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2009년 UN장애인권리협약 채택 후 아동·청소년 교육에서 ‘통합(Inklusion)’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면서 유치원의 통합교육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에서는 장애아동 혹은 발달 지연이 우려되는 아동을 대상으로 조기지원(Frühförderung)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애는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속히 개입해 조치할 수 있도록 청소년청, 아동·청소년 상담기관, 치료·재활기관, 보육시설의 전문 인력들이 함께 협력해 조기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그들의 부모를 돕는다.

독일에서는 ‘아동·청소년법(Kinder– und Jugendhilferecht)’에 따라 모든 아동들은 1세부터 유치원에 갈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장애아동에게도 똑같이 부여되며,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청소년청의 도움을 받아 적합한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다. 장애아동 전담 유치원 혹은 장애·비장애 통합 유치원, 일반 유치원에 개설된 통합반에 보낼 수도 있다.

 

장애아동 조기지원 정책

장애아동 조기지원은 ‘사회법전’ 제9권 제46조에 따라 장애아동에게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하고 신속한 조치다. 조기지원을 통해 0~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학교 입학 전까지 장애 정도와 발달 상태에 따라 상담·의료·치료·교육 등 포괄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동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장애가 심해지거나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지원한다. 조기지원 인식검사(Früherkennungsuntersuchung)는 성장과정에서 총 10번, U1-U9 단계로 이루어진다.

U1-U2 검사는 태어난 산부인과, U3 이후의 검사는 소아과에서 진행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첫 검사인 U1 검사를 받으면 부모들은 노란색으로 된 노트를 받는데 여기에는 앞으로 진행될 검사 날짜와 진단 상태가 상세하게 기록된다. U2 검사는 생후 3~10일에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 신진대사, 폐 검사, 청력 검사를 한다. U3 검사에서는 필수 예방접종을 한 후 담당 의사로부터 앞으로의 검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상담을 받는다.

U4 검사에서는 운동능력과 발달능력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며, 영양섭취와 수면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본다. U5 검사는 걸음마를 시작할 즈음인 생후 6개월에 이루어짐에 따라 운동능력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가 이루어진다. U6 검사는 약 1년이 지난 후 시행되기 때문에 담당의사는 발달지연에 대한 가능성을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앞으로의 치료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U7a 검사에서는 3세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발달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가정보육을 받던 아동들도 3세부터는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가정 외의 장소에서 아동의 상태 점검, 언어발달이 중요한 주제로 다뤄진다. U8 검사에서는 운동능력·발달능력 점검과 함께 사회성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며, U9 검사는 마지막 단계로 취학 전 아동의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검사 비용과 결과에 따른 치료·재활 등에 필요한 비용은 건강보험사와 사회복지청이 부담한다. 조기지원 신청 경로는 다양하다. 독일 전 지역의 보건청(Gesundheitsamt)에서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관련된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청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담당부서(KJPD)에서도 이에 대한 업무를 진행한다. 집 주변에 어떤 상담소가 있는지 직접 정보를 찾고싶다면, 조기지원 무료 정보 포털 홈페이지 frühförderstellen.de를 검색해보면 된다. 독일은 전국적으로 많은 상담소를 운영하여 신속한 초기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상담 후에는 전문가와 함께 운동, 상호작용, 의사소통, 언어, 사회성, 인지, 자기조절능력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동별로 맞춤형 장기계획을 세운다. 장애아동의 발달을 돕는 조기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조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상담소에서는 부모, 형제, 조부모 등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를 강조하면서 일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안내하고, 부모와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한다.

 

장애아동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치원

조기지원 대상인 장애아동은 청소년청의 상담을 통해 유치원(Kindergarten)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시설로는 장애전담 유치원(Sonderkindergarten), 통합 유치원(Integrativer Kindergarten), 일반 유치원에 설치된 통합반(Integrationsgruppe)이 있다.

장애전담 유치원은 장애아동에게 특화된 곳으로 시설이 신체 장애아동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리어프리로 설계되어 있다.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며, 그룹 당 최대 10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 장애아동 전용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집중치료·재활이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적합하다. 장애전담 유치원을 졸업한 후에는 장애 정도와 종류에 따라서 특수학교(Sonderschule), 시각장애인 학교(Sehbehindertenschule), 청각장애인 학교(Gehörlosenschule), 지원학교(Förderschule)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다.

유치원 통합교육 과정은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이 편견 없이 동등한 관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일반 프로그램과 조기지원 서비스가 병행되도록 구성된다. 또한 아동의 장애 상태에 따른 치료·재활과 유치원 교육을 함께 진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유치원 교사, 부모가 함께 의논하며 운영된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열린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통합 유치원을 선택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유치원 졸업 후 통합 학교(Integrative Schule)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많은 일반 유치원이 통합반을 개설해 장애아동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장애아동은 통합 유치원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통합반이 개설된 거주지 근처 일반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다. 어떤 시설을 이용하든 비용 부담이 없는 만큼 부모들은 청소년청 전문가와 상의해 자녀에게 적합한 유치원을 결정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곳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의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재단이다. 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유치원 ‘Märchenland(동화의 나라)’는 장애·비장애인 구분 없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다. 통합 유치원의 예시로 소개하고자 한다.

유치원에는 장애·비장애아동 모두가 자연 속에서 함께 놀 수 있는 넓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으며, 건물과 각종 시설은 장애아동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배리어프리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아동들은 오전에는 유치원 내에서 제공하는 놀이·운동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정원에서 자유롭게 놀며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 옆에는 지역 문화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유치원과 별도로 장애아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부모를 위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문화센터 내에는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은 부모들 간의 교류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유치원 수업은 장애·비장애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장애아동만을 위한 개인·그룹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대표적으로 언어치료(Sprachtherapie), 운동치료(Bewegungstherapie)를 들 수 있다.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지연 문제가 있는 아동도 언어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 언어치료를 통해 정확한 발음, 구조, 문법, 단어, 언어 이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운동치료는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별 상태에 따라 단계적·맞춤형으로 진행된다. 협력 기관의 전문가들이 유치원을 직접 방문해 통합교육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치료를 진행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아동들이 유치원에 머무는 동안 행복하고 만족하도록 돌보는 것이다.

지난달 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는 장애아동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이 전체 유치원의 11%에 불과하며, 통합 유치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시설이 부족하다보니 대기기간도 길고,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유치원 특수학급에 다니기 위해 이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장애아동 치료·재활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부담은 여전히 독일에 비하면 무거워 보인다. 자녀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들이 짊어진 부담을 덜어주고, 장애아동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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