 단절된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복합적인 생활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전개하는 한편, 사회복지 실천에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본질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구현을 위해서는 대상자 각각의 개별성에 맞춰 반주하는 실천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현장의 성찰적 실천을 바탕으로 한 사회복지 실천이론에 근거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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