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 차별 경험, 자존감 감소로"
"신체장애·젊은층·남성이 더 큰 영향"
우울감은 비장애인이 더 많이 늘어나

김이레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의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의 자존감 하락이 두드러졌다.
김이레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의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의 자존감 하락이 두드러졌다.

2년 반 이상 이어진 코로나19 유행이 장애인의 자아존중감(자존감)에도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장애보다는 외적 신체장애가 있는 장애인일수록, 고령층보다는 젊은 연령층, 여성보다는 남성 장애인일수록 자존감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15일 김이레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이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은 우울감보다 자존감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한국복지패널 14차 조사 자료와 발생 이후인 2020년 15차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장애인의 자존감 정도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장애인은 30.10에서 29.31로 0.79, 중증장애인은 27.63에서 26.73으로 0.9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장애인의 자아존중감은 2019년 31.86에서 2020년 31.74로 0.12 떨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장애인 활동 지원 정책 및 지원체계의 부재,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등의 감염병 관련 정보 접근성의 어려움, 선별진료소 내 휠체어 이동 공간 미비, 장애인 전담인력 부족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 정책 부재와 장애인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차별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이는 자존감 감소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 시각장애인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필름이 붙은 경우 점자를 읽지 못하게 되거나,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청각장애인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사례를 들었다.

장애 유형에 따라 구분하면 정신적 장애인보다는 신체적 장애인, 그 중에서도 외부신체기능의 장애가 있는 집단에서 코로나19 이후 자존감 하락 경향이 두드러졌다.

나이와 성별을 구분했을 때에는 65세 미만과 남자 장애인의 자존감 감소가 눈에 띄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 정신건강 통합 돌봄 시스템 구축 ▲장애인을 위한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도입 ▲장애인 심리방역을 위한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 설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울감은 경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 모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상승했으나 비장애인보다는 그 폭이 좁았다. 비장애인의 우울감은 13.23에서 13.75로 0.52 상승했다. 경증 장애인은 15.12에서 15.34로 0.24, 중증장애인은 17.03에서 17.42로 0.39 올라갔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비장애인집단의 우울감이 더 높아진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의 약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방역수칙으로 인해 사적모임, 동호회 활동 등 사회적 역할을 했던 기존의 모임들이 제한되면서 비장애인집단의 우울 수준이 더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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