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도 많이 타고 자신감도 없던 정신장애인들이 사람들 앞에서 쿠키 만들기 전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제35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줍음도 많이 타고 자신감도 없던 정신장애인들이 사람들 앞에서 쿠키 만들기 전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정신장애인 봉사단 이끄는 열혈 쿠키대장
정신장애인 봉사단 이끄는 열혈 쿠키대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제35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이진욱(사진·25) 씨가 선정됐다. 사회복귀시설 한울타리에서 정신장애인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이 씨는 본래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던 IT 전문가였다.

그러던 이 씨가 사회복지로 발걸음을 튼 것은 2000년 군복무를 하면서부터. "한 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내가 모르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외딴 곳에서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며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제 손을 잡고 쉬지도 않고 말씀하시면서 눈물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이 씨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정신장애인 자원봉사(M.D.V)를 담당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정신장애인들에게도 심리적 접근성이 높은 활동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도움을 받는 역할이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뿐 아니라 대인 관계기술이나 직무 기술 등을 익혀 직업 재활을 가능케 하고,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도 해소시킬 수 있다.

2005년 3월부터 시작된 정신장애인 자원봉사단의 활동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밑반찬 배달, 쿠키 제작 및 배달, 사랑의 김장 나누기, 지역환경 개선사업, 산타 되기 자원봉사, 생일상 차리기, 사랑의 떡 나누기 등 셀 수도 없다. 1400여명의 장애인이 총 3740시간의 봉사를 실천했고, 열심히 일한 장애인 1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도움을 받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아동은 1만 4000여명을 넘어섰고, 경제적 가치로 따져보니 총 4500만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했다.

많은 활동 중에서도 이 씨는 쿠키 사업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1년 동안 제과제빵 기술을 익혀 사업장 '쿠키나라'를 냈다. 평일에는 쿠키를 만들어 팔고, 토요일에는 기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독거노인을 위해 쿠키 배달에 나서고 있다. 봉사로 시작한 쿠키 만들기가 사회성 향상과 직업 재활, 사회적 편견 해소로까지 이어진 모범 사례가 된 것. 어엿한 회사원으로 활동하는 장애인들을 볼 때면 기쁘다 못해 마음이 찡해온다는 이 씨다.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밑반찬 배달 자원봉사에 나선 이진욱 사회복지사. 밑반찬 나누기 봉사활동은 200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밑반찬 배달 자원봉사에 나선 이진욱 사회복지사. 밑반찬 나누기 봉사활동은 200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밑반찬 배달 자원봉사에 나선 이진욱 사회복지사. 밑반찬 나누기 봉사활동은 200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매일이 기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낙인감을 갖고 있어요. 자신감도 별로 없고 금방 포기하는 경향도 있고요. 열심히 일하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다 그만두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이건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죠. 그때가 제일 힘들어요."

어둡던 표정도 잠시. 활동 얘기로 돌아가니 금세 얼굴이 밝아진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산타되기'라는 활동이 있었어요. 장애인들이 직접 산타 옷과 장갑, 모자, 수염을 달고 산타가 됐었죠. 가두 행진을 하면서 이웃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포옹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사람들도 우리를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친구로 봐줬어요. 너무 기뻤지요."

이씨의 장애인 자랑은 끝이 없다. "정신장애인들은 대체로 무감동, 무감정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장애인들은 봉사활동을 계속해서인지 참 표현을 잘합니다. 이번에 새내기 사회복지상을 받았다고 했더니 다들 기뻐하면서 축하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를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우리 장애인 자원봉사단입니다."

앞으로 이 씨의 희망은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영역을 더 넓히는 것. 정신장애인에 맞는 직업을 만들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이미 생각해뒀다. 나이가 들면 더 어렵고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노후대책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아직 새내기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정신보건과 또 다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 정신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복지사가 되겠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전국에 전하고 싶다는 이진욱 사회복지사. 정신장애인 봉사 현장을 찾아 이리저리 발로 뛰는 이 씨의 열정은 정신장애인들의 마음을 데우고 사회적 편견을 녹이기에 충분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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