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효는 가족 안과 바깥 사회 모두에서 실행해야 한다. 즉 가족적인 효와 사회적인 효가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 가족이 제공하는 효는 인간중시적인 돌봄을 면대면으로 제공하는데 강하고, 사회가 행하는 효는 전문적인 기술적 돌봄을 다수에게 제공하는데 강하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두 가지 효를 종합, 협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족적 효

가족적 효는 가족을 비롯한 서로 의존하면서 돌보는 친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친척, 친구 등의 소집단이 자율적으로 행한다. 이들이 애정, 존중, 관심, 위안, 동정심으로 제공하는 가사돌보기, 급식, 세탁, 요양, 보호, 통신수단, 교통편 등 정서적 및 수단적 돌봄은 노부모의 일상적 삶을 유지하는데 긴요하다. 이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노부모의 복리와 안녕을 위해 자진해서 돌본다. 이들은 또한 다음과 같은 돌봄을 제공한다. 예측할 수 없이 우발적인 문제가 일어날 때 이에 즉시 대응해서 돌본다. 즉 재해, 급환, 사고를 당할 때 제일 먼저 개입해서 응급적 돌봄을 해준다. 이러한 가족적 효는 인간중시적인 돌봄, 자율적인 돌봄, 개별화된 돌봄, 우발적 문제에 대한 돌봄을 행하는 특성을 간직한다.

고령자의 대다수는 어려울 때 제일 먼저 가족을 찾는다. 이들의 10%만이 돌봄시설에 입소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실을 보아 고령자의 가족에 대한 애착과 정, 그리고 가족적 돌봄을 선호함을 알 수 있다. 가족적 효는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에 걸쳐 실행해 온 문화적 관행이다. 가족중심 집단의 이러한 효행은 오늘날 나라의 사회복지체계의 없어서는 아니 될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사회적 효 활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가족적 효는 노부모를 위한 기초적 돌봄을 사회적 효보다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현대국가는 이렇게 많은 기여를 하는 가족에 대한 기대가 커서 나라의 고령자 돌봄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가족에게 떠맡기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적 효의 기틀은 부모자녀 관계이다. 이 관계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변할 수 없는 친밀한 관계이다. 가족적 효에는 한국인 특유의 정이 스며들어 있다. 정은 친밀감을 가지게 하고, 따스하고, 계산하지 아니하고, 보답을 요구하지 아니하는 호의적 심리이다. 정을 주는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겪는 어려움을 걱정하면서 돌봐주고자 하는 성향이 짙다. 이렇게 정으로 행하는 가족적 효는 전문적인 기술적 돌봄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인간중시적 돌봄을 하는 데는 강하다.

사회적 효

사회적 효는 나라의 법이 지령(指令), 권장하는 바에 따라 실행한다. 가족 바깥의 사회복지시설과 공익단체를 세팅으로 하여 행해지며, 전문직 기술과 지식, 장비와 시설을 갖춘 돌봄 제공자가 행한다. 각종 생물학적 질환 및 사회심리적 문제를 가진 고령자가 필요로 하는 돌봄이다. 이런 사회적 효가 행해지는 상당수의 단체(시설)들에서는 돌봄 과정에서 이 분들과 비인간화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돌봄사업의 합리화와 경제적인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한계성이 있지만 사회적 효는 기술중심적 돌봄, 다수를 위한 돌봄, 타율적인 돌봄, 효율적인 돌봄을 수행하는 데 능숙하며 강하다. 현재로써는 사회적 효를 생활기능이 낮거나 없는 저소득 고령자에게 우선적으로 행하고 있다. 다만 수혜자격 결격, 빈곤선 미달,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자가 있다.

선진 복지국가들에서는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 가족이 자체 성원을 스스로 돌볼 기능을 더 높여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만든 베버리지(A. Beveridge)경은 다음과 같이 국가 대 개인 역할에 대해 말했다. “국가가 개인의 생활비를 충당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도 국가가 맡고 있는 이러한 책임에 버금가는 노력을 해서 자신의 수입을 올릴 책임이 있다.” 이 말은 개개 시민의 복리를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없으며, 개인과 국가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이룩해 나가야 한다는 요지의 타이름 내지 충고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노부모·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체계를 운영하는데 있어 사회가 사회적 효를 실행할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가족중심 돌봄 집단도 가족적 효를 행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적 효와 사회적 효의 상호보완

다음과 같은 대조적인 속성을 지닌 두 가지 효가 공동목표인 효를 어떠한 형식과 방향으로 함께 실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식별작업이 필요하다. 시민이 사적으로 하는 돌봄 대 사회가 공적으로 하는 돌봄, 인간중시적 돌봄 대 기술중심적 돌봄, 소수를 위한 개별적인 돌봄 대 다수를 위한 균일화된 돌봄, 우발적인 문제에 대한 돌봄 대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돌봄,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과 측은지심으로 하는 자율적인 돌봄 대 정이 없이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타율적으로 하는 돌봄, 가족 세팅에서 하는 돌봄 대 사회시설 세팅에서 하는 돌봄 등과 같이 구별해서 노부모·고령자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두 가지 돌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인식해야 점은 두 가지 효는 대조적인 속성을 지니지만 다 같이 노부모·고령자에 대한 효를 실행하여 이 분들의 삶의 질과 복지를 향상할 공동의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 효를 종합하면 가족의 돌봄 역할을 보완, 촉진할 수 있고, 아울러 사회적 돌봄도 보완, 촉진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효, 즉 노부모·고령자 돌봄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본다. 새 시대에는 이와 같이 두 가지 효를 연계, 협치할 필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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