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정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서는 고령친화산업을 ‘고령친화제품 등(노인을 주요 수요자로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을 연구·개발·제조·건축·제공·유통 또는 판매하는 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산업은 의료서비스, 의약품, 의료기기 등과 같이 특정 기술 또는 사업 영역으로 구분하는데 반해 고령친화산업은 수요자의 특성을 기준으로 정의하여 산업적 특성과 복지적 특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고령친화산업 육성이 노인복지의 질을 개선하고, 노인복지 강화는 고령친화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는 상호 보완적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산업 육성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국민건강 증진 노력이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보건산업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고령친화산업은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다. 노인이 주로 사용하거나 착용하는 용구와 용품 또는 의료기기, 노인을 위한 의약품, 노인요양서비스, 금융·자산관리 서비스, 정보기기 및 서비스, 화장품, 식품 및 급식서비스, 여가·관광·문화 또는 건강지원서비스 등을 망라한다.

 

고령친화산업, 왜 육성해야 하나?

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 1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2017년 0.18명에서 2067년 1.02명으로 5.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사회, 산업 등 국가 차원에서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고령화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한다.

아울러 돌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특히 유병(有病) 고령자가 많아질 경우, 돌봄 서비스 필요 증대 및 이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예견되는 상황에 비해 현재 돌봄종사자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장기요양 돌봄종사자는 65세 인구 100명당 4.3명으로 OECD 평균 6.0명보다 1.7명 적었다. 게다가 가족 구조와 부양 인식의 변화로 가족 돌봄 기반이 약해지면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손이 부족한 복지 분야에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한 원활한 복지 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이 활성화되면 건강한 자립생활과 더불어 한층 섬세한 돌봄을 가능하게 해 다양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활력 제고와 보험재정 운영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건강관리를 도와 건강수명 증가에 기여하고, 고독사, 자살, 학대 등 노인 관련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노인 의료비와 장기요양 급여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와 돌봄을 더욱 효과적·효율적으로 연계하여 노인 건강관리 강화와 불필요한 비용 지출 최소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에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고령층의 소비가 본격화되었다.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인구 편입은 고령친화산업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노인인구 비중이 2019년 9.1%(약 7억 명)에서 2040년 14.1%, 2067년 18.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를 불러올 것이며, 국내 고령친화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데이터(D), 네트워크(N), 인공지능(A) 등 우수한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도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고령친화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 육성 여건

우리나라는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고령친화산업의 지원과 육성, 그 발전 기반 조성을 위해 200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로 지정했다. 센터는 5년마다 수립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과 산업 육성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연계된 고령친화용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수요 부족으로 10여 년간 업계로부터 주목받지 못했고, 지금도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약 700개 제품만이 복지용구로 선정되어 있는 반면 일본 개호(介護, 돌봄간호)보험은 약 6000종의 고령친화용품을 복지용구로 지정하는 등 고령친화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돌봄에 대한 가계부담을 감소시켜 커뮤니티케어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면 서비스가 일반적이었던 돌봄 영역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케어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노인을 위한 스마트케어 시장에 여러 분야의 기업이 뛰어들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수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또한 스마트케어를 육성하고자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국내 고령친화산업 분야는 초기 단계다. 고령친화제품 종류 및 가격정보 등 관련 정보가 별로 없고 유통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시니어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 81개 고령친화제품 상설전시 및 체험관을 운영해 왔다. 이것이 고령친화제품 활성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사용 경험 확대, 다양한 유통망을 통한 구매 편리성, 표준화된 시니어제품의 구비 등 요인은 고령친화산업을 성장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최대 규모인 오사카 노인복지기기 전시장(ATC Ageless Center)에는 현재 개호보험에 적용되는 복지용구 뿐만 아니라 시니어용 개조 차량, 전동 휠체어 등 고가제품부터 주방, 욕실 등 일상용품까지 2000여 종류의 다양한 고령친화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 신체 특성에 맞는 용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연간 20여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남, 광주, 대구 단 3개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인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연간 방문자수는 일본 오사카 전시장 대비 7분의 1 수준인 3만여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첫째,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복지용구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고령친화산업을 단

계적으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복지용구에는 첨단 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효과적이면서도 경제적인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일본의 IT 돌봄간호기기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건강증진 등 노인복지를 두텁게하고, 산업의 활성화도 가능케 한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과 그 가족이 재가 돌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며, AI를 활용한 복지용구 개발로 생활 편의가 증대될 것이다. 특히 대기업 참여를 통한 첨단 복지용구의 개발과 산업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체계 개선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친화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고령친화산업체들이 기업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지원 인프라 및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발굴된 아이디어, 개발된 기술이 국내외 특허, 인증 등을 통해 사업화나 기술이전, 창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을 강화하고, 고령친화제품과 서비스가 실제 사용되는 요양시설, 요양병원 등 현장 중심의 리빙랩 확대를 통해 임상 효과와 경제성까지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다품목 소량 생산이 불가피한 고령친화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우수 기술·제품 보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국내외 고령친화산업 분야별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할 수 있는 고령친화산업 통합정보센터 구축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고령친화산업 관장 부서 신설 및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각 부처 및 지자체에 분산되어 있는 기능을 연계·통합해야 한다. 이를 활용해 고령자의 수요와 노화현상에서부터 일상생활 용품, 의약품, 스마트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과 연구를 통해 관련 제도, 법, 정책 발전에 시너지를 높여나가야 한다. 아울러 일본 등 고령친화산업 선진 국가와의 협력체계를 마련하는데도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을 한층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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