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덕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장
임애덕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장

한부모가족복지는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부인과 그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자원에서 시작해 70여 년의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복지 분야다. 다양한 법제들이 마련되던 1960년대 저소득모자들은 ‘생활보호법’과 ‘아동복지법’을 통해 보호받다가 1989년 ‘모자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독자적인 법률의 보호를 받게 됐고, 이 법은 2001년 ‘모부자복지법’으로, 2007년 현재의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개정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OECD에 가입하며 ‘여성발전기본법’ 등 관련 법제들이 정비되기 시작하고,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으로 여성공무원채용목표제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부모가족복지정책 전달체계는 정부조직 개편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이 여파로 한부모가족복지 업무는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2008년에는 여성부에서 보건복지부로, 2010년에는 다시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다시 이관되었고, 이 과정에서 부자가족복지정책 개발 부재 등 미비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차기 정부가 공약 이행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소관하는 한부모가족복지정책 전달체계에도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잘 정립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 내 돌봄기능 약화를 보완하는 한부모가족복지정책

차기 정부에서 한부모가족복지정책 전달체계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하는 이유는 사회 변화에 따라 이전보다 더 탄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가족형태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가구에 대한 한부모가구 비율은 2014년 10.5%까지 계속 증가하다 그 이후 2020년 7.1%까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성가구주 비율은 1975년 이후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30년간 대가족 등 직계가족 비중이 감소하고, 부부와 자녀·한부모가족으로 이루어진 핵가족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족 내 돌봄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가족 정책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한부모가족지원법’의 보호 대상자는 저소득 한부모로서 재가보호 한부모와 시설보호 한부모로 구분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 한부모가구 총 153만3000가구 중, 저소득 한부모가구는 8만4006가구(45만7236명)이고, 모자 가구는 14만5482가구(79.1%, 36만1998명), 부자 가구는 3만7660가구(20.5%, 9만3234명), 조손 가구는 864가구(0.5%, 2004명)를 차지한다. 그리고 전국 131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입소정원은 1355세대이고, 1인 세대를 포함할 경우, 최대 2154세대(저소득 한부모가구의 3% 미만)로 저소득 한부모가구 중 3% 미만이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현실과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소득 한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제적 측면과 시설 보호 한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시설적 측면에서 한부모가족복지 정책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부모가족복지정책, 미혼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첫째, 법제적 측면에서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유형을 정의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제19조제1항을 현재의 사회적 환경과 욕구 변화에 맞춰 일부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같은 조항 제3호에서는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이 보호하는 대상자를 ‘미혼모자가족과 출산 미혼모 등’으로 정의한다.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 입소대상자는 2019년 여성가족부 한부모가족지원사업 지침 변경으로 이혼·사별 또는 미혼의 임산부 및 출산 후 일정기간(6개월 미만) 여성, 하나원 입소여성, 가정폭력피해 여성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는 다문화와 미등록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례에 대해 번번이 지원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

이에 미혼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는 위기임신·출산 사례에 대한 지원 체계 확대를 위해 2019년 4월 전국 17개 미혼모자 기본생활시설장들이 연합해 전국 공통 전화망인 ‘위기임신 긴급전화 1422-37’을 마련하고, 정부지원에서 소외된 위기임신·출산 사례를 민간자원으로 지원하는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한부모가족지원법’과 여성가족부의 지원 정책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위기임신·출산에 대한 보다 유연한 개입·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기인했다. 이제는 사회환경 변화에 발맞춰 ‘미혼모가족복지시설’은 결혼 여부 등과 관계없이 예기치 않은 임신, 준비하지 못한 출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여성을 위한 시설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항 제5호에서는 ‘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의 시설유형을 정의하고 있는데 하위법령에는 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재 기초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공무원이 저소득 재가한부모의 기초 보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한부모가구 증가에 따라 돌봄, 교육, 취업지원이나 자립지원 및 사례 관리 등 전문적인 상담 기능 또한 강화되어야 함에도 공공분야의 역량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부모가족복지서비스 전달체계 확대 차원에서 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의 구체적 업무, 설치요건 등을 하위법령에 명기해 민간 차원의 서비스 제공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기간 연장 필요해

둘째, 시설복지적 측면에서의 개선점으로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기간 연장과 전문인력 양성체계 강화를 제안한다. 지난해 8월 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는 전국 131개 시설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거주하는 999세대에 설문지를 발송해 회수된 780건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의 시설 입소 이유는 가정폭력, 이혼, 경제적 어려움, 생명에 대한 위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서라는 순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92.4%가 시설 입소 후 ‘시설에서의 서비스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시설에 입소해 자신과 자녀의 심리적·사회적·정신적 안정과 사회성이 향상됐고, 자녀 양육·자립과 경제생활·심리적 안정·사회적 지지망으로써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통해 한부모자가족복지시설은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위한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긴급 안전망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응답자들은 정부의 시설 관련 정책과 지침에 규정된 입소기간 연장과 시설 내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가 가능한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5년으로 시설유형마다 달리 정해져 있는데 특히 모자기본시설 입소자들은 거주기간 연장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아 최장 거주기간이 최소 8년 이상으로 연장되기를 희망했다. 이는 다른 임대주택에서는 최소 6년에서 최장 20년 간 거주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부모가족이 좀 더 충분한 시간 동안 안정된 여건에서 자녀 양육과 자립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소 가능 기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부모가족지원 전문인력 양성체계 강화해야

또한 응답자들은 시설 내 육아·교육·심리상담 프로그램 확대를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전문성 제고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가 시설종사자 교육예산을 편성하고, 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가 이를 위탁받아 종사자 교육을 직접 기획·수행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으로 교육 사업이 이관되면서 직능별 교육사업 예산이 해마다 축소되어 왔고, 이로 인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 교육이나 현장 실무자들의 정보교류와 역량강화 기회가 점차 줄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사회환경과 현장의 욕구변화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협회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직능별 현장 실무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한부모가족 전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현장 전문가 간의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한부모가족에게 더 나은 교육·상담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차기 정부는 교육전달체계 개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지역사회의 위기 한부모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한부모복지정책 전달체계의 최일선에 있다. 시설보호 종료로 퇴소하는 한부모들과 지역사회 재가보호 한부모들에 대한 탄탄한 사례관리는 더욱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또한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례관리를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이 전담하게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 한부모가족 전문인력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는 재가 한부모들의 사회적 지지를 위한 관련 법령 개정 또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한부모가족복지정책은 아동, 여성, 또는 다문화 등 다른 분야의 하위 범주에 속한 정책이 아닌 사회복지의 여러 분야 정책과 같은 위상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한부모가족복지정책을 부수적 분야가 아니라 고유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복지정책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민간과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한부모가족뿐 아니라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 형태에 보다 적절히, 개별화하여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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