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연 서울시립금천단기청소년쉼터 사회복지사
윤주연 서울시립금천단기청소년쉼터 사회복지사

매년 8월 12일은 청소년이 직면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생계 향상 등을 꾀하자는 의미로 유엔이 정한 ‘세계청소년의 날’이다. 이름 그대로 세계 ‘모든’ 청소년을 위한 날이어야 할 텐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학교와 가정 밖의 청소년들의 날인지는 사실 의문이다. 이들이 위기상황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는 청소년쉼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이 적은 것은 어쩌면 학교·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무관심, 아니면 의도적인 배제 때문은 아닐까?

아직도 쉼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쉼터에서 지낸다고 이야기하면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 ‘문제아’, ‘문제가 많은 청소년’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쉼터에서 지내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집을 나온 가정 밖 청소년이라기보다는 이혼·재혼 가정 내 갈등, 가정 내 학대피해 청소년이다.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시설인 청소년쉼터는 기본적인 의식주뿐 아니라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들이 가정과 사회에 복귀하는데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연계하고 있다.

2013년 청소년쉼터에 입사했던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던 지식을 현장에서 그대로 활용해 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쉼터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제공할 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부모님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곳이었다. 학교 가라며 아침에 깨우고, 밥을 먹지 않는 모습을 걱정하며, 아픈 곳은 없는지 보살피는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쉼터 사회복지사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부모님처럼 청소년을 살뜰히 챙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특히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져 매일 걱정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항상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뭐가 필요할까 많이 생각해야 했지만 경험이 쌓이며 지금은 청소년들에게 친구, 언니, 엄마, 선생님 같은 사회복지사가 됐다.

 

언제나 응원해!

오랜 시간 근무하며 다양한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청소년이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처음 담당하게 된 사례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쉼터에 온 친구였다. 또래들보다 피아노를 잘 쳤는데 경제적인 사정과 가정환경으로 피아노를 배울 수 없었다고 했다. 쉼터에 와서 필요한 치료를 받으면서 좋은 기회로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됐고, 중장기 쉼터로 옮기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환경을 탓하기보

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며 주변 도움에 감사할 줄 알았던 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현재는 대학원에 입학해 교생 실습까지 마친 예비 선생님이 됐다. 지금도 가끔씩 연락이 닿는 그 친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멀리서 응원하고 있다.

쉼터를 떠난 청소년들 중 엄마가 되어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일도 있다. 그 친구들이 떠날 때 들었던 ‘사회에 나가면 잘 살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엄마 역할 또한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아마 쉼터에서의 사회복귀 프로그램과 예비부모교육 등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쉼터 사회복지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재미있게 사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뿌듯함과 보람 뒤에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을 찾아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숨어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쉼터를 멀리하지 말고, 쉼터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제 힘으로 살 수 있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사회의 성인들이 어른들에게서 피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진짜 ‘어른’들이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