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은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남궁은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기대수명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노인인구, 특히 돌봄 필요도가 높은 후기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돌봄 인력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수는 2016년 34만4000명에서 2020년 50만3000명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사회복지사 직종의 증가가 두드러져 동 기간 간호사 31%, 간호조무사 46%, 요양보호사 44%가 증가한 반면 사회복지사는 종사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2020년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3만여 명에 이른다.

장기요양인력의 수요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기관 또는 돌봄서비스 이용자 또는 이용자 가족의 돌봄 인력에 대한 성희롱, 신체·언어적 폭력, 규정 업무 외 노동 요구와 같은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앞으로도 장기요양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개선과 근로조건의 향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돌봄 인력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과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은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 의식에 따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2021년 10월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1000명(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사·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을 대상으로 ‘노인돌봄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본고에서는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및 관련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률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위 조사 결과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사자 인권보호를 위해 장기요양 및 노인 돌봄 실천 현장에서 이행할 수 있는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요 및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서비스)는 돌봄이 제공되는 방식과 장소에 따라 크게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형태로 구분된다. 재가급여는 본인의 집에 거주하면서 방문형서비스(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또는 이용형서비스(주야간보호, 단기보호)를 이용하는 것이고, 시설급여는 법에 따라 지정된 시설에 입소하여 돌봄을 제공받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요양 종사자도 시설 또는 기관에서 시설급여, 이용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용자의 가정에 방문하여 방문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요양 서비스 제공 시설 및 인력 기준은 법과 조례, 지침 등에 규정되어 있다. 대부분 자격, 인력배치 등 서비스 품질 관리 차원의 규정이지만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정들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7조의2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장기요양종사자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지자체별로 사업의 상세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장기요양인력의 역량 강화, 권익 보호, 고충 상담, 건강관리 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한다. 그 외에도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돌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고용·산업재해보험제도’ 등을 통해 일반 노동자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노인복지법’ 등을 통해 타 노인돌봄종사자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용자로부터의 인권침해 경험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 종사자의 인권침해와 부당대우 경험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많은 종사자가 이용자(가족)로부터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응답자의 40.9%가 지난 1년간 비난·고함·욕설 등 언어적 부당행위를 경험했으며, 33.7%는 꼬집기·주먹질 등 신체적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응답자 5명 중 1명(20.8%)은 성희롱, 성적 신체 접촉 등 성적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업무 수행에 있어서는 규정 업무 외 요구를 받은 종사자가 27.4%, 초과업무 요구를 받은 종사자가 28.4%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용자 또는 가족으로부터 간식,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사비로 구입해 줄 것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9%, 이용자(가족)가 사업주 또는 기관에 부당한 민원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8.4%로 앞의 5가지 부당행위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의 종사자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마지막 두 유형의 부당행위의 경우, 타 직종 대비 사회복지사의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장기요양기관 내 사회복지사 직종이 담당하는 업무 또는 역할과 타 직종의 업무 또는 역할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 즉,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직접적인 요양(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비해 사회복지사의 경우 중간관리자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거나 이용자와 그 가족(이하 이용자)의 민원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부당행위 경험 유형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기관으로부터의 인권침해 경험

장기요양 종사자는 이용자뿐 아니라 기관이나 기관장(이하 기관)에 의한 다양한 유형의 부당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간 장기요양 기관이나 기관장으로부터의 부당행위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비난이나 고함, 욕설을 경험한 응답자는 17.6%로 언어적 부당행위는 가장 빈번하게 경험하는 부당행위 유형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부적절한 업무 수행에 대한 요구가 16.3%, 초과업무 요구가 14.4%, 이용자의 잘못을 종사자에게 전가한 경우가 10.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업무와 관련된 부당 처우로 건강 문제, 기상악화, 낙상 등 위험한 환경에서의 업무요구 경험률이 9.4%, 이용자의 부당한 민원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 경험률이 6.6.%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의 업무 관련 부당행위의 경우, 특히 간호(조무)사 직종에서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나 기관의 위험하거나 무리한 업무 요구가 간호 처치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기관으로부터 신체적인 부당 처우를 경험한 응답자는 7.6%, 성적 부당행위 경험은 6.1%로 나타났다. 드물기는 하지만 장기요양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관으로부터 더 많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을 대신 지불하도록 요구받거나(2.2%), 임금 체불(2.3%)을 경험한 응답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기요양 종사자 인권 개선을 위한 실천 현장에서의 과제

이용자의 부당행위는 일부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기요양 인력,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일 수 있다. 규정 외 업무를 요구하거나 이용자의 개인용품을 사비로 구입해 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가 특히 장기요양 종사자 업무에 대한 이해,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최초 계약 시나 시설 입소 시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해 설명하는 교육을 실시하여 위와 같은 부당행위를 예방하고, 종사자가 이용자에게 부당함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장기요양기관 대상 ‘좋은돌봄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이용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실시 여부와 내용에 대해 기관 평가의 지표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기관에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의 부당행위 예방과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직접 요양(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 대한 중간관리자(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방문형 서비스는 이용자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면서 방문요양보호사가 부당행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고, 사후에도 부당행위 경험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중간관리자가 방문요양보호사에 대한 주기적인 슈퍼비전을 제공하고, 이용자와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해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부당행위 발생 시 방문요양보호사가 관리자에게 즉각적·효과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전화, 문자를 통한 즉시 연락, 응급알람 설정 등)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장기요양기관과 지자체(정부)차원에서 이용자의 부당행위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장기요양기관으로부터의 소위 ‘갑질’ 대응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종사자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 내에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사후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신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종사자 지원 서비스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위한 기업(기관) 지침으로 권위주의 문화 배제 등 건전한 직장 문화를 형성하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신고 체계(전담 부서·인력)를 만드는 등의 방안이 제안되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에도 이러한 지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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