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차이 치차로은(Chinchai Cheecharoen) 국제사회복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Social Welfare, ICSW) 동남아태평양 회장

2021년 기준 인구 약 6억7000만 명, GDP 3조1062억 달러로 전 세계 총 GDP의 약 4%를 차지하는 아세안 10개국. 이들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지난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며 3P(People, Prosperity, Peace) 전략을 내세워 아세안과의 교류 증대를 꾀해 왔다. 한국의 제2위 교역대상 지역인 아세안 사회복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친차이 치차로은 국제사회복지협의회 동남아태평양 회장(태국)으로부터 우리나라와 아세안 지역,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사회복지 협력과 발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친차이 치차로은 ICSW 동남아태평양 회장이 2019년 라오스에서 진행된 제14회 아세안 정부-비정부기구 포럼에 참석하여 개회사를 하고 있다.
친차이 치차로은 ICSW 동남아태평양 회장이 2019년 라오스에서 진행된 제14회 아세안 정부-비정부기구 포럼에 참석하여 개회사를 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학창시절부터 사회복지,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빈곤 지역에서 고아나 부모가 자녀를 돌볼 준비가 되지 않은 아동들을 위해 위탁 부모를 찾는 것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1980년 탐마삿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당시 많은 해외단체들이 태국에 사무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었는데 한 단체에서 태국 내 난민캠프에 오는 캄보디아 난민을 돕는 활동도 했다. 당시 태국의 사회복지사들은 태국이 도시·농촌 가릴 것 없이 빈곤문제와 같은 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에 의해 해외 여러 단체 및 기관에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및 소외계층에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금을 요청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기획됐다.

첫 직장은 국제기구인 노르웨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빈곤지역 개발 프로젝트의 지역개발전문가로 근무했다. 다년간 민간분야에서 근무하다 이후에는 사회문제를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태국 사회개발안전부 등 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다.

 

개인적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특히 관심있는 분야는?

지역사회조직에 관심이 많아 비정부기구(NGO)의 활동 촉진 및 국가의 사회복지·사회개발 정책 옹호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또 태국 사회복지발전계획 수립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사회복지증진법’, ‘사회복지직업법’ 등 사회복지 관련 기본법령 제정 과정에 기여하면서 국가의 역할을 촉구하고, 민간 자원봉사 단체를 홍보하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국제협력과 관련된 업무는 태국 사회개발안전부에서 근무하던 중 ‘태국 사회개발 정상회담 보고서’를 준비하는 부서에 합류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이 국가 보고서의 목적은 사회개발에 관한 정상회담에 따른 이행실적을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태국 사회개발안전부 대표로 아세안 사회복지 및 사회개발에 관한 고위급회의에 참석하여 아세안 사회보장 강화 선언, 아세안 사회복지 협력 파트너 및 아세안 사회복지연수원 설립을 추진했다. 또 국제사회복지협의회 동남아태평양(이하 ICSW-SEAP)과 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근무하면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연차총회에 참석해 태국사회복지협의회 및 태국 사회개발안전부와 공동으로 ‘아세안 사회복지 및 사회개발 정부-비정부기구 포럼’을 시작했다. 사회개발안전부의 사회개발 고문으로 활동한 것이 은퇴 전 마지막 업무였다.

 

ICSW-SEAP의 활동과 회원국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현재 ICSW-SEAP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피지, 필리핀, 베트남 등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ICSW-SEAP은 특히 새천년개발목표(MDGs) 및 사회개발에 관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정상회담 이후 유엔의 의제에 초점을 맞춰 동남아태평양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ICSW-SEAP은 아세안에서 사회보호, 인신매매 문제해결에 대해 발표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에 대한 아세안 선언을 지지했다. 더불어 ‘아세안 공동체를 위한 사회사업 강화에 관한 하노이 선언’에 참여해 더 나은 아세안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유니세프와 국제노동기구를 중심으로 한 아세안 글로벌 사회복지 및 사회사업, 사회보장 및 아동권리교육센터의 일부 교육과정 개설·기획에도 참여했다.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 사무소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사회복지의 날 행사 및 세미나에 참석해 국제교류를 강화하고, 국제기구인 태평양도서국포럼과 협력해 태평양 국가들과의 교류에도 노력하고 있다.

ICSW-SEAP은 아세안 협력 메커니즘을 활용해 태평양 제도 국가들을 포함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으로 구성된 소위 CLMV라고 불리는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향후에도 이 국가들과의 협력 활동을 넓혀갈 예정이며, 태평양 제도의 국가들과는 비정부기구태도국연합(PIANGO)을 포함한 해당 지역의 비정부기구 네트워크와 협력을 지속하고 강화할 예정이다.

 

ICSW 글로벌 활동에 ICSW-SEAP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사회보장, 빈곤 문제, 기후 변화, 식량 안보 등은 지금보다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회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활동들이 필요하다.

현재도 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을 운영하는 회원기관과 협의·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태평양 도서국 회원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을 연계해 사회복지 지식을 교류하는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활동과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넓혀가야 한다.

태국 사회개발안전부 근무 및 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 활동 등 태국 사회복지 분야에 오랜 기간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태국 내 사회복지 및 사회개발 분야에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소개해달라.

최근 태국은 보편적 복지정책 시행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뤘다.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적 의료시스템, 노인 및 장애인 수당, 15년간의 무상 교육 및 저소득가정 아동을 위한 아동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카드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경제개발의 민감성과 욕구 기반의 사회복지 개념으로 인해 태국은 지난 20년간 주로 특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태국의 사회복지 및 사회사업 분야 종사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복지를 누려야 하는 국민들이 복지시스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자립·자조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곧 사회복지사들이 심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클라이언트 사정 및 사례관리 수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태국 정부는 모든 부문 간의 협력 및 역량 통합을 중시하고 있다. 통합과 협력을 통해 사회적 자본이 창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양질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ICSW-SEAP이나 태국사회복지협의회 등의 올해 계획된 사업 중 한국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ICSW-SEAP은 태국사회복지협의회 및 협의회 회원 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세부 목표 및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 대한 컨설팅 제공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ICSW-SEAP 회장으로서 아세안 사회복지연수원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사회사업 및 사회복지 분야 국제기구와 국제협력’에 대한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ICSW 동남아태평양, 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말레이시아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성 주류화와 사회 통합을 통한 아세안의 양성평등 약속 이행 가속화’를 주제로 제17차 아세안 정부-비정부기구 포럼(ASEAN GONGO forum)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2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이 포럼에서 오가는 논의들이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복지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이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아시아지역 국가들에게도 모범사례가 되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특히 한국은 아세안+3 멤버로서 아세안 10개국 및 일본, 중국과 함께 아세안+3 회의를 통해 동남아시아 및 동북아시아 지역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기에 한국과 태국 간 협력의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아세안+3 등을 통한 공식적 협력과 더불어 아세안 회원국 내 비정부기구에 대한 한국의 사회복지사업 지원과 협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을 통해 사회복지사 및 사회사업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동남아시아 각국의 사회복지협의회들과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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