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 경기도 파주시 금촌2동 주무관
정태원 경기도 파주시 금촌2동 주무관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특히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시군구청 복지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바로 사회복지직이다. 사회복지직은 기초생활수급 신청·조사업무를 맡고, 아동학대방지 전담업무를 하기도 하며, 위기상황에 처하거나 복지가 필요한 주민들과 상담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분노와 불만 표출 대상이 되기도 해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는 복지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복지정책들이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좋은 정책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를 현장에서 자주 목격했다. 특히 코로나19는 일선 보건복지 관련 부서의 업무 폭증과 더불어 ‘복지의 하청화’라는 역병을 함께 몰고 왔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보건·의료업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생계곤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 자산조사 등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를 선별하는 조사인력이나 전달체계에는 충분한 관심을 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예산확보 없이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에서 달랑 자체 인력충원 공문을 보내거나 수백만 명의 복지대상자에게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보급하라고 예산을 내리면서 이 모든 것을 단 1주일 내에 소분해 배포하고, 지급 여부를 관리하라는 무리한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실제로는 키트를 소분하고 준비하는 데만 그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일선 시군구 복지부서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대다수는 기존 복지업무에다가 코로나19 관련 업무 추가로 인한 과부하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되는 인력 공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지 오래다. 일회성 물품 지원 업무 등에 민간인력을 활용하라고는 하지만 개인정보 처리 문제 때문에 섣불리 그럴 수도 없다.

이렇듯 재난상황에서 중앙행정과 현장행정의 괴리때문에 하청에 재하청, 깔때기처럼 내려오는 복지업무와 재난대응업무,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민원업무까지 병행하고 있는 모습이 영화 ‘슈퍼맨’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코로나 생활지원비 문제는 어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과부하에 시달리는 현장 공무원이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산문제로 일시적 인력지원조차 어렵다고만 하고, 생활지원비 신청 간소화 지침을 발표하면서 현장 업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현장 공무원의 사기는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지자체 관련 인력과 예산은 대부분 보건소로 향한다. 이로 인해 본연의 복지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현장의 업무공백이 매우 심각한데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의 업무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인력수급 대책이나 전문성 진단 없이 수혜자가 단지 복지대상자라는 이유로 정부 각 부처의 관련 사업들이 복지부서로 쏟아진다. 이번에도 결국 저소득층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주하는 힘없는 말단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대면하기 때문에 복지서비스 전달자들도 소외받아야 하는 것인가?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상 재해율이 소방공무원과 비슷하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복지직은 과로로 질병을 얻거나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여타 공무원에 비해 많다. 소방공무원의 어려움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의 어려움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전달자가 행복해야 그것을 전해 받는 국민도 행복할 수 있다. 선거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정된 예산으로 긴급하게 복지업무를 쪼개 졸속으로 시스템을 만들거나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리해야 복지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다. 복지예산은 점점 더 늘어만 가는데 체감도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결국 그 피해자는 평범한 국민일 것이다.

말로만 복지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그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던 레퍼토리다. 그렇게 말하기 전에 복지체감도 향상을 위해 당신은 실제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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