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훈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 부장
양동훈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 부장

벌써 열여덟 번째 봄입니다. 줄곧 장애인복지관에서만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벚꽃이 필 즈음이면 복지관에서는 장애인의 날 주간행사를 준비합니다. 그동안 복지관의 봄 풍경은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늘 버티고 있었던 저도 어느새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대학에서 장애인복지론 수업을 들으며 가까운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참 의미있고 근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졸업을 앞두고는 장애인을 도 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의복지관이라는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돕는 기관에서 홍보담당자로 사회복지현장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홍보라는 일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장애인의 삶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정만 많았던 남자 사회복지사에게 복지관에서는 감사하게도 다양한 업무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특히, 장애인식개선사업을 담당하면서는 서울특별시에서 지원한 기금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찾아가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고,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이곳에서 장애인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일을 그야말로 ‘제대로’ 배웠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

신도시에 장애인복지관을 새로 만든다는 제안을 받고,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으로 일터를 옮겼습니다. 이제 갓 준공을 마친 시멘트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건물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새로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복지관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장애인복지를 소개하고, 그들의 필요를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너도나도 모두가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며,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개관 준비도 그러려니와 중간관리자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초보 리더로서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슈퍼바이저들의 도움으로 팀장노릇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복지현장의 리더로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제대로’ 배웠습니다.

복지관을 개관하고 세팅해 본 경험은 필연적으로 나를 다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운영법인에서 새롭게 수탁을 받은 복지관 역시 새롭게 짓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이었습니다.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에 발령을 받아 공사현장에 안전모를 쓰고 다니며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이용할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고 만들어가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22개월의 공사 끝에 멋진 건물이 완성되었고, 그 새로운 공간에서 장애인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필요를 돕고, 어떻게 하면 지역 사회에서 이들이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복지관 최초로 로봇을 활용한 재활치료를 할 수 있고, 사람중심실천의 가치를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공부하면서 하나씩 장애인들의 삶에 적용하며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복지를 실천하는 많은 전문가들의 성장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지원하기 위해 힘쓰는 곳입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장애인을 섬기고, 내가 가진 콘텐츠들을 공유하는 일에 헌신하며, 그 야말로 계속 ‘제대로’ 배우고 있습니다.

복지현장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출판사, <복지의 품격>

3년 전, 심장을 열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걱정도 컸지만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로서도 준비없이 인생을 마감했을 때 얼마나 허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짧게 쉴 수 있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의 복지현장에서의 경험과 남기 고 싶은 메시지를 모아 2019년에 초보 사회복지사를 위한 리얼생활백서 ‘사회복지사 1호봉’이라 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직접 1인출판사 ‘복지의 품격’을 설립해 복지현장의 언어를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복지산문집 ‘늘 작은 것 하나가 날 버티게 했다’를 출간했고, 앞으로도 사회복지사와 복지현장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를 준비하여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열여덟 번째 봄을 맞이하기까지 묵묵히 함께 자기 자리를 지켜왔던 여러분 덕분에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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