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재해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지난 20년 간 1.7배 증가했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증가폭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해 뉴욕을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뉴욕시에서 사망한 13명 중 11명은 반지하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런 주거취약계층 중 대부분이 미등록 이주민으로 알려지면서 주거지원에 대한 대책마련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불평등한 영향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사회복지정책 및 실천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뉴욕시의 허리케인 대응 정책

2021년 9월 27일 뉴욕시의 드 블라지오 시장은 ‘뉴 노멀 : 뉴욕시의 폭우 관련 기상 이변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 및 회복에 관한 전문가 및 공직자들이 모인 기상이변 대응 태스크포스(Extreme Weather Response Task Force)를 통해서 작성되었다.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을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상 이변의 영향과 회복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정책 프로토콜을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상 이변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 혹은 지역사회에 불평등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 및 인프라 강화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Rainboots on the Ground’이다. 이는 지하 및 반지하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취약 지역에 대피 절차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 조사도 포함한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60개 지역사회기반조직과 연계하여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이뿐만 아니라 보고서에서는 지하 및 반지하 거주자 보호, 저소득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 및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우선 투자 등을 포함하며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지역사회와 연계되어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허리케인 아이다 이후 뉴욕시에서는 무료급식 배부뿐만 아니라 피해 주민에 대한 푸드 스탬프(SNAP), 현금 및 재정 지원 등을 제공했다. 현금 및 재정 지원에서는 각 지역사회기반조직과 연계하여 피해 주민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미국 사회복지사 관련 조직들의 환경정의에 대한 입장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환경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전미사회복지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ocial Workers, NASW)는 ‘사회 정의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제시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복지사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NASW는 2017년부터 기후 및 건강에 관한 컨소시엄의 회원이었으며,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옹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NASW는 컨소시엄과 협력하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파리 기후 협정에 복귀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한 바 있다. NASW는 전미심리학회, 전미소아과 학회, 전미공공보건협회, 기후심리학 연합 및 기타 여러 조직과 함께 사회 기후 리더십 그룹을 구성했다. 이 워킹 그룹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개인과 지역 사회의 정신건강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 개발에 중점을 두며, 2020년 기후 및 생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서적 회복, 사회적 유대 및 시민역량 강화를 위한 행동 비전을 수립한 바 있다. NASW에서는 기후변화가 사회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사회복지실천에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회복지사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사람들이 급격히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실천을 옹호하는 것이 윤리적 책임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사회사업교육협의회(Council on Social Work Education, CSWE)에서는 국제사회복지교육위원회의 하위 위원회로 환경정의위원회(Committee on Environmental Justice)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2015년 2월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며 녹색 사회복지(Green Social Work)의 역사, 환경 사회복지실천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사회복지교육과정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위 원 회 에 서 는 교 육 정 책 및 인증표준(Educational Policy and Accreditation Standards, EPAS)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환경정의를 포함시켰다.

“환경정의는 모든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를 동등하게 경험하고 어떤 집단이나 지역사회도 환경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고 환경 위험의 불균형한 영향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 실현된다. 환경정의는 생태체계적 통합과 상호 의존성을 확인한다. 모든 종의 문화 및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 생태계 파괴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토지, 물, 공기 및 음식을 포함한 생태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이 포함된다.”

한편 2015년에 CSWE는 사회복지대학이 자격발급 기관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다루어야 하는 9가지 핵심 역량 목록에 환경정의를 추가했다. 현재 미국의 사회복지교육과정의 주요 역량(Social Work Competencies) 중 세 번 째 항목으로 ‘인권 및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정의 증진’이 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회복지를 위한 12대 중대 과제(Grand Challenges for Social Work) 중 하나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Create social responses to a

changing environment) 과업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 과업에서는 현대 사회의 환경 문제는 특히 소외된 지역사회의 복지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기후 변화와 도시 개발은 건강을 위협하고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며 기존의 사회적, 환경적 불평등을 시킨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파트너십, 지역 사회와의 연계, 개인 및 지역자원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과업에서는 사회복지사가 환경 변화의 인간적 영향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난 대비 및 대응 △인구 이동 및 이주 △도시 환경에서 지구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수준의 조직 및 개발 △환경 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옹호 및 정책 참여 이상 4가지를 제시한다.

 

기후변화가 사회취약계층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미국에서는 기후변화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US Global Change Research Program)은 ‘2016년 기후 및 건강 평가(Climate and Health Assessment for 2016)’에서 ‘세계적 기후변화가 정신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인 기후 관련 인간 건강 영향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는 사회적,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과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삶의 질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며 이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샤논도라 빌리엇(Shanondora Billiot)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의 원주민 지역사회에 토지가 손실되고, 식량이 부족해지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저렴하고 건강에 해로운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지역 거주민의 20%가 PTSD, 불안 또는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거나 위험군에 속해 있다면서 생태계 변화가 개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복지실천적 개입을 촉구했다.

한편 크리스티나 에릭슨(Christina L. Erickson) 교수는 ‘사회복지실천으로서의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as Social Work Practice)’라는 책에서, 특히 사회복지사들은 환경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개인, 지역사회, 사회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수준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개인 및 지역사회에 대한 개입을 제공하며,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이들이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재난으로 인해 영향 받은 지역사회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입하며, 거시적으로는 환경 변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취약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옹호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회복지계의 환경정의와 ESG의 교차점

기후변화가 취약계층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복지정책 및 실천 차원의 개입을 뜻하는 환경정의는 최근에 사회공헌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개념과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사회복지영역에서는 먼저 사회복지교육 및 연구 차원에서 환경정의의 중요성과 취약계층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미시, 중시, 거시 차원의 근본적 개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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