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경험이 주는 시사점

들어가는 글

호주 사회 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그에 따른 개인적·사회적 피해의 증가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역량을 재평가 하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질병의 급속한 전파가 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집단이나 계층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사회적'인 것이라는 데서 그 주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질병에 노출되는 정도나 감염 후의 결과가 사회적인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다르고, 경제력에 따라 지역 전파 속도나 피해 정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환경에서 사회복지서비스는 정치적·이념적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제거하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과 대응 도구가 되고 있다. 나아가, 사회복지서비스가 금전적 제공이 아닌 휴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영역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나 기타 인력들의 자질, 역량 및 전문성의 제고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호주에서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핵심을 담당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이는 사회복지사의 현실적 목표가 사회 곳곳에 산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개인적·가족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함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사회구성원의 자립을 돕고 그들의 복지(Welfare or wellbeing)를 향상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자원의 고갈, 각종 사회적 불평등이나 인권 침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사회복지사가 수행하는 역할과 책무에 대한 재평가와 비판적 성찰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의 사회복지서비스 인력 현황

복지 서비스는 금전적 혹은 경제적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보장과 함께 호주의 사회복지 제도를 이끌어가는 수레바퀴의 두 축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 민간단체 또는 기타 공급주체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 복지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사 인력의 규모, 특성 및 접근성에 따라 그 질과 성과 정도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이 사회복지사 등을 포함한 전문가나 준(보조)전문가의 기술, 지식 및 가치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실천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의 사회복지서비스는 크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지역서비스(Community service industries)와 공공기관이나 교육 및 의료 시설 등에서 제공하는 비지역 복지서비스로 구분될 수 있다. 연방 정부 내 사회서비스부(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산하 호주보건복지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자료(2022)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는 행정이나 단순노무 등의 간접인력을 제외한 115만6250명의 직접인력이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약 59만 명이 일반 지역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인구 1천 명 당 7명의 복지서비스 인력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 사회서비스 인력은 주로 생활시설 돌봄서비스, 취학 전 아동 돌봄서비스 및 기타 사회적 지원 분야에서‘복지사', '지역아트사' (Community arts worker), '복지보조사' (Welfare support worker), '사회복지사', '지역지원사' (Community worker), '요양보호사' (Care worker), '장애인지원사' (Disability support worker), '상담사' (Counsellor) 등으로 다양하다.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욕구와 수요의 증가에 따라 2020년 지역 복지서비스 종사자 수는 2010년에 비해 53%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AIHW, 2022). 특히,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 요양시설에 근무하는‘요양보호사' 는 그 숫자가 28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서비스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 인력의 증가와 함께, 종사자의 여성 편중화 또한 지속되어 2020년 현재 85%가 넘는 인력자원이 여성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노인요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여성인력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복지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의 성별 격차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oyal Commission into Aged Care Quality and Safety, 2021).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지위

호주의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서 사회복지사가 담당하는 역할은 실로 다양하며, 그 영역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다. 이들은 대체로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 전문인들이나, 경찰 및 교육 관련 종사자들과 함께 일하며, 개인이나 가족 또는 그룹에 요구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개략적으로 보면, 절반이 넘는 사회복지사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영역에서 종사하며, 나머지는 정부기관이나 병원 등의 공공시설이나 조직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아동 학대나 방임 등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 서구사회 특성상, 상당수 사회복지사들이 정부기관에 소속되어 아동보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기타 병원이나 교정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수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국가장애보장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나 노인케어를 지원하는 홈케어 패키지 (Home Care Package) 등의 시행에 따라 일정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사회복지사(Private Practice)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에 관한 한 호주는 다른 OECD 회원국들과는 매우 상이한 다른 접근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인 호주사회복지사협회(Australian Association of Social Workers, AASW)가 독점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엄밀하게 본다면, 호주에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AASW의 인증을 받은 4년제의 사회복지학과(Bachelor of Social Work)나 2년 과정의 임상사회복지학 석사 (Master of Social Work (Qualifying))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이들 대학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에게 최소한 1천 시간의 현장 실습과 아동보호, 정신건강, 원주민 보호, 다문화 지원 등의 필수과목을 이수하고 5년마다 이루어지는 AASW의 현장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위와 같이 AASW의 인가를 받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게 되는 데, 이 입회자격이 곧 사회복지사 자격으로 통용되는 것이다. 협회 등록은 자율적이어서 2022년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약 ⅓만이 AASW의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설립된 National Skills Commission(2022)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약 3만7100명의 사회복지사가 복지분야에 고용되어 있으며, 이들 중 84%는 여성으로 다른 사회복지서비스 영역과 유사한 성별 구성 비율을 보이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평균 연령은 42세이며, 이들이 받는 보수는 주당 평균 $1736로서(연봉 $90272 한화 8천3백만 원), 주급 $1984를 받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보다는 낮으나 $1652를 받고 있는 상담사나, $1382를 받고 있는 돌봄서비스 종사자 (Aged and disabled care workers)보다는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회복지 교육과 실천에 주는 시사점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그 범위나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복잡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중추를 맡고 있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사들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의 변화는 20세기 이후 서구 현대사회에서 정치적·철학적 바탕이 되어왔던 두 가지 사회적 가치, 즉 인권(Human rights)과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와 관련된 기존의 개념과 실천 방법에 대한 재해석과 비판적 평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이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인권과 사회적 정의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통한 개인의 자유와 자강(임파워먼트), 사회적 결집 그리고 사회적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 중 취약 계층이 겪어온 이중적 소외나 차별 문제는 사회적‘돌봄'에 대한 한층 진보된 철학적·이론적 토대의 정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기술의 개발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의 붕괴는 특히 노인, 장애인, 원주민 등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효율적인 전달을 방해하고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의 발생을 부추겨왔다. 따라서 인권과 사회적 정의라는 거시적 준거 틀에 바탕을 둔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방식을 재평가 하고, 돌봄의 윤리(Ethics of Care)와 같은 대안적 접근방법의 선택적 수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ship)나 포용(Inclusion)의 실천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나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자연재해의 발생은‘재난복지 서비스'의 중요성을 한층 증가시키고 있다. 전염병, 산불, 홍수 및 가뭄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 시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집단 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들의 한층 전문적인 자격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McCurdy, Sreekumar, & Mendes, 2020). 또한, 최소 1천 시간의 현장 실습을 요구하는 현행 사회복지 교육의 효율성과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산학협동 체제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새로운 사회복지 영역의 개발, 자격의 전문화 및 사회복지 교육의 내실화에 대한 요구는 호주 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여러 교훈 중의 한 가지일 뿐이다.

 

[참고문헌]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AIHW). (2022). Welfare Workforce. https://www.aihw.gov.au/reports/australias-welfare/welfare-workforce

McCurdy, S., Sreekumar, S., & Mendes, P. (2020). Is there a case for the registration of social workers in Australia? International Social Work, 63(1), 18-29.

National Skills Commission (NSC). (2022). Occupation ProfilesSocial Workers. https://labourmarketinsights.gov.au/

Royal Commission into Aged Care Quality and Safety. (2021). Care, Dignity and Respect. https://agedcare.royalcommission.gov.au/publications/final-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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