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자유-국민당 연합 보수 정권이 9년 만에 막을 내리고,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더 나은 미래(A Better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노동당은 △의료보험(Medicare) 강화 △안정된 지역별 일자리 창출 △보육비용 절감 △제조업과 신재생 에너지 산업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이 글에서는 호주의 집권당이 된 노동당 정부가 사회복지분야 정책을 어떻게 변화시키려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호 주 국 립 대 학 교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가 2022년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차기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 생계비 부담 감소(64.7%)를 꼽았고, 노인복지제도 개선(60.1%), 국가 경제 강화(54.4%), 의료비용 감소(53.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총 22개 정책 과제 중 보육종사자 임금 인상(29.8%) 등 사회복지 분야 관련 현안이 여섯 개나 포함됐다.

노동당은 선거 기간 중 진행한 캠페인에서 제시한 13가지의 주요 공약 중 사회복지분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이슈로 ‘보육비용 절감(Cheaper Child Care)’과 ‘노인 돌봄(Aged Care)’을 내세웠다.

 

보육비용 절감

새 정부에 의하면 자유-국민당 집권 시기동안 보육비가 41% 늘었고, 특히 최근 1년간 6.5%나 치솟았다. 여당은 보육 제도를 개선해 일하는 가족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경제 개혁이라며, 가계 보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째 자녀의 최대 보육 보조금 비율을 90%로 인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 소득기준을 53만 호주달러(약 4억7000만 원)로 인상 △둘째 이상 자녀 보육 보조금 비율 인상 및 증가된 보조금 사용범위를 방과 후 보육에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호주 공정거래 및 소비자위원회(ACCC,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가 가격 규제 제도를 설계하도록 하고,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모든 가족을 위한 보편적 90% 보조금 지급을 위한 포괄적인 검토를 수행하게 된다. 내년 7월 실행될 이와 같은 보육 제도 개혁으로 약 126만 가구가 혜택을 받게 되며, 이를 위해 54억 호주달러(약 4조8000억 원)이 투여될 예정이다.

 

노인복지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

노동당 정부는 노인복지제도 개선과제로 먼저 모든 노인요양시설에 공인 간호사가 24시간 연중무휴 상주하고, 시설에서 해결 가능한 의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인들이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 또한 더 많은 간병인을 배치하고,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모든 호주 국민이 하루 평균 215분의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인에게 제공해야 할 필수 영양 기준을 마련해 시행함으로써 시설 노인들의 식생활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같은 노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선과제 외에도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의 권고에 따른 요양보호사 임금 인상 및 근로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요양시설 서비스 제공자에게 직접 서비스 비용 공개와 보고 등의 의무 부과를 부과할 것이며, 특히 가정요양서비스 비용 상한선을 책정하여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인요양안전위원(Aged Care Safety Commissioner)에게 더 강화된 권한을 부여하여 요양서비스 제공자를 관리·감독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과 청렴성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금 소득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실질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도 다수 내놓았다. 먼저 소득 산정시 활용하는 추정 기대 수익율을 현재 수준으로 2년 동안 동결하여 약 90만 명의 노령 연금 수령자 등을 이자율 인상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천명했다.

또한 의약품 구입, 의사의 가정방문 진료비를 비롯하여 재산세, 수도 요금, 전기와 가스 요금, 구급차 호출, 치과·안과 진료 및 대중교통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노인보건카드(Commonwealth Seniors Health Cards) 대상자를 5만 명 이상 확대하고, 자기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긴급 의료 클리닉(Medicare Urgent Care Clinics) 50개소를 설치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등 연금 소득자의 생계비·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득 보장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장애인 지원 제도 개선

노동당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국가장애보험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 예산이 삭감되어 왔음을 비판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더 이상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별로 할당된 기금의 이용계획을 수립할 때도 대상자를 중심으로 가족, 간병인, 서비스 제공자 및 요양보호사 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제도의 설계·운용·지속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가 장애 연구 파트너십(National Disability Research Partnership)’에 1500만 호주달러(약 135억 원)를 투자하고, 연구결과에 따른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애인 고용과 교육이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국가장애전략(National Disability Strategy)’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재평가하고, ‘우수 장애인 고용센터(Disability Employment Centre for Excellence)’와 함께 장애인 고용 성과를 개선하고자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처럼 다시는 감염병 유행 등 비상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조치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부분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조직적 학대, 방치, 착취 등 문제 해결과 이에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향후 4년간 1000만 호주달러(약 88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여 장애 옹호 관련 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NDIS를 상대로 한 ‘행정 항소 심사(AAT, Administrative Appeals Tribunal, AAT)’ 사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담당 기관에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에 대한 투자 = 경제적 생산성 제고

총선 이틀 전인 5월 19일, 노동당이 발표한 공약 이행 비용은 97억 호주달러(약 8조6000억 원)으로 자유-국민당 연합의 23억 호주달러(한화 약 2조300억 원)의 4배 수준이었다. ‘이행 비용 마련 방안에 대해 빈틈이 많다(riddled with holes)’는 당시 여당의 비판이 있었지만 이때 노동당 재무 대변인이었던 짐 차머스 연방 재무장관은 ‘투자 대비 효율(Bang for buck)’을 강조하면서 “투자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변했다. 이는 보육, 교육,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더 많이 집중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육 분야 투자를 통해 가계의 생계비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일할 수 있는 가정 구성원들이 일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면 경제적 생산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필요한 국민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우리나라 새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은 투자를 통해 복지 현안을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호주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 예로 2024년부터 만 11개월 이하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부모급여는 생계비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물가 상승과 추가 소득에 대한 기대가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 세대들을 위한 기초연금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우리나라나 호주 모두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회복 지연,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고물가·저성장의 경기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세계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합리적인 복지 예산 집행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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