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 3632만 명으로 고령화율 28.9%를 기록, 2025년 이후 인구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에서는 치매노인 수발 가족 지원 역시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치매노인을 중심으로 지원해온 개호보험의 한계가 부각된 일본의 현황과 과제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고립된 치매노인과 그 가족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네 번의 긴급사태선언으로 외출 등의 자유가 제한되며, 치매노인 수발 가족(이하 치매 가족)들은 대면 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국 규모 당사자 조직인 ‘치매 가족회’는 치매 가족을 위한 지원 중 하나인 전화상담을 지속하며, 코로나로 고립된 치매 가족에게 큰 힘이 되었다. 치매 가족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상담 건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지부에 따라서는 약 1.5배 증가한 곳도 있다. 또한 처음으로 전화상담을 이용한 치매 가족도 증가했으며 통화시간도 늘어났다. 이와 관련 스즈키 치매 가족회 대표는 치매 노인뿐 아니라 치매 가족의 고립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주간보호 서비스나 홈 헬프 서비스 등의 재가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어 24시간 혼자서 수발을 담당하게 된 가족이 적지 않다. 이시이 히로시마대학교 교수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속 개호 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확진자·밀접접촉자 발생으로 재가서비스 이용이 중지되면서 가족이 수발을 맡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치매 가족의 고립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치매 가족의 고립은 사회적 과제의 하나로 지적되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외출·모임 자제 등 방역 정책으로 치매 가족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서비스는 계속 이용하고 있으나 치매 노인의 감염을 우려해 개인적 외출을 모두 그만둔 가족, 치매 가족모임·치매 카페에서 다른 치매 가족들과의 만남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던 가족들 중 인터넷 활용에 어려움이 있는 가족들의 사회적 고립이 특히 가속화되었다. 일본 총무성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8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인터넷 이용률이 60% 이하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치매 가족회는 비대면 모임의 일환으로 Zoom을 활용한 가족모임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치매 가족 지원을 위해 노력했으나 고령자가 많은 치매 가족의 대부분이 컴퓨터나 인터넷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태블릿PC로 인터넷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더라도 앱 설치 및 사용방법 교육 등 새로운 니즈가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 전문가 및 사회복지협의회 등 관련 기관 역시 이러한 새로운 니즈에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고립된 치매 가족이 적지 않았다.

 

치매노인과 가족의 생이별을 부른 코로나 긴급사태

코로나 긴급사태가 선포되면서 전국적으로 병원이나 시설 면회가 금지된 기간 동안 치매노인과 가족은 생이별 상태에 놓였다. 노부부 단독세대가 많은 일본에서는 치매로 근처 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한 배우자를 정기적으로 면회하는 것이 일상인 가족도 적지 않다. 이러한 수발 가족의 경우, 면회가 금지된 기간 동안 치매 노인의 인지 및 신체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보내야 했다. 이외에도 자녀나 다른 가족들 역시 코로나19로 생이별 상태에 놓이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가족이 많았다.

최근 긴급사태가 해제되면서 각 지자체와 병원 및 시설 등에서는 면회 방침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오사카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는 감염 확대로 면회를 전면 금지해 왔으나 긴급사태가 해제되면서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조건부 면회를 허용했다. 면회조건으로는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병원이 발행한 ‘백신 여권’ 제시, 하루 15분간, 방문자는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면회 금지가 치매 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해 치매 시설 현장에서는 전화 대응, SNS 이용, Zoom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모든 시설·병원이 이와 같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결국 많은 치매노인과 가족의 생이별 기간이 장기화됐다.

 

치매 가족의 능력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엇갈려

앞서 소개한 치매 가족 온라인 모임의 경우, 코로나19로 선택과 배제의 갈림길에 놓인 치매 가족의 상황이 더욱 부각되었다. 온라인 사용 및 정보 수집 능력이 있는 치매 가족의 경우,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맞춰 필요한 지원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반면 고령화 등의 이유로 정보수집 능력이 저하된 치매 가족의 경우, 코로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지원 체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긴급 사태 선언으로 외출을 자제하던 치매 가족 중에서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가족은 인터넷 쇼핑으로 생활필수품 및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현재의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관련 역량이 저하된 가족의 경우, 각종 방역도구를 갖춘 뒤 일주일에 한 번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 평소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

그나마 케어매니저나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연결된 치매 가족은 속도나 정보 제공 방법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호보험 등급을 받지 않았거나 지역포괄지원센터 등의 사회복지 관련 기관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 여러 가지 지원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는 치매 가족의 인적 네트워크나 경제력에 따른 대응능력 차이가 코로나 긴급사태 상황에서 ‘선택’과 ‘배제’를 결정짓는 요인이 됐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개호의 사회화’가 보인 한계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 진전과 동시에 급변하는 가족의 기능과 부양의식 변화 등을 배경으로 1990년대에 ‘개호의 사회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2000년에 개호보험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개호보험이 도입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지금, 개호의 사회화는 과연 달성됐을까? 아쉽게도 여전히 이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개호보험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용자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물론 서비스 이용이 시작된 후에도 가족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가족의 지지가 기반이 된 개호보험 서비스 이용을 둘러싼 과제는 코로나 이전에도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면, 개호보험 등급을 받으면 주간보호나 홈 헬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일정 부분 개호의 사회화가 진행되었으나 주간 보호 송영 서비스 전후 대응이나 서비스 이용 이외 시간의 수발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된다. 40대 독신인 다나카 씨는 코로나19로 직장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되면서 치매 어머니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업무시간 중에도 수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용 중이던 주간 보호 시설에서 확진자까지 발생해 서비스가 중지되어 어머니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치매 노인을 대신해 서비스 선택과 계약 사무를 담당할 가족의 존재 또한 필수적이다. 개호보험 도입으로 관련 서비스가 조치 제도에서 계약 제도로 바뀌며 치매 노인과 수발 가족의 역량과 케어매니저에 따라 이용 가능한 서비스 내용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마에다 씨는 원거리 개호 중에 치매 어머니가 이용할 서비스를 선택하기 위하여 고향에 내려갈 필요가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비스 이용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개호보험을 중심으로 개호의 사회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케어매니저를 중심으로 치매노인을 지원해 왔으나 개호보험의 이용자 중심 원칙에 따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 치매 가족의 고립과 수발 부담이 가중되면서 개호의 사회화는 한계가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개호보험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사례가 급증하면서 각 지자체에 설치된 지역포괄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호의 사회화가 봉착한 한계 극복에 도전하는 사회복지사의 활약을 지켜보자.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