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사회법전’ 제8권 35장에 따라 장애인들을 위한 통합지원(Eingliederungshilfe)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의료재활, 교육 참여, 사회 참여, 노동시장 참여 4개 분야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통합지원 중 장애 아동·청소년에 대한 교육 참여 지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독일 장애인을 위한 통합지원의 주요 내용

첫째, 의료재활(Medizinische Rehabilitation) 지원이다. 장애 조기발견, 개인별 맞춤형으로 이루어지는 재활 치료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 교육 참여(Teilhabe an Bildung) 지원이다. 장애 아동·청소년의 상태와 욕구에 맞는 교육기관을 찾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교육기관은 특수학교(Förderschule)와 통합교육학교(Integrationsschule)로 나눠진다. 셋째, 사회참여(Soziale Teilhabe) 지원으로 활동보조인 고용, 적합한 주거서비스 제공, 이동보조를 위한 서비스, 심리상담 등이 포함된다. 넷째, 노동시장 참여(Teilhabe am Arbeitsleben) 지원이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직업교육 후 일반노동 시장 편입 또는 장애인 작업장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특수학교와 통합교육학교

특수학교는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해 전담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다. 독일에는 학습(Lernen), 지적발달(Geistige Entwicklung), 정서·사회적 발달(Emotionale und soziale Entwiclung), 언어(Sprache), 신체·운동 발달(Körperliche und motorische Entwicklung), 청각(Hören), 시각(Sehen)에 중점을 둔 특수학교들이 있으며, 전국에 28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은 독일 전체 학생 숫자의 약 8%를 차지한다.

통계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 학습과 지적발달에 특화되어 있는 특수학교가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서·사회적 발달 장애를 겪는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의 비율이 13%에 달하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각 학교에서는 장애영역별 특성에 따른 교육과 함께 개인 맞춤형 집중치료와 재활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생들은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아동·청소년 전담 간호사, 학습보조자,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학교에서 생활해 나간다.

2020년 독일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특수학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09년 유엔장애인협약 이후 통합교육(Integrative Bildung)을 강조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교육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10년 전보다 24만3200명이 증가해 약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31만3900명이 감소해 16.9% 줄어들었다.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의 정도, 개인성향, 적응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청소년청 담당자와 상담을 통해 특수학교와 통합학교 중 어떤 곳에 보낼지를 선택한다. 과거에는 장애 학생 대부분이 특수학교에 다녔는데 현재는 경증 장애 학생의 경우 보조교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반을 개설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각 학교에는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배치되어 이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교육연구기관인 ‘Institut fr Bildung und Coaching’은 학습, 지적발달, 정서·사회적 발달, 언어, 신체·운동 발달, 청각, 시각에서 분야에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수업이 전국의 학교에서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읽기, 쓰기, 계산, 느린 발달 등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의 18.9%가 통합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만 지적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통합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은 3.3%로 낮게 나타났으며, 정서·사회적 발달에 문제를 겪는 학생은 35.9%가 통합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공격적인 태도와 사회성 결여를 개선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공감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느린 언어 발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통합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2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체·운동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19.9%가 통합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이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교가 완전한 배리어프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장애 학생이 이용하기 적합하도록 학교 환경을 개선하다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중 청각에 문제를 가진 학생의 비율도 26.3%로 다른 장애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완전한 청력상실이 아닌 보조기의 도움을 받아서 참여 가능한 학생이 이에 속한다. 시각에 문제가 있는 학생의 통합수업 참여 비율도 27.1%에 달했다. 이 역시 완전한 시력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약시 등으로 불편함이 있더라도 도움을 통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

독일의 16개 주 중에서 통합교육 체계가 가장 잘 마련되어 있는 지역은 브레멘(Bremen)과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이다. 이곳에는 많은 장애 학생이 통합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통합교육 개설학교 비율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통합교육 학교를 늘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인식일 것이다. 2009년 유엔장애인협약이 채택된 지 10년이 지난 후, 독일의 장애인 시민단체 Aktion Mensch와 언론사 ZEIT가 함께 ‘학교에서의 통합(Schulische Inklusion)’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들이 문화·체육활동을 같이하고, 교우 관계를 맺고, 함께 어울려 성장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94%에 달했다.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통합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질문에서도 찬성 66%, 부분 찬성이 19%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학교에서의 통합에 대해 독일 국민들은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은 통합교육 활성화와 지원 확대를 추진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을 위한 전일제 학교

현재 독일은 방과 후 교육 및 돌봄을 담당하는 전일제 학교(Ganztagschule)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전일제 교육에 참가하는 초·중등 학생들은 오전 정규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오후 4~5시까지 학교에 머문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단계에 맞는 보충수업부터 스포츠, 예술, 음악 활동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통합학교의 장애 학생 역시 정규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전일제 교육을 받으며, 이들을 위한 돌봄교사 인력이 별도로 배치된다.

독일 16개 주의 학교는 교육과정과 수업모델에 따라 의무형, 부분형, 개방형의 전일제 학교를 개설하고 있다. 의무형은 일주일에 최소 4일, 정규 수업 후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자율적으로 오고 싶은 날에만 참여할 수는 없다. 부분형은 일주일에 최소 2일은 의무, 2일은 자유롭게 참여하는 의무형과 개방형의 혼합 형태다. 개방형은 의무참가가 아니며 일주일에 4일 중 원하는 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전일제 학교 개설은 돌봄에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장애 학생 부모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일에서는 장애인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참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비장애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다르지만 함께 이해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해 성장한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포용기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통합이 학교에서부터 직장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를 통합교육 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로 특수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통합교육 학교에 가더라도 보조교사 인력 문제로 장애 학생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차별과 따돌림, 학교폭력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취업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지 않기 때문에 졸업 후에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에는 통합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통합교육 지원교사를 확충하고,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력해 만든 통합교육 모형을 적용한 학교도 확대할 계획이다. 통합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부모가 함께 구성한 시·도 교육청 단위 통합교육지원단도 운영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장애 학생들에게 더 나은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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