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회를 소중히 하는 기업경영 철학

2018년 7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세계사회복지대회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 약 2천 명의 사회복지 관계자가‘새로운 시대, 사회복지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아일랜드는 19세기 중엽, 감자농사로 인한 역병이 창궐해 수백만 명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유럽, 미국 등지로 조국을 등진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다.

이런 유럽 최빈국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에서 한 작은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 사회공헌을 몸소 실천한 사례는 지금도 기업 사회공헌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 기업은 바로 세계 최고의 맥주회사 기네스다. 1759년 더블린의 작고 낡은 양조장에서 시작한 기네스는 가문의 대를 이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20세기 중반에는 출판, 영화, 부동산 등 사업영역을 다양하게 확장시키며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기네스가 설립된 해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막 시작하던 때로 대부분의 공장이 열악한 작업환경, 최고의 노동시간 등으로 사람보다 기술, 자본이 중요시 되던 시대였다. 이러한 회사 분위기 가운데 기네스는 최고의 임금, 직원 및 가족 의료 지원, 주택신용조합, 지역 의료 및 소방안전 지원 등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복지안전망 체계를 구축하였다.

 

코로나 팬데믹,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국가, 기업, 개인 등은 아픈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공동체 유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깊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기업들은 경영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며 심각한 경기 침체기를 겪었다.

특히 노인, 장애인, 자영업자 등 전통적인 사회취약계층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삶의 벼랑 끝에 몰렸다. 정부는 긴급진단치료 응급체계를 가동하였으며 직장, 학교 등 모든 사회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대다수 국민에게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었을 뿐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사회안전망은 그 기반이 무너져 내렸다.

최근 발표된 2022년 세계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등과 비교해 우리는 경제규모 세계 10위와는 크게 동떨어진 59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가행복지수는 소득,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의 6개 항목을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 소득은 앞서 있지만 사회적 갈등, 차별이 심하고 개인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행복지수 1위 핀란드의 경우는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 전 영역에서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의 나침반, SDGs

이제 ESG 열풍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재무적 이윤창출과 비재무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하나의 국가에 버금가는 힘을 지닌 기업이 그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국가, 기업, 개인 등 모든 사회구성원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은 SDGs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SDGs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여성, 아동,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등)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적 공동목표다.

이와 같이 SDGs 목표는 사람(People)에 대한 목표 6개, 환경 (Planet) 관련 6개, 번영 (Prosperity) 관련 3개, 평화(Peace) 관련 목표 1개와 파트너십(Partnership) 관련 1개 등 총 17개 목표로 되어 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현재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 세계 빈곤문제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의 목표 SDGs는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SDGs 목표에 기반 해 전략을 통합하는 기업은 인류공동의 도전 과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법을 모색하며,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SG의 사회(Social)영역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즉 형평성(Equity), 다양성(Diversity) 및 포용성(Inclusive)으로 지칭하는 ED&I가 국가, 기업, 개인 등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은 ED&I의 가치를 실천하며,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고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ED&I는 글로벌 경영철학에 발맞추어 다양성과 평등의 원칙을 유지하고 혁신적이고 우수한 인재 유치를 도우며, 좋은 기업 문화와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인류는 지금‘지속가능성’에 대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위기, 불평등, 양극화 등이 그 위기의 실체다. 기존 질서로는 인류가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인류공동체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필요로 하고 있다.

 

CSR 4.0, 사회안전망 4.0

앞서 코로나 이후 국제적으로 ESG 논의가 활발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사회안전망 (social safety net)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 놓여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와 경제 회복을 위해 다시 뛰고 있다. 중세 유럽은 페스트라는 무서운 감염병을 이겨내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과학, 예술, 산업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류문명(renaissance)을 건설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코로나라는 대재앙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새로운 경제, 사회를 구축해 나갈 방향과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경제적 책임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에 더욱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전략과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수동적인 사회적 책임(CSR)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환경에 대응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가는 것은 미래 기업의 성장 차원에서 비용이 아닌 투자이고, 적극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책임 있는 기업(Responsible Business)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제기된 다양한 사회문제 및 갈등 요인은 더욱 심화되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단독으로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기업을 비롯해 사회단체 간 협력하고 참여하는 민주적인 생태계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장과 정부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 및 사회적 참여(Social Involvement)를 독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민주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공헌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전략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기업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

국내 사회문제 해결과 공통적인 과제를 우선순위에 두지만 선진국 지위에 걸맞게 사회적 영향력을 염두에 둔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해야한다. 국민과 기업 모두 가장 중요한 목표는‘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당면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협력·상생을 실천해야 할 때다.

오늘날 기업은 그 지위와 역할에 있어 사회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글로벌 상위 기업의 연간 매출은 웬만한 나라의 GNP와 맞먹는다. 기업 하나가 곧 사회(social)이고 하나의 공동체(community)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의 내적(임직원), 외적(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절실한 시기다.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의 부정적인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책임(CSR)을 실천해야 한다.

다음으로 투명한 신뢰자본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SDGs는 시급한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된 목표를 제시하고,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외부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제공한다. 지속가능성 보고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정부는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선언하면서 110대 국정과제와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건설한다는 국정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기업, 시민사회 등 적극적인 민간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관으로 실시하고 있는‘지역사회공헌 인정제’의 미래 행보가 앞으로 더욱 주목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평상시 지역경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서는 공동체 연대의식 강화 및 일상 회복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정부, 기업, 일반 시민의 협력관계 강화 및 지역문제를 해결하며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통해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민간주도로 인적·물적 복지자원을 연계·협력·조정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는 앞으로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의 활성화를 통해 민간주도형 스마트복지 구축 및 ‘사회안전망 4.0’시대를 열어‘나눔행복, 행복한국’을 실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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