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최초의 나라가 된 대한민국.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현대적 의미의 대한민국 사회복지는 여러 국가들의 국제개발협력사업에서 출발했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국제개발협력에 우리나라 사회복지계가 기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과 현 주소와 과제, 사회복지 분야의 참여 방안을 짚어본다.

황원규 강릉원주대학교 명예교수
황원규 강릉원주대학교 명예교수

속칭 ‘해외원조’라고 불리는 국제개발협력은 후진국의 경제사회발전을 돕고, 그 나라의 빈민계층을 기아와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제사회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을 직접 지원하거나(양자원조) 혹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원(다자원조)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는 물론 민간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본격화되었으며, 2021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의 공적개발원조는 1789억 달러(약 210조 원 상당)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국가경제의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35년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1987년 당시 경제기획원 주도하에 유상협력기관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한국수출입은행에 설치되었고, 1991년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무상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창립되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개발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의 일원이 되었다. 이후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2021년 한국의 개발협력 규모(증여등가액 기준)는 28.5억 달러(약 3조2700억 원)를 지출하여 OECD-DAC 30개 회원국 중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개발협력이 국제수준에 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개발협력의 몇 가지 특성을 설명하고, 해결해야 될 과제들을 적시한 후 한국 사회복지계가 개발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간략하게 논의해 보기로 한다.

 

1. 한국 개발협력의 특성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최초의 국가

한국의 개발협력을 논의할 때 빠질 수 없는 특이점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나라(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공여국)로 탈바꿈한 나라란 사실이다. 한국전쟁(1950~1953년) 동안은 물론 전후 복구과정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상원조를 받은 나라였다. 1960년대 이후에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나라로부터 무상원조와 국제시장 이자율보다 낮은 ‘양허성 차관’을 수령하여 경제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을 분기점으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수원국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고, 한국의 원조와 경험공유는 수원국들에게 빈곤탈피에 대한 가능성과 원조의 진정성을 함께 전달해 주고 있다.

 

신흥공여국

한국 개발협력의 역사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짧다. 이제 겨우 35년이 되었을 뿐이다. 이렇듯 비교적 최근에 개발협력에 참여하는 나라들을 ‘신흥공여국(Emerging Donors)’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2010년 이래 OECD-DAC 회원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터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등과 더불어 신흥공여국의 일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은 기존 서구 열강들의 접근방식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개발 협력에 임하고 있는 편이다.

 

적은 원조금액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조총액은 아직도 30개 OECD-DAC 회원국 중 15위에 머물고 있고, 그

액수도 미국의 1/15, 독일의 1/11, 일본의 1/6, 영국의 1/5.5에 불과하다.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이태리는 물론 우리 인구의 1/5에 불과한 스웨덴도 우리보다 2배 이상을 쓰고 있다. 심지어 우리 인구의 1/10에 불과한 노르웨이도 우리의 1.6배 이상을 쓰고 있으며, 회원국이 아닌 중국, 터키는 우리의 2배 이상, 사우디아라비아도 우리와 비슷한 액수를 원조로 제공하고 있다. 국민소득 대비 원조제공액 비율도 한국은 0.16%로 29개 DAC 회원국 중 25위이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이 0.9%를 상회하고, 독일과 덴마크가 0.7%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원조는 매우 야박한 셈이다.

 

빠른 증가속도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의 총액과 비율은 아직 여타 선진국과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그 증가속도만큼은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 특히 코로나 와중에서도 한국의 공적개발원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021년 사이 소위 원조 최모범국들인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각각 21.2%, 15.7%, 11.6%, 7.2%씩 원조예산을 삭감한데 반해 한국은 20.7%의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2022년에도 ODA 예산으로 4조425억 원을 책정하여 전년 대비 12.4% 증가시켰다.

 

2. 한국 개발협력의 과제

 

지속적 증액

한국의 개발협력은 아직도 국제기준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액수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원조총액과 국민소득 대비 비율 양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부끄러울 정도이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OECD-DAC 평균치인 국민소득의 0.33%까지 원조총액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0년에 제정했던 ‘국제개발협력 선진화방안’에서 제시했던 2020년 목표는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이미 오래 전에 폐기되었고, 하향조정한 목표치와 달성년도까지 자꾸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권자가 없는 사업의 특성상 정치적 압력 부재로 정부의 실행의지가 박약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분야이다.

 

원조의 질 제고

서구 선진국의 경우 공적개발원조(ODA)는 무상원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발협력은 국제사회의 관행과 달리 아직도 유상원조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2020년 현재 총지원액 중 유상원조의 비중이 34%에 달하고 있다. 또한 지구촌의 노력이 지속가능발전(SDGs) 목표 달성에 기울여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경제개발분야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고, 지원국가도 최빈국이나 취약국 위주가 아니라 중소득국 중에서 소위 우리 나름의 ‘전략국가’에 치중하고 있다. ‘원조의 질’과 관련하여 우리 스스로가 2011년 부산에서 열린 제4차 원조효과성회의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해 놓고 지키지 못하는 분야가 원조의 ‘소유권(ownership)’을 수원국에 넘기는 문제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원조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정책일관성(policy coherence)을 점검·유지해야할 것이다.

 

실행체계 개선

우리나라는 2022년 ODA 예산으로 4조425억 원을 책정하고, 이를 88개 국가의 1765개 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려 44개의 국내 기관이 이 예산에 빨대를 꼽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마련한 성금이 너무 많은 행정비용으로 사용되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원국 원조 당국을 매우 힘들게 하여 원조의 소유권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추세는 이러한 원조 ‘분절화(fragmentation)’를 경계하고 통합적 집행을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통합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를 조정하는 행정적 비효율과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 우리나라의 원조는 아직도 외교부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파행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참여 확대와 윤리 제고

우리나라 원조의 집행은 여전히 공공분야가 절대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타 선진국에 비해 시민사회 주도 사업의 비율은 아직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의 경우 연간 예산의 5% 미만이 시민사회를 통해 지원되고 있고, 유상 원조기관 및 여타 기관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무시될만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개발협력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정부는 사업집행의 파트너가 아니라 감시·조성(advocacy)하는 기관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예산의 합법성 확보라는 난제가 놓여있고, 난립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도덕성, 윤리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감안하면, 이제는 정부의 시민사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3. 사회복지계의 참여방안

 

개발협력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발도상국의 저소득계층을 빈곤에서 탈피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국제개발협력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국제 사회복지이다. 사회복지는 빈곤 현장에서의 가장 긴급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복지정책을 개발·시행해 왔고, 우리 나름의 복지전달체계와 경험을 축적한 복지선진국이 되었다. 따라서 국내 빈곤층 등 취약계층 지원 경험과 정열을 지구촌으로 확대하여 시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적자원과 제도 운영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에 덧붙여 ‘세계시민 여러분’이란 문구를 무려 일곱 번이나 언급했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시국에서 한국 사회복지계가 국제개발협력에 앞장설 때 사회복지종사자 개개인들의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계와 더불어 한국의 개발협력도 상생·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를 위한 첫 과제로 사회복지계에 세계시민의식을 널리 고취시키는 교육·홍보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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