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아동·청소년이 가정에서 친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경우, 청소년청으로부터 보호조치가 시행된다. 가정위탁은 대안적 가정으로 집단거주에 맞지 않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장려하는 제도다. 가정위탁이 종료되면 청소년청은 요보호 아동의 의견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다음 조치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원가정으로 복귀할 수도, 위탁부모에게 입양될 수도 있는데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역시 요보호 아동의 복리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가정위탁보호제도란?

독일 가정위탁보호는 청소년청, 협력기관인 위탁보호기관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위탁기간에 따라 ‘무기한 돌봄’과 ‘단기 돌봄’으로 구분된다. 무기한 돌봄은 요보호 아동이 원가정에 복귀해서 교육과 돌봄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탁가정에서 만 18세가 될 때까지 머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기한 돌봄을 맡은 위탁부모는 장기적인 책임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단기 돌봄은 3~6개월 간 요보호 아동을 위탁가정에서 잠시 보호하는 것이다. 베를린에 위치한 위탁보호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 ‘Familien für Kinder gGmbH’에 따르면 간혹 아동·청소년이 보호조치 이후 위탁가정에 맡겨질 때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단기 돌봄 지원가정은 이러한 긴급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청소년청,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육기관 등과 함께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청소년청과 위탁보호 기관은 무기한·단기 돌봄 지원가정을 위한 설명회와 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설명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위탁보호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 즉 위탁 보호의 원인, 위탁부모에게 요구되는 조건, 원부모 가정과 접촉 및 관계유지 방법, 위탁가정 지원 서류 및 절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준비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위탁가정에서 어떠한 돌봄 과제들을 수행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지도하에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대화·그룹활동·역할극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미 위탁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설명회와 준비 프로그램 참가자가 위탁가정 지원을 결정하면, 담당자들은 수차례 상담과 지원자가 제출한 범죄경력증명서, 건강증명서, 소득증명서를 확인해 위탁부모의 자격과 적합성을 심사한다. 청소년청과 위탁보호기관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위탁보호 방지를 위해 지원자의 재정상태를 확인하며, 아동에게 개인 방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원가정을 방문해 거주 환경도 살펴본다.

‘Familien für Kinder gGmbH’은 설명회 및 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원자가 위탁부모 지원을 신청하고, 첫 번째 요보호 아동을 맡게 될 때까지 평균 약 9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가정위탁보호제도 활성화를 위한 지원

독일은 가정위탁보호제도 활성화를 위해 위탁부모에게 돌봄 지원금과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청소년청은 위탁부모들에게 요보호 아동이 6세 이하인 경우 820유로(약 110만원), 12세 이하 906유로(약 120만원), 18세 이하 971유로(약 130만원)를 매달 양육비로 지급한다. 위탁부모는 기본 양육비 외에도 가구 구입, 의복비, 초등학교 입학, 가족여행, 종교행사 등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돌봄기간 동안 요보호 아동은 위탁부모가 가입한 공보험에 함께 가입되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요보호 아동이 따로 사보험에 가입해야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청이 보험료를 지불한다. 아동에 대한 연간 상해보험비 176유로(약 24만원), 위탁부모를 위한 노후보험료 월 39.8유로(약 5만3000원)와 연간 상해보험비 176유로(약 24만원)도 청소년청이 납부한다. 또한 요보호 아동이 8살 이하인 경우, 위탁부모는 3년간 부모휴직을 이용할 수도 있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 역시 청소년청이 담당한다. 원가정에서 친부모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방임을 겪은 아동은 트라우마 때문에 위탁부모에게 공격·분노 성향을 표출하거나 자해행위를 할 수도 있다. 위탁부모는 준비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배우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스스로 해결하기 버거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청소년청은 위탁보호가정이 구성되면, 사후관리를 위해 개별상담과 단체 슈퍼비전을 제공하고 있으며, 단체 슈퍼비전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가정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황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친부모와 위탁부모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요보호 아동의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도 청소년청의 역할이다. 청소년청, 친부모, 위탁부모는 1년에 한 번 요보호 아동에게 필요한 후속 조치, 돌봄 재정 문제, 학업계획, 졸업 후 진로, 친부모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위한 규칙 등에 대한 의논을 위해 면담하며, 요보호 아동이 동석할지는 본인의 의지와 정서적 상태를 고려하여 결정된다.

요보호 아동이 성년(만 18세)이 되면 가정위탁 보호가 종료되고, 위탁부모의 법률대리인 자격도 함께 소멸된다. 이제 막 성년이 된 이들이 혼자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청소년청은 후견청에 재산관리, 건강관리, 주거관리, 행정업무처리, 보험 및 복지급여 관리를 담당하는 성년후견인 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정위탁보호 종료 후에도 전문교육을 받은 직업후견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대행할 수 있다.

 

가정위탁보호제도에서 입양으로의 이행

보통 입양지원 후 완료될 때까지 최대 2년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 다만 위탁부모가 입양을 원하고, 요보호 아동이 이에 동의할 경우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미 위탁부모 지원과정에서 청소년청의 평가를 거쳤고, 아동도 위탁가정에 적응해 안정적인 돌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청과 입양 주선기관은 위탁부모가 법적 부모의 권한을 넘겨받는데 적합한지 심사하며, 입양에 대한 친부모의 동의를 받는다. 성년이 된 요보호 아동을 입양하는 경우에는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위탁부모는 여러 번의 상담을 거친 다음 입양 신청서를 제출한다.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입양이 완료되면 친부모 또는 청소년청이 가지고 있었던 양육권(Sorgerecht)이 입양부모에게 귀속되면서 법적 가족이 된다.

입양부모는 친부모와 동등하게 자녀에 대한 국가지원을 받는다. 자녀가 만 25세가 될 때까지 매달 양육수당(Kindergeld)을 받을 수 있고, 3년의 부모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위탁부모와의 차이점은 휴직시 18개월 동안 세전월급의 65%를 부모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양 후 1년간 입양 주선기관은 안정적인 부모-자녀 관계 형성을 위해 입양 부모와 여러 차례 개별 면담하고, 아동과는 심리치료사와 함께 상담하는 등 집중 지원한다. 입양으로 모든 지원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와 같이 독일은 청소년청을 중심으로 요보호 아동 복리를 위한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정위탁보호에서 친권자인 부모와 위탁보호자가 서로 협력할 수 있게 청소년청이 구심점으로 역할하면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아동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돕는다. 또한 적절한 금전적·정서적 지원과 사후관리는 위탁가정·입양가정이 독일 사회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국내입양 가정에 대해 입양축하금을 신설해 200만원을, 양육수당도 5만원을 인상한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등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양육지원금은 지자체 예산 사정에 따라 중앙정부 권고 수준에 미달하는 곳이 많다. 지난해 초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중앙정부 권고 수준인 월 30~50만원을 지급한 시·도는 서울, 인천, 경기, 제주 네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도는 양육보조금 권고치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돌봄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가정위탁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 충분한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상담과 사후관리를 위한 시스템 또한 잘 구축되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 위탁가정에서 독립한 요보호 아동이 홀로 힘든 삶을 짊어지지 않도록 성년후견청을 연결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특히 위탁부모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를 배제하기 위해 세밀하게 평가하고, 사전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독일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부모의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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