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 종사자 교육에서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마포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 종사자 교육에서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현장 사회복지사로 활동한지 올해로 7년 차.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당사자와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마음으로 주어진 사명을 다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원도 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기도 하지만 녹록치 않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본 문구가 내 고민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주는 듯하다.

 

…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깊은 말을 하고, 사회예절을 지키는 사람. 세상이 혼란하고 떠들썩할 때일수록 더 많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마음만으로 되지 않으니 나도 보고 배우고 싶다. 좋은 친구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 기웃거리는 요즘이다. …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지음)’ 46페이지 중>

 

어렸을 적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다녔다.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 함께할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고, 나로 인해 누군가의 삶에 원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행복한 어르신, 우리들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던 노인복지관에 입사해 약 4년간 노인일자리사업과 재가복지, 사례관리 업무를 맡았다.

어르신들과 지역주민, 후원자,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면서 문득 ‘그들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사람의 생애주기와 주변 환경의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지역사회와 가족 간의 체계를 더 풍성하게 하면서 영유아가족의 자립을 돕는 ‘시소와그네 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시소와그네’는 아이들이 ‘시소’처럼 균형 있게 성장하고, ‘그네’처럼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영유아, 양육자, 지역사회를 연결해 통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영유아 전문 복지기관이다. 0~7세 미취학 영유아가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공평한 출발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예산을 지원하면서 설립됐다. 이후 전국에 11개 센터가 개소했지만 5년간의 공동모금회 지원기간이 종료되고, 지자체들도 지원을 중단하면서 현재는 마포구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나는 이곳에서 자녀 양육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 가정에 대한 사례관리를 맡고 있다. 양육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정이 처한 상황과 당면한 문제를 확인하고, 양육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이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일 뿐, ‘당사자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지식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사례관리자의 모습은 지역사회에서 당사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생성을 지킬 수 있게 돕는 사람이다. 또한 당사자 가족이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관계를 쌓고, 그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가꾸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여야 한다. 머리로는 잘 아는데, 역시 쉽지 않다.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만났던 한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발달이 더딘 어린 자녀를 혼자 양육하던 그 분은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 치료센터 상담사, 동주민센터 공무원, 그리고 어머니까지 한자리에 모여 가족 상황을 공유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각자 역할을 나눠 여러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함께 울고 웃었다. 그 분과 3년을 함께하면서 아이의 발달 수준도 차츰 나아졌고, 어머니의 심리도 점차 안정을 찾았다. 지금은 언니동생하면서 지내고 있는 그분의 삶에 적으나마 여유가 생겨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에 그저 감사하다.

지역 품 나눔으로 동료들과 함께 영유아 가정에 김장김치를 나누러 가는 길
지역 품 나눔으로 동료들과 함께 영유아 가정에 김장김치를 나누러 가는 길

노인, 장애인, 성인 등에 비해 열악한 영유아와 그 가족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인프라·자원에 실망과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소와그네를 든든하게 여기는 주민과 당사자들, 동료 직원들이 다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조금씩 동네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어디에서인지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난다. 이런 감격을 누릴 수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삶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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