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열려
장애아동, ‘장애’와 ‘아동’ 두 가지 취약 특성으로 학대 위험에 쉽게 노출돼
모든 장애아동이 온전한 권리 누릴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

(왼쪽부터)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김혜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 박종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박명숙 상지대학교 교수, 최준혁 인하대학교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 명노연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왼쪽부터)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김혜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 박종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박명숙 상지대학교 교수, 최준혁 인하대학교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 명노연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장애아동은 사회적 고립과 낙인, 특수한 요구와 돌봄에 대한 의존으로 비장애아동보다 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더 크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와 방임은 장애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적기에 적절한 보호가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아동은 ‘아동’과 ‘장애’라는 두가지 취약한 특성으로 인해 학대의 위험성에 더 쉽게 노출되어왔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학대신고 건수는 4208건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으나 조사 결과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1008건으로 6.7% 증가했다. 이 중 18세 미만 장애아동 학대 사례는 133건으로 장애아동 학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2014년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조치에 대한 종합대책’을 이행·관리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아동 쉼터 등 관련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가고 있다. 반면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장애인학대 대응을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나눠져 있어 학대피해 장애아동에 대한 보호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아동권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더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더 특별한 보호 토론회’를 개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초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장애아동 학대대응체계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대피해 장애아동에 대한 현행 법·제도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의 연구 결과 발표로 시작됐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박명숙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최준혁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화옥 경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장, 명노연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장, 박종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김혜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원가정보호 원칙과 지방자치단체의역할 강화 필요

발표를 맡은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개념을 정의하고, 장애아동 학대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강 변호사는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별도의 통계관리가 되지 않고 있으며, 종합적인 통계가 부재한 것은 장애아동 학대 정의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짚으면서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아동 학대에 있어서는 학대 판단의 모호성이 크다”며 “보호와 훈육의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복지법에 장애아동 혹은 그 보호자의 의견 청취 절차를 배제하는 법안이 있었다”며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에 비해서 더 쉽게 분리조치하는 방안, 학대피해아동쉼터 확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처벌 강화 관점의 법안들이 많이 발의되었고, 피해장애아동이 발달장애인인 경우 의견청취권이 배제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며 “사건의 결과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라는 점에서 과연 장애아동을 중심으로 대응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관점의 법안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 변호사는 “아동학대 대응 업무와 아동보호 업무에서 장애아동이 분리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장애아동 보호에 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아동학대 조기발굴과 예방을 위한 관련기관 종사자들의 신고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아동 보호에 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역별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장애아동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경우,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의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교육과 함께 원가정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장애아동에 대한 돌봄 부담을 줄이고 양육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원가정 지원을 통해 아동의 양육환경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보호 유관기관 연계협력이 핵심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최준혁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 행위자의 75% 이상이 부모인 상황에서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확실한 대책 없이 원가정에 복귀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동 보호를 위해 타당한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아동에 대해서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원가정복귀가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행복을 위해 최선인지, 만약 그렇다면 아동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배화옥 경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발생하면 지역사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례관리와 예방, 관련 서비스의 절차가 하나의 통합적이고 단계적인 대응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응체계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학대피해아동 쉼터, 장애아동보호시설 등 관련 구성요소들 간 긴밀한 네트워킹이 포함되어야 하며, 각 체계들의 역할 분담과 협조가 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경찰·지자체 아동보호팀의 실질적인 연계협력 프로토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연계, 보호소관과 책임 단위의 규정 등 학대피해 장애아동 보호와 실천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학대 및 장애인 보호체계 간 책임과 협력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피해 장애아동에게는 ‘아동’이라는 기본 위에서 더 특별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대 대응체계의 공공성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장애아동 관련 통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학대피해 장애아동 보호를 위한 법이 제정되고, 중앙부처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노연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장은 미등록 장애아동 문제를 언급하며 “아동의 경우, 장애 소견은 있지만 너무 어리다거나 경계선에 있어서 장애등록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해 초기에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수사 및 보호 절차에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아동 뒤에 부모가 장애인이거나 형제가 장애인인 경우도 꽤 있다”며 “단순히 장애아동 학대 사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 지지체계 등을 면밀히 살피는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선천 장애와 학령기 시기의 장애를 가진 경우, 본인의 장애 수용보다는 주 양육자의 장애 수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장애 수용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학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원가족에게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의 경우는 주양육자나 가족 상담을 통한 환경 개선이 꼭 선행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 중심 계획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장애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피해 아동이 신체·심리적 치료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정부는 현재 학대피해 아동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성별, 연령, 장애 유무를 고려한 인프라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학대피해 아동 쉼터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며, 아동들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가정위탁 사업도 확대 중”이라고 했다. 덧붙여 “공적 대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관기관과의 협업”이라며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아이를 구하는 일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 특히 돌봄과 지원이 더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은 “그간 아동학대 대응체계에서도 장애인학대 대응체계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던 장애아동을 온전히 끌어안기 위한 자리였다”고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장애아동의 의견과 장애아동 학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 의원은 당선 이후 아동학대 대응체계 정비 및 강화를 위하여 활발한 의정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쉼터 신설과 장애아동 가정위탁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 왔다. 강 의원의 법안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하반기부터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쉼터 설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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